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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닭싸움은 불법인데…전통과 학대 사이에 선 소싸움

23일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청도소싸움대회 왕중왕전에서 싸움소가 맞붙고 있다. 청도=김정석기자

23일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청도소싸움대회 왕중왕전에서 싸움소가 맞붙고 있다. 청도=김정석기자

23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기(베팅)가 가능한 소싸움이 열리는 곳이다. 경기마다 관객들은 우권을 구매해 적게는 100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걸 수 있다.
 
출전 싸움소인 ‘루피’와 ‘용마’가 경기장에 들어섰다. 1400만 원이 걸린 이 날의 가장 큰 판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자신이 돈을 건 소의 이름을 외치며 열띤 응원을 벌였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루피의 이마에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가 워낙 많이 흐른 탓에 상대편 용마의 이마까지 흥건하게 핏물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밀어붙여!” “갖다 박아라!”며 응원하던 관객들도 “피가 많이 난다” “너무 불쌍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경기는 18분여가 지나서야 피를 흘리던 루피가 등을 돌리며 마무리됐다.
 
민속경기 vs 동물학대
싸움소가 경기 대기 중에 먹이를 먹고 있다. [사진 허은주 수의사]

싸움소가 경기 대기 중에 먹이를 먹고 있다. [사진 허은주 수의사]

소싸움은 ‘예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으로 보는 시각과 ‘동물들의 싸움을 보며 즐기는 학대행위’라는 시각이 오래전부터 충돌해 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투견(개싸움)이나 투계(닭싸움)는 실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소싸움은 경기는 물론, 내기까지도 허용된다.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에 소싸움이 유일하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경북 청도, 경남 진주, 전북 정읍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린다. 그중 청도에서는 우권을 발행해 합법적으로 도박할 수 있다.

 
청도 소싸움 홈페이지에는 “사람은 피를 보면 흥분한다는 이론이 접목되는 격렬한 경기가 소싸움”이라며 “소싸움은 반드시 피를 보게 되므로 상당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소싸움을 관리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경기가 처음 열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내기로 오간 돈은 1111억원에 이른다. 청도군이 소싸움 대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지난 4월에 구제역 때문에 한 달 동안 대회장을 닫았더니 언제 다시 개장하느냐는 인근 식당 주인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공단 하나 없는 청도군에 소싸움 대회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작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읍시 소싸움 예산 절반 깎여
'소싸움 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회원이 지난 12일 정읍시청 앞에서 소싸움 관련 예산 삭감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정읍시민행동]

'소싸움 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회원이 지난 12일 정읍시청 앞에서 소싸움 관련 예산 삭감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정읍시민행동]

반대로 소싸움이 동물학대라는 주장에 지방의회가 손을 들어준 경우도 있다.  

 

전북 정읍시의회는 지난 18일 열린 본회의에서 소싸움 관련 예산을 2억2052만 원으로 의결했다. 정읍시가 제출한 예산(3억9612만 원)을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그동안 정읍시민행동 등 소싸움대회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1인 시위 등을 통해 예산 삭감을 주장했고, 시의회가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사룟값 지원, 탈락보상금 등 싸움소 육성을 위한 항목이 전액 삭감됐다.
 
우권 발행 권한을 가진 정읍시는 지난해에도 청도처럼 소싸움 경기장을 지으려고 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최은희 씨는 “코끝에 링을 꿰인 싸움소가 고통스러워하면서 경기장에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소싸움은 더는 지속가능한 전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읍시 관계자는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통해 소싸움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에 앞으로 운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엔 “투우, 어린이 못 보게 해야”
스페인 투우 경기 모습. [사진 로이터]

스페인 투우 경기 모습. [사진 로이터]

투우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스페인에서도 동물학대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카탈루냐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투우를 법으로 금지했지만, 2016년 스페인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UNCRC)는 최근 스페인에 아이들의 투우 관람과 투우학교 재학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허은주 수의사는 “짝짓기를 위해 황소들이 싸우는 것이 본능이라면, 소싸움대회에서는 소들이 싸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일부 주인들은 소에게 술을 먹이며 억지 공격을 유도하기도 한다”며 “소싸움이 지금까지도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일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도=김정석 기자,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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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