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SKY캐슬식 고액 입시코칭···정치인·장관 아빠들 줄섰다"

[윤석만의 에듀체크]SKY캐슬은 현실일까②
상위 0.1%의 지나친 교육열을 다룬 jtbc 드라마. SKY캐슬.

상위 0.1%의 지나친 교육열을 다룬 jtbc 드라마. SKY캐슬.

jtbc 인기 드라마 'SKY캐슬'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거머쥔 상위 0.1% 부모들의 자녀교육 이야기입니다. 드라마엔 이런 장면이 나오죠. 서울대 의대에 아들을 합격시킨 엄마로부터 입시 코디네이터를 소개받기 위해 두 이웃이 경쟁을 벌입니다. 그러나 입시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는 VVIP 초청장은 단 한 장. 결국 티켓은 대학병원 외과과장의 아내인 한서진(염정아)에게 돌아갑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녀의 입시 성공을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입니다. 아빠가 시시콜콜 간섭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최근엔 아빠의 임무가 바뀌고 할머니의 역할도 추가됐습니다. 바로 아빠의 인맥과 할머니의 기획력입니다. 드라마에서도 한서진은 시어머니(정애리)의 지침에 따라 3대째 의사 가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걸로 묘사되죠.
 초청장을 얻지 못한 이웃 노승혜(윤세아)는 이 사실을 남편인 로스쿨 교수 차민혁(김병철)에게 알리죠. 며칠 후 차장검사 출신의 차민혁은 똑같은 초청장을 가져 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고급 정보를 알고 가만있을 순 없지. 내가 인맥이란 인맥은 다 동원해 구해 온 거야. 꼭 좋은 코디를 구해오라고.” 다음 장면은 여러분이 예상하신 그대롭니다. VVIP 설명회에 동석한 노승혜를 본 한서진은 깜짝 놀라죠.
 
관련기사
 오늘 ‘에듀체크’는 드라마에 묘사된 사교육의 모습이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지 따져봅니다. 지난 번 살펴본 ‘상위 0.1% 입시 코디의 세계’에 이어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과 함께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1986년 교사로 시작해 18년간 학교에서, 14년간 사교육에 몸담은 이 소장은 32년 경력의 입시 베테랑입니다.  

이만기 소장은
90년대 EBS 스타강사 1세대인 그는 2004년 메가스터디 출범 당시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렸고, 현재는 업계와 학교·대학가 등을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으로 온갖 입시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 실제로 아빠들의 역할이 늘고 있나.
“예전과 달리 컨설팅 하러 오는 학부모 중엔 아빠들도 많다. 아빠들이 직접 대입 전형을 분석하고 아이들을 코치한다. 드라마처럼 할머니가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직접 정보를 물어 오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이미 자녀를 키워 본 노하우도 있고 커뮤니티도 다양하다. 어느 학원에 어떤 강사가 잘 한다는 코치까지 한다. 맞벌이 자녀들을 위해 손주들의 사교육을 대신 맡는 경우도 있다.”
손녀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간 윤여사(정애리). 그는 3대째 의사가문을 만들어야 한다며 며느리 한서진에게 각종 정보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손녀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간 윤여사(정애리). 그는 3대째 의사가문을 만들어야 한다며 며느리 한서진에게 각종 정보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 드라마의 차민혁처럼 실제 고위층의 민원도 있나.
“매우 많다. 그 동안 무수한 민원을 받아 봤다. 정치인부터 장관급, 고위 공무원에서 유명 대학 교수까지 자녀 문제에 있어선 이들도 똑같은 아빠다. 직접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 전문가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재수 종합반인 강남 대성학원은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데, 이곳 민원도 많았다. 아이들은 농담 삼아 가군(서울대)과 나군(고려·연세대) 떨어지면 라군의 강대(강남대성)를 간다고 한다.”
 
드라마 초반엔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정준호)이 사교육에 ‘올인’하는 아내를 나무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학력고사 1등이 유일한 자랑인 강준상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됐지, 뭘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고 하죠. 그러자 한서진은 말합니다. “당신이 살던 시대랑 지금은 달라요. 지금은 학종의 세상이라고요. 부모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진다고요.”
학력고사 전국 수석 출신인 강준상(정준호)과 아내 한서진(염정아).

학력고사 전국 수석 출신인 강준상(정준호)과 아내 한서진(염정아).

- 그 동안 입시정책이 많이 바뀌었다. 정말 혼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어렵나?
“80년대 이후 입시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다. 학력고사와 수능, 학종이다. 중간에 논술 같은 게 끼긴 하지만 미미하다. 학력고사와 수능은 제 아무리 사교육을 받아도 결국엔 학생 본인이 시험 보는 거다. 그런데 학종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 있다. 사교육을 시키는 건 똑같지만 학생이 직접 하느냐, 부모가 해주느냐의 차이다.”
 
- 학생부는 원칙적으로 교사가 써야 한다.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가.
“예를 들어 소논문 같은 경우 보통 학부모는 엄두조차 못 낸다. 그런데 부모가 교수인 경우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기 논문에 공저자로 올려놓고 그걸 학생부에 적는다. 사교육에 맡기면 몇 백 만원에 소논문이나 체험활동 보고서를 써준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만큼 논문을 잘 쓸 순 없지 않은가.”
 
딸을 서울대 의대에 꼭 보내고 싶은 한서진과 그를 돕는 김주영 코디. 아래 왼쪽은 한서진의 딸, 오른쪽은 그의 학교 라이벌.

딸을 서울대 의대에 꼭 보내고 싶은 한서진과 그를 돕는 김주영 코디. 아래 왼쪽은 한서진의 딸, 오른쪽은 그의 학교 라이벌.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2007~2017년 전국의 4년제 대학 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자기 논문에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138건에 달합니다. 가장 많은 대학은 서울대로 14건이었습니다. 교육부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중 53건에 정부 예산까지 투입됐습니다. 가장 많은 예산(22억9164만원)이 지급된 서울대 A교수의 논문에는 당시 고3이었던 자녀가 공동저자로 올라 있죠. 이 자녀는 실험하는 것을 돕거나 영문 철자 등을 교정했다고 합니다.
 
- 대학에서 이런 부분을 거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고 부르듯, 요즘엔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소설기록부’라고 부른다. 물론 학생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꼼꼼하게 기재하는 교사도 분명히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도 있다. 학생부에 기록할 내용을 학생들에게 적어오라고 하는 식이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복불복 전형으로 불린다. 물론 수능도 사교육을 받고 주변에서 찍어주면 성적이 올라간다. 하지만 무엇이 더 공정하냐고 묻는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본인이 직접 문제를 푸는 수능이다.”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 많은 논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부가 계속 강화된 이유는 뭔가.
“공교육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입시가 수능과 정시 중심일 때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안 들었다. 자는 아이들이 태반이고 예체능 수업 시간에 국영수 공부하기 바빴다. 그러나 학생부가 강화되고 수행평가가 늘면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교사들의 대다수는 수능보다 학생부가 강화되길 원한다.”
 
- 학종이 변질되긴 했지만 취지 자체는 좋은 게 아닌가.
“학종이 처음 도입됐을 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불렸다. 이 때는 공부를 못해도 해당 분야의 소질이 있으면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대신 비중이 낮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중이 커졌고 교과 성적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스펙도 쌓아야 되고 내신도 잘해야 하며, 수능까지 준비해야 한다.”
 
드라마에선 로스쿨 교수인 차민혁이 자신의 자녀와 이웃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과 논술을 지도합니다. 또 작품의 중심인물인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으로 묘사되죠. 과연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 서울 대치동 학원가엔 대학 시간강사들이 많다고 들었다.
“학원뿐 아니라 개인 과외도 성업 중이다. 보통 시간강사들은 시간당 10만원씩 받고 과외 한다. 특히 서울대 강사면 20만원이다. 회당 2시간씩 월 4회면 160만원이다. 심지어 4년제 대학교수가 가명을 쓰고 강의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의사, OO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얼마 전엔 수년째 대치동의 인기강사였던 사람이 알고 보니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밝혀져 처벌받은 경우도 있었다.”
- 드라마를 보면 코디가 내신 문제까지 모두 뽑아준다.  
“웬만한 고교 주변의 학원은 다 한다. 내신 대비 전문학원이기 때문에 모든 DB를 갖고 있다. 과거 기출문제부터 교사들의 성향까지 파악한다. 그래서 출제 교사가 누구냐에 따라 그에 대배한 문제를 만들어 풀게 한다.”
 
- 학생부가 이렇게 문제라면, 수능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34년간 국어를 가르쳤지만 수능 31번 과학 문항은 나도 틀렸다. 변별력은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들이 섞여 있어 학생들을 고루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2~3개의 ‘킬러’ 문항으로 상위권을 가르는 방식은 틀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EBS 연계부터 없애야 한다. 70%를 무조건 EBS에서 출제하다 보니 위와 같은 일이 생겼다. 영어의 경우 EBS 교재의 한글 번역 지문을 달달 외워 시험 보는 경우도 있다.”
 
- 좋은 입시란 무엇일까.  
“어떤 시험도 ‘좋을’ 수는 없다. 다만 균형을 잡을 순 있다. 학종, 수능 모두 장단점이 있다. 문제는 지금 수시 비율이 80%인데 너무 많다. 수시와 정시를 반반씩 해서 수능으로 절반 정도를 뽑으면 기회의 균등이 생기지 않을까. 수시도 교과와 비교과 어느 하나만 잘 하도록 해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입시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 학습부담은 크지만, 실력은 그만큼 늘지 않는 기이한 구조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윤석만 기자는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다.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출입처를 거치며 시민·미래·인문 분야의 보도에 집중했다. 4차 혁명시대엔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란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 다가올 미래를 인문의 관점에서 통찰한 '인간혁명의 시대' 등을 썼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행사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 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