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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 많은 고래 잡는 일본 비난이 합리적인지 고민해 봐야 ”

손호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장이 30일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연구센터 로비에서 일본의 국제포경위원회 탈퇴에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송봉근 기자

손호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장이 30일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연구센터 로비에서 일본의 국제포경위원회 탈퇴에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송봉근 기자

[인터뷰] 손호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장 
 
지난 26일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그간 국제포경위 회원국 차원에서‘연구목적’으로 고래잡이를 해왔던 일본이 이제는 어업 차원에서 규제 없이 자유롭게 고래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고래고기를 소비하고 있는 한국은 어떨까. 고래의 고장이라는 울산 장생포에 있는 고래연구센터의 손호선(50) 센터장을 지난 28일 인터뷰했다. 고래연구센터는 국립수산과학원 소속 연구소로, 옛날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앞바다에 2004년 세워졌다. 장생포에는 지금도 해변을 따라 ‘고래고기 거리’가 있고 ‘고래’를 상호로 내건 음식점이 수십 곳에 이른다. 매년 5월이면 고래축제가 열린다.
 
일본의 국제포경위 탈퇴를 어떻게 보나.
“일본은 국제포경위 회원국들의 의사결정이 감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도 있지만 개체 수가 풍부한 종들도 많다. 이 때문에 IWC 안에서는 포경 재개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탈퇴하겠다는 게 일본의 논리다. 사실 1948년 설립 당시 IWC는 포경하는 국가들의 모임이었다. 설립 목적도‘고래류 종 및 자원의 적정한 보존 및 포경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이었다. 고래를 잡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고래를 잡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회원국 중 고래잡이에 반대하는 국가가 더 많다 보니 포경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밝혔다. [EPA/지지통신=연합뉴스]

지난 26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밝혔다. [EPA/지지통신=연합뉴스]

고래가 멸종위기라는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아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나.
“고래의 종류는 약 90종에 달한다. 이 중 멕시코의 바키타라는 작은 돌고래나 긴수염고래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도 15종이나 있지만 당연히 숫자가 많은 고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고래가 멸종위기라는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다.”
 
우리 동해는 어떤가.
“동해는 예전에 긴수염고래ㆍ귀신고래ㆍ참고래 등이 많았다. 긴수염고래는 17ㆍ18세기에 서양사람들이 와서 많이 잡아갔고, 귀신고래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멸종위기까지 몰고 갔다. 우리 어민들도 해방 이후에 참고래를 많이 잡았다. 현재 조사에 의하면 동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참돌고래ㆍ낫돌고래ㆍ밍크고래 세 종류다. 참돌고래는 약 1만5000마리, 낫돌고래는 4000마리, 밍크고래는 600마리로 추정된다. 긴수염고래는 1974년과 2015년에 발견됐고, 귀신고래는 90년대쯤 누군가 목격했다는 얘기만 있다. 참고래는 그래도 수년에 한 번씩 목격되고 있다.”
 
울산앞바의 참돌고래 무리 참돌고래는 길이 2.5m, 무게 135㎏인 대표적인 돌고래 종이다. [중앙포토]

울산앞바의 참돌고래 무리 참돌고래는 길이 2.5m, 무게 135㎏인 대표적인 돌고래 종이다. [중앙포토]

일본이 잡아온 고래는 멸종위기종 아냐. 
 
국제포경위를 탈퇴한 일본이 고래 씨를 말려버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이 국제포경위를 탈퇴해서 어떤 고래를 얼마나 잡을지 계획에 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아서 속단할 수 없다. 일본은 그간 조사 포경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남극의 밍크고래를 주로 잡아 왔는데, 사실 멸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숫자였다. 고래를 보호하자고 다들 얘기하는데 진짜 보호해야 할 고래는 멕시코의 바키타 같은 고래다. 일본처럼 개체 수가 많은 고래 잡는 것을 비난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일본이 우리 바다 너머에서 동해 고래를 잡을 수 있지 않나.
“만약 일본이 사할린에 100마리밖에 없는 귀신고래를 잡겠다고 하면 국제사회가 다 들고일어날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울산고래축제 거리 퍼레이드 모습. [연합뉴스]

울산고래축제 거리 퍼레이드 모습. [연합뉴스]

''혼획'되는 것보다 유통량이 더 많은 고래고기'  
 
한국도 고래고기를 먹는 나라다. 고래잡이가 금지돼 있어, ‘혼획(incidental catch, 混獲)’즉,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만 잡을 수 있는데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그것보다 많은 게 사실 아닌가.
“환경단체들이 어떻게 계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연간 혼획되는 밍크고래가 80여 마리인데, 더 많은 고래고기가 유통된다고 주장한다. 고래연구센터에서는 해경을 통한 공식 통계밖에 없다. 그 이상은 말씀드릴 게 없다. 하지만 불법포획은 한 해에 몇 건씩 보고가 되고는 있다.”
 
장생포엔 고래 축제도 열리고, 고래고기 식당도 많다.
“축제 초기에 고래고기 시식행사도 있었는데 환경단체가 반대해 이제는 하지 않는다. 다만 식당에서 고래고기 요리를 파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고래문화특구인 울산 남구 장생포에는 매년 5월 고래축제가 열린다. 행사장 옆에 고래고기 식당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고래문화특구인 울산 남구 장생포에는 매년 5월 고래축제가 열린다. 행사장 옆에 고래고기 식당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밍크고래 체내에는 중금속 함량 낮아
 
고래고기에는 수은이 많이 축적돼 있어 몸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는데.
“환경단체들이 얘기하는 고래는 밍크고래다. 생선을 먹는 돌고래는 중금속 함량이 높지만, 밍크고래는 먹이사슬의 바닥에 있는 크릴새우를 먹기 때문에 수은 함량이 아주 낮다. 돌고래도 혼획이 많이 되고 있고, 시장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포경위원회에서도 ‘원주민 포경’은 허락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애초 이것도 못 지켰을까.
“IWC에서 얘기하는 원주민 포경은 기본적으로 판매할 수 없고, 주민들끼리 나눠 먹을 때 인정된다. 이 또한 마구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개체수를 조사하고 몇 마리까지는 잡아도 멸종위험이 없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거친 뒤에 원주민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서 포경위에서 어획량을 결정해준다. 원주민 포경을 하는 사람들은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러시아 배링해 등에 사는 에스키모들이다. 한국은 애초에 원주민 포경 쿼터를 신청한 적이 없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전시된 범고래 뼈 [연합뉴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전시된 범고래 뼈 [연합뉴스]

포경 허용은 환경 아닌 정치 외교의 문제 
 
우리도 일본처럼 연구조사용 쿼터를 받을 수도 있지 않았나.
“국제포경위 회원국은 자국민에게 조사연구를 위한 포경 쿼터를 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1986년에 정부가 이 조항에 따라 쿼터를 줬다가 국제사회의 비난 결의문을 받고 철회한 적이 있다. 2012년에도 파나마 회의에 조사 포경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 받고 물러났다.”
 
왜 일본은 되고 우리는 안되나. 그런 점을 따져 물어야 하지 않나.
“어려운 얘기다. 결국 국제정치와 외교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도 일본처럼 국제포경위를 탈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굉장히 힘들 것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약에 따르면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면서 지켜야 할 환경협약 중 포경 문제도 들어있다. 우리가 포경위를 탈퇴하면 한ㆍ미 FTA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이 우리를 제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제포경위원회라는 틀 안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로써는 포경이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포경위 안에서도 쿼터 한도 내에서는 고래잡이를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1979년 미국의 요청으로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했다. 그전만 하더라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정도였고 아무런 제재 없이 포경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말 당시만 해도 고래잡이 전성시대였고, 장생포는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조그만 포구에 포경선만 20여 척이 됐다. 하지만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상업포경 금지를 결정하면서 고래잡이가 중단되고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1948년 고래잡이를 하는 국가들이 ‘고래 자원의 적정한 보존 및 포경산업의 질서있는 발전’을 위해 만들었다. 고래잡이의 시기, 어장(漁場)의 제한, 포획금지 등에 관해 협의하고 결정한다. 하지만 이후 일부 국가들의 무분별한 남획이 계속되면서 포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86년에는 아예 전 세계적으로 포경을 중단하자는 안건이 통과됐다. 한국은 옵서버 국가로 있다가, 1978년 미국의 요청으로 정식 회원국이 됐다. 회원국은 89개국이며, 사무국은 영국 런던에 있다. 캐나다는 포경 금지 여론에 반대해 1982년 IWC를 탈퇴한 후 비회원국으로서 원주민 생존 포경을 하고 있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회원국이지만 1986년 포경금지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상업 포경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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