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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파괴, 세비반납 요구, 미 하원 청년세대 반란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1월 3일 개원하는 제116대 미 의회 최연소 당선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 왼쪽 세 번째)가 지난달 14일 미 의회에서 앤지 크레이그(46), 킴 슈라이어(50), 데비 무라셀 파월(47), 애비 핀커나워(30), 샤리스 데이비스(38) 등 다른 민주당 초선 당선자들과 찍은 단체 사진 모습.[AP=연합뉴스]

1월 3일 개원하는 제116대 미 의회 최연소 당선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 왼쪽 세 번째)가 지난달 14일 미 의회에서 앤지 크레이그(46), 킴 슈라이어(50), 데비 무라셀 파월(47), 애비 핀커나워(30), 샤리스 데이비스(38) 등 다른 민주당 초선 당선자들과 찍은 단체 사진 모습.[AP=연합뉴스]

“다음번 정부 셧다운 땐 연방 의원도 일시 해고돼 급여를 받지 않아야 한다. 당의 노선 때문에 정부 폐쇄를 강요하면서 의원 봉급은 예외인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제116대 미국 하원 최연소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가 지난 22일 소속 공화당뿐 아니라 자당인 민주당 지도부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예산안 처리 실패로 정부 문을 닫았으면 연방 공무원뿐 아니라 의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받지 말라는 얘기다. 그는 “의원 대부분은 이미 부자지만, 나처럼 봉급에 의존하는 의원들은 셧다운을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1월 3일 116대 의회 개원 전부터 30대 이하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 반란은 이미 시작됐다.
 
19개 미국 진보정치 단체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내정자에게 20일 “세입, 세출, 에너지ㆍ상무, 금융위 등 핵심 상임위에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초선의원을 배정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거꾸로 "대기업·월스트리트와 제휴관계인 초당적 '문제해결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상임위 배정부터 선수를 우선하는 연공서열(Seniority) 전통을 깨라는 세대교체 요구다. 앞서 펠로시는 하원의장 선출 지지를 받으려고 지도부 임기 4년 제한과 ‘그린 뉴딜(Green New Deal)’ 특별위원회 설치 검토도 약속했다.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대표 정책으로 그는 당선 직후 펠로시 사무실 앞에서 연좌시위도 벌인 적 있다.  
 
올해 78세, 민주당 당권을 15년째 쥔 여제(女帝) 펠로시가 49살 어린 풋내기 의원의 눈치를 보게 된 건 11ㆍ6 중간선거 결과 하원이 10년 이상 젊어졌기 때문이다. 115대는 평균 연령 57.8세로 역대 최고령 의회였지만 116대는 47세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5→26명(420%), 4050대 초반 X세대(1965~80년생) 의원도 118→138명으로 17% 더 진출한 결과다. 이에 민주당에선 진보 모임이 90명을 넘겨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 여성 하원의원도 처음으로 100명, 20%의 벽을 넘어 84→103명(23.7%)이 됐다. 코르테스처럼 주목받는 스타 의원 대부분이 여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워싱턴의 정쟁보다 대학생 부채와 최저임금 15달러, 국민건강보험과 환경 등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를 내거는 게 특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흑인 최연소 의원 기록을 만든 로렌 언더우드(민주당ㆍ32)는 학자금 부채 등 밀레니얼 세대가 짊어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걸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공영라디오(NPR)에서 “내 또래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대출 이자를 갚느라 집을 사거나 노후를 대비해 저축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세대가 야기한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와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부족 때문”이라며 “정부 저소득층 학자금 보조금 제도는 실제 등록금엔 못 미치는 데다 18세, 19세가 아니면 지원받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립대학 무상 교육과 연방정부의 보조금 및 금융지원 확대 같은 과감한 투자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르(36)는 첫 무슬림계 여성 의원이다. 이민을 억제하고 국경장벽을 건설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경장벽은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에 깊이 뿌리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머리 두건(히잡)을 쓰는 오마르의 등원을 위해 펠로시 의장은 1837년 본회의장에서 모자 착용을 금지한 하원 규칙에 대해 181년 만에 개정안을 낸 상태다. 오마르는 보수주의 성향 목사가 “유대ㆍ기독교의 나라를 일종의 이슬람국가로 바꾸려 해선 안 된다”고 비난하자 “의회 본회의장은 오히려 미국처럼 보일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투표권 확대를 위한 유권자 자동등록제와 기업의 무제한 정치자금 기부 금지도 추진하고 있다.  
 
엘리스 스테파닉(34ㆍ3선)는 2014년 114대 의회에서 28살 최연소로 당선해 당시 공화당에서 코르테스처럼 주목을 받았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스테파닉은 23명이던 여성의원이 13명(6.5%)으로 쪼그라들면서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그는 이달 초 당직을 사퇴하면서 “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공화당 여성 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후보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계속 벌이겠다”며 여성 진출에 무관심한 당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스테파닉은 당내 대표적 초당파 의원으로 민주당 밀레니얼처럼 저소득층 대학생 학비 지원 확대를 지지하고 트럼프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비판했다. 지난해 트럼프 감세법안에 대해 뉴욕주 일반 서민 가정의 소득공제 환급을 없애 가계에 피해를 준다며 당론과 달리 반대 표결을 하기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16대 하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밀레니얼 의원이 늘면서 목소리는 커졌지만, 아직 의회 권력을 쥐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부터 미국 인구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40%로 가장 많아졌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록 유권자는 2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16대 의회도 베이비부머가 234명(53.8%)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밀레니얼이 다수가 돼도 대표와 상임위원장 같은 지도부를 맡기엔 여전히 상당기간 선수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성 세대가 물러나야 지도부를 맡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X세대 폴 라이언(48) 115대 하원의장은 지지기반이 취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116대 의장 펠로시는 16선, 스테니호이어(79)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선이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대 교수는 “젊은 신참 의원들이 바로 하원 지도부 자리를 노릴 수 있겠지만, 다선의 경험 많고 성공한 지도부와 협력할 필요도 있다”며 “기성 지도부를 무너뜨리기보다 대신 중요한 상임위 자리를 협상하거나 정책 어젠다를 수용하는 식으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도 “펠로시가 최장 4년 하원의장을 맡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다선 지도자가 은퇴한 뒤에야 새로운 세대에 지도부 자리가 개방될 것”이라며 “당장 일어나긴 힘들고 2020년 이후에야 세대교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트럼프엔 트위터, 코르테스는 인스타 팟캐스트가 무기
밀레니얼 의원들은 유권자와 소통과 정책 홍보에 있어 소셜미디어(SNS)에 익숙한 세대다. 오카시오-코르테스도 인스타그램 '덕후'(일본식 광적인 팬인 오타쿠를 뜻하는 속어)다. 콘텐츠 앞에 손으로 그린 삽화나 직접 찍은 셀피 비디오 영상을 내걸거나 이모티콘과 귀여운 스티커를 끼워 넣고 여러 색깔의 글씨체를 사용하는 등 인스타의 장점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중간선거가 코앞이던 10월 말 핼러윈 밤엔 자신의 아파트에서 인스타 팟캐스트로 야채를 썰어 라면을 만들면서 유권자들과 선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선거 직후에도 마카로니 치즈 만드는 걸 실시간 중계하면서 지역구 유권자들과 일상 잡담과 심각한 정치 문답을 뒤섞어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를 놓고 “그 돈이면 미취학 아동의 무상보육이 가능하다”며 “교원 봉급을 올리거나 상수도관을 교체하거나 대학생 등록금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장벽은 낭비일 뿐”이라고 하는 식이다.
 
케이티 힐 민주당 초선의원 대표도 크리스마스 휴일 가족들이 모여 건전한 정치 토론을 할 때 피해야 할 세 가지 팁을 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인신공격을 삼가고, 주제와 상관없는 옆길로 새지 말라, 극단적 양자택일을 주장하지 말라 등이다. 젊은 정치인이라고 모두 SNS에 능숙한 건 아니다. 1980년생인 조지프 케네디 3세(민주·4선)는 폴리티코에 새해 소망으로 “올해는 다른 밀레니얼들처럼 마침내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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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