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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수명 다한 내 권리 없나, 바로 지금 체크하자

기자
정세형 사진 정세형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無錢無罪)(11)
사람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인생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는 권리 중 생겼다가 사라져 가는 것이 있다. 권리에도 수명이 있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권리 역시 무기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끔찍한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란 말이 아주 많이 나온다. 공소시효는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일정한 기간 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
법률관계에서 나에게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권리를 일정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소멸시효라고 한다. [중앙포토]

법률관계에서 나에게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권리를 일정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소멸시효라고 한다. [중앙포토]

 
일반적인 법률관계에 대해선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있다. 나에게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권리를 일정한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더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소멸시효다.
 
얼핏 들으면 억울한 사람을 더욱 억울하게 만드는 나쁜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런 권리행사도 하지 않다가 뒤늦게 권리행사를 하는 것을 제한 없이 허용하게 되면 그사이에 새로운 법률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삼자가 불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이를 갚은 것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이를 입증하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이러한 여러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하여 생겨난 제도이다.
 
다만 소멸시효는 모든 권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재산권에만 적용된다. 재산권 중에도 소유권같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도 있다. 또 소멸시효에 걸리는 재산권이라 하더라도 소멸시효 기간은 권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권리의 소멸시효 기간이 얼마인지를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권리의 소멸시효 기간을 살펴보자. 보통 가장 흔하게 겪는 법률문제 중 하나가 바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그 권리가 소멸한다.
 
그런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경우 상법에서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즉 당사자 쌍방 모두는 물론 일방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 따라서 상행위로 인한 채권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소멸시효 기간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처럼 상대방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데, 이때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실무에서는 소멸시효 기산점,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 혹은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 pixabay]

실무에서는 소멸시효 기산점,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 혹은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 pixabay]

 
그런데 실무에서는 소멸시효 기산점,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 혹은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기산점에 따라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소송의 결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법원에서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불법행위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했을 때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 판결까지 받은 경우는 어떨까. 다시 말해 상대방이 돈을 갚지 않아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법원의 판결까지 받았으니 더는 소멸시효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다. 판결이 확정된 채권이라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말이다.
 
다만 위와 같은 규정을 둔 것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이라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는 10년으로 한다는 뜻이다. 10년보다 장기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단축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본래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닌 권리가 확정판결을 통해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는 뜻도 아니다.
 
그런데 판결은 받았지만 채무자에게 재산이 없거나 있더라도 재산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강제집행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소멸시효 기간이 다가오면 시효 연장을 위한 소송을 또 제기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에서 획기적인 판결이 선고돼 화제가 됐다. 그동안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이행소송을 제기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돈을 돌려받지 못해 소멸시효 만료가 임박한 경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소송을 다시 걸면서 처음과 마찬가지 형태의 이행소송도 제기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는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는 ‘재판상의 청구’에 에 대해서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한편 채권자는 이행소송과 확인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해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언뜻 보기엔 이행소송과 확인소송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은 소멸시효 만료가 임박하지 않더라도 제기할 수 있고, 쟁점이 단순화돼 불필요한 심리가 줄어든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위 판결은 채권자 보호에 좀 더 충실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다.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그때부터 새롭게 소멸시효 기간을 진행하게 하는 제도도 있는데 이를 '소멸시효 중단'이라고 한다. [사진 pixabay]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다.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그때부터 새롭게 소멸시효 기간을 진행하게 하는 제도도 있는데 이를 '소멸시효 중단'이라고 한다. [사진 pixabay]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다.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그때부터 새롭게 소멸시효 기간을 진행하게 하는 제도 역시 함께 두고 있는데 이를 ‘소멸시효 중단’이라고 한다.
 
민법에서는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멸시효 중단 사유 중 하나인 ‘청구’는 재판상 청구, 지급명령과 같은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통한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단순히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청구에 포함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형식 없이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요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를 통지하는 것을 ‘최고(催告)’라고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는 의미로 쓰이는 청구라는 표현은 사실 법률적으로는 최고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고 후 6개월 내 추가 조치해야 효력 인정
그런데 단순히 말로만 최고하면 최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내용증명 우편이 많이 사용된다. 민법에서는 최고 역시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특이한 점은 최고만으로는 완전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6개월 이내에 재판상 청구 등을 해야만 효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용증명만 발송하고 추가적인 조처를 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 소멸시효 제도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엄연히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더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면 그 억울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황당한 억울함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권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그때그때 필요한 조처를 하는 수밖에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수명이 다해가는 권리는 없는지 돌아보자.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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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