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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2 아닌 무한대…발명보다 기존 기술 융·복합하라

[홍병기의 CEO 탐구]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벤처기업협회장
지문 인식 보안 시스템의 개발을 주도해온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한국 경제 생태계에 이제 융·복합 시대에 맞는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문 문양을 겹쳐 이중 촬영했다. [김경빈 기자]

지문 인식 보안 시스템의 개발을 주도해온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한국 경제 생태계에 이제 융·복합 시대에 맞는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문 문양을 겹쳐 이중 촬영했다. [김경빈 기자]

안건준 크루셜텍(주) 대표이사(53)는 2001년 안정적인 대기업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모바일 생체 인식 모듈 전문생산업체를 창업해 시장을 선도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이다. 지난해 2월부터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아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벤처업계를 대신해 거침없는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아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안 대표가 내다보는 미래는 항상 긍정적이다. 그는 이제 한국 경제 생태계의 중심이 융·복합시대에 맞는 성장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를 만나 경영 철학과 인생관을 들어봤다.
 
창업 당시 이야기부터 해보자.
“처음엔 광통신 모듈 전문업체로 창업했다. 그러나 창업 직후 3년여에 걸쳐 정보통신기술(IT) 버블 붕괴가 이어졌다. 나스닥 시장을 휩쓸던 내로라하는 광통신 회사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회사 장래를 고민하다가 나노기술을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용하는 기술에 전념하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휠을 돌려서 마우스처럼 활용하는 옵티컬 트랙패드(OTP)를 개발해 블랙베리 폰에 탑재한 게 유명해진 계기가 됐다. 스마트폰 전용 지문 인식 모듈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회사 이름을 ‘크루셜(crucial)’로 지은 것도 ‘입에 거품을 물고, 독종같이, 남다른 우수함을 추구한다’는 뜻을 담기 위한 것이다.”
 
지문 인식 기술 개발을 택한 이유는.
“최근 기술의 추세는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에 주력하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융·복합하는 게 대세다. 기존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융·복합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문 인식 기술도 광 마우스를 뒤집어서 사용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보안 분야에 이어 앞으로 각종 주문 결제는 물론 TV 리모컨 스위치에 장착해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파악하거나 특정 채널을 추천하는 경우까지 널리 활용할 수 있다.”
 
 
사드 때문에 위기 겪어 재도약 노려
 
크루셜텍 판교 사옥 전경.

크루셜텍 판교 사옥 전경.

최근 사업이 많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3월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의 여파로 전체 매출의 60~70%가 감소했다. 처음엔 화웨이 등 중국의 파트너 업체들이 미팅을 슬슬 피하더니 주문 물량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사드와 관련된 움직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심각한 경영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아직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국내업체 쪽으로 납품선을 돌리면서 내년 상반기 중 경영 실적 턴 어라운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속 가능한 시장 파트너로서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다. 접는 디스플레이에 지문 인식 기술을 탑재하기 위해 내년 중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전체 화면 중 아무 곳이나 눌러도 지문 인식이 가능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CEO만 17년째다. 나름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창업 초기엔 모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만 남더라. 남들이 좋아하는 사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업을 했던 것이었다. 사업계획서를 보다 철저하게 쓰고, 자금 확보·운용에서 제품 개발·생산과 법률 적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을 빈틈없이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영의 기본이다. 이런 단계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 실패하고선 남 탓이나 운수 탓만 한다. 자기 탓을 해야 한다.”
 
다른 노하우가 있나.
“사주 명리학에 관심이 많다. 이 역시 일종의 빅데이터라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내가 가는 길이 과연 맞는지 고민할 때 참고하곤 한다. 신문도 많이 본다. 우리 업계는 첨단 업종이기 때문에 호·불황에 대한 판단보다는 트렌드가 중요하다. 업계의 최근 동향을 다룬 기사나 그와 관련된 분석 보고서와 데이터들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추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실물 경제의 관점에서 최근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2018년은 내외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노력은 많이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제운용 결과를 놓고 보면 실망스럽다. 경제는 무엇보다 결과로 말해야 한다. 시속 100㎞로 달려도 옆 차가 200㎞로 달리면 내 차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옆에서 일본과 미국이 훨씬 빨리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직 판단을 유보하지만 2기 경제팀의 결과를 기대하고, 주목하고 있다. 민간 부문과 많은 소통을 하길 바란다.”
 
벤처업계 차원에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강조하며) 과감한 규제 개혁 하나로 집약된다. 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곤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최근 9년 동안 새로운 규제가 1만 개나 생겨났지만 풀어준 규제는 고작 900개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 반이나 남았지만, 경제 생태계는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둘러서 해결해야 할 때다. 공유경제와 바이오산업, 의료산업의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남이 하기 힘든 어려운 창업 택하라
 
최근 공유 경제가 유행이다. 국내에선 카카오 카풀에서 보듯 논란이 많다.
“공유 경제는 이미 전 세계에서 대세가 됐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다른 경쟁국에 다 빼앗기게 된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다. 카카오 카 풀만 해도 전국의 택시기사만 30여만 명이다. 그 가족까지 합치면 1백만 명이 넘는 사회적인 문제다. 이를 카카오 같은 민간 회사에만 합의를 이뤄내라고 책임을 맡겨놓을 순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자꾸 뒤로만 미루지 말고 격정적인 끝장 토론을 거쳐서라도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최근 들어 기업 기죽이기가 심각하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기업 기죽이기가) 그동안 너무 심했던 게 사실이다. 순수 창업보다 기존 기업이 추가 성장(scale-up)이 이뤄질 때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 생태계의 중심을 추가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에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한 기업의 사기 진작은 우선적이다.”
 
평소 생활신조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란 말을 항상 명심한다. 사람이 뜻을 정하고 행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항상 나의 뜻과 가야 할 방향을 뚜렷하고 명확하게 정해 놔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막연하게만 생각하기보다는 죽기 살기 식으로 행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회사 밖에서의 생활 이야기가 궁금하다.
“집에 가면 항상 새벽 1, 2시쯤 늦게야 잠자리에 드는 올빼미형이다. 잠자기 직전의 시간이 나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잠이들락 말락 할 때 천재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내일 아침에 회사에 가서 빨리 해결해야지’하는 생각에 자기 전에 항상 메모하는 게 습관이 됐다. 주말엔 주요 명산을 찾아 트래킹에 나선다. 회사 임원들을 늘 동행하는데, 함께 걸으면서 격의 없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 회사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
 
독특한 취미가 있을 법하다.
“한 번 읽은 책을 소중하게 보관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남에게는 새 책을 사서 선물한다. 10여 년 전부터 경영 서적 위주로 모아놓은 책이 500여 권쯤 된다. 시간 날 때마다 손 때 묻은 책을 펴보며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마음자세와 기분·감정을 다시 느껴보곤 한다.”
 
나만의 보물을 꼽는다면.
“2014년 판교 벤처밸리에 문을 연 10층짜리 사옥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 설계에서부터 직접 참여해서 지은 건물이다. 연구소 중심의 건물을 만들기 위해 1~3층에 사무실을 아예 없애고 실험실용 클린 룸과 회의실 등만 갖췄다. 건물을 오갈 때마다 바라보며 의지를 다진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융·복합시대에서 1+1은 2가 아닌 무한대가 될 수 있다. 세상을 한발만 물러서서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보인다. 새로운 아이디어만 발굴하려 애쓰지 말고 기존의 아이디어를 융·복합해 봐라. 창업을 한다면 이왕이면 남이 하기 힘든 어려운 창업을 해라. 쉬운 창업은 쉽게 망한다. 쉬운 창업을 택하기보단 전략과 계획이 있는 기술 창업을 하라.”
 
[글씨로 본 이 사람]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자신감 넘쳐
안건준 회장 글씨

안건준 회장 글씨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이사의 글씨(사진)는 다른 사람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과시형보다는 실속형에 속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글씨 모서리의 각이 두드러지지 않고 부드러운 것은 성격이 밝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속도가 빠르고, 적응력이 있거나 친밀함이나 관대함을 상징한다. 글씨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이다.
 
한 획으로 하나의 글자를 모두 다 쓰는 연면형(連綿型)의 필체도 분석 포인트다. 정서가 풍부하며, 자신감이 있으며, 사물의 연결과 관계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구성된 점을 이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안건준 회장
● 부산대 기계공학과 졸업
● 1990~1997 삼성전자 기술총괄본부 선임연구원
● 1997~2001 ㈜럭스텍 최고기술경영자(CTO)
● 2001~현재 크루셜텍㈜ 대표이사
● 2017~현재 벤처기업협회장 
홍병기 경제 전문기자/중앙 콘텐트랩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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