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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치닫는 브렉시트 드라마…이젠 ‘노딜’ 대책까지

메이 총리. [AFP=연합뉴스]

메이 총리. [AF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가 정말 일어납니까?”
 
2016년 6월 23일 영국 유권자들이 3.8%포인트 차이로 EU 탈퇴를 결정한 후 2년 반이 지났지만, 브렉시트 과정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특히 이달 들어 영국 집권당 내의 내분이 격화돼 당수 불신임 투표라는 ‘전쟁’까지 치렀다. 영국하면 보통 떠올렸던 의회 민주주의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이미지가 이제 먼 나라의 일처럼 들린다.
 
지난달 25일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조약에 합의했다. 이 탈퇴조약 가운데 영국의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국경통제 없음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backstop, 백스톱)이다. 영국과 EU 모두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국경통제가 다시 도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의 관세동맹에서 탈퇴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과도기(2020년 12월 31일, 양측의 합의로 연장 가능)가 끝난 후 아일랜드 섬의 북쪽과 남쪽에 국경통제가 필요하다. 단순한 국경통제 재도입이 아니라 20년 전 체결된 북아일랜드평화협정(벨파스트협정)이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당시 이 협정에서 EU는 평화 보장자로서 역할을 부여받았고 이를 충실하게 수행해왔다. 그런데 브렉시트는 매우 어렵게 일궈낸 북아일랜드 평화 과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아일랜드 내 친영파 정당은 신속한 EU 탈퇴를, 반면에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하면서 EU 잔류를 지지한 정당 신페인은 북아일랜드 내 국민투표를 조속하게 해 아일랜드와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자고 나섰다.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논란이다. 국경통제 없음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신통상관계를 체결해 국경통제가 불필요할 때까지 현재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합의다. 즉 신통상관계가 체결될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의 단일시장 규정을 적용받게 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루빨리 주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말로만 브렉시트인 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19년 1월 중순에 메이 총리는 탈퇴조약을 다시 하원 비준에 회부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써는 비준 가능성이 희박하다. 메이는 비준 회부를 최대한 늦추고 2차, 3차 표결까지 감행해 반대하는 보수당 의원들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이다. 그리고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겨냥해 탈퇴조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 혹은 제2 국민투표 실시로 브렉시트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계속해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전술이 통할 것 같지는 않다. 브렉시트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이게 초래한 불확실성 때문에 영국 경제는 유로존과 비교해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최소 0.7%포인트 정도 뒤처졌고 2019년까지도 이 정도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첫 달부터 영국 하원은 탈퇴조약 비준 여부를 두고 씨름할 것이다.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조약 비준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일부 의원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노르웨이 플러스’(탈퇴조약을 비준하고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내용)도 과반을 얻지 못할 상황이다. 대의 민주주의 모국 영국에서 의회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4일 하원에서 집권 보수당 일부 의원과 야당인 노동당, 자유민주당 등이 힘을 합쳐 탈퇴조약이 비준되지 못하면 의회가 향후 대책을 주도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탈퇴조약이 비준되지 않으면 정부가 의회에 21일 안에 대책을 보고하게 돼 있는데 의회가 그 대책을 수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노딜 브렉시트’만이라도 막아보자는데 여야가 힘을 합쳤지만 막상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엔 상당한 격론이 예상된다.
 
제1야당 노동당은 제레미 코빈 당수가 유럽통합을 반대하는 인물이어서 집권 보수당의 이런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EU와 재협상을 하고 관세동맹 잔류를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노동당은 공식적으로 조기 총선을 선호하지만 이는 하원 재적의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권 보수당이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 집권당이 자칫 불리할 수 있는 조기 총선을 원할 가능성은 작다. 결국 막판에 탈퇴조약이 부결되고 조기 총선이 어려워지면, 제2 국민투표가 최후의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 정치학자들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결국에는 노동당이 국민투표 재실시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브렉시트 드라마를 걱정스럽게 주시해왔고 자칫 잘못하면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 호재를 제공할까 우려해 말을 아껴왔다. 이제까지 EU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영국에서 조기 총선이나 제2 국민투표와 같은 큰 상황변화가 있어야만 영국의 EU탈퇴 시한을 만장일치로 연기해 줄 수 있을 듯하다. 영국은 기해년 3월 29일 밤 11시(영국시간)에 EU를 탈퇴하기로 예정돼있다. 양 측 모두 최악의 경우인 노딜 브렉시트를 대비해 긴급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절정으로 치닫는 브렉시트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가 초불확실성이다. 이 단어는 올해 국제정치경제를 특징짓는 핵심어였다. 기해년에도 이런 초불확실성이 잦아들지 않을 듯하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전쟁은 무섭게 추격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패권경쟁의 하나이기 때문에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바라지만 최악을 대비하라.’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국내총생산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인 우리는 대외경제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잠시 휴전 중인 무역전쟁, 예측이 매우 어려운 브렉시트 과정 등. 지속할 초불확실성에 대비한 치밀하지만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팟캐스트 안쌤의유로톡 운영자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팟캐스트 안쌤의유로톡 운영자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팟캐스트 안쌤의유로톡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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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