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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전 여성부장관도 걱정하는 남성노인문제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요즘 나는 여성문제보다 남성노인들 문제가 더 걱정이다.”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전 여성부장관을 지낸 선배는 ‘남성노인소외’를 얘기했다. 이젠 정부도 사회도 과거 여성운동 하듯 ‘남성노인해방운동’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성교육과 성평등운동 현장을 지켰던 시니어 여성들의 공부모임에서다. 반박은 없었다. 이 모임의 여성들은 남성노인소외에 대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했다. 사례들도 쏟아졌다.
 

백세 시대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거리 헤매며 삶을 견디는 노인들
제도는 치료·생계 등 생존만 지원
노인기 존엄한 삶 유지토록 하려면
사회제도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요즘 은퇴한 남성들 사이에선 ‘5000원으로 하루 살기’의 다양한 비법을 공유한다고 했다. 무료탑승이 가능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체험들이 주류인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2~3명이 할 수 있는 일 등이 종류별로 있단다. 두 명이 할 수 있는 ‘대박’ 중 하나가 인천공항행. 인천공항 푸드코트엔 비행기 시간에 쫓긴 탑승객들이 남기고 가는 음식들이 많은데 이 음식들로 끼니를 때울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해 대박이라는 것이다. 혼자는 쑥스럽고, 세 명 이상은 번거롭고, 두 명이 적당하다는 게다. 집에선 눈치가 보여 나가긴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각종 비용절감형 시간 소비 방식 개발에 골몰하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며 그 시대를 이끌었던 ‘사회역군’들의 요즘 모습이었다.
 
우리 사회의 노인소외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주 미국CNN은 한국 노인범죄의 급증을 다룬 특집기사를 홈페이지 톱기사로 올렸다. “한국에선 10대보다 노인을 조심하라”로 시작된 기사에선 경찰청 통계를 인용했다. 이 통계는 65세 이상 노인 범죄가 지난 5년 동안 45%, 살인·방화·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70.2% 늘었음을 보여준다. 노인재범률은 30%로 일반적 재범률(20%)보다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도소에는 노인 건강을 지원하는 여러 장치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노인들이 사회보다 교도소를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는 멘트도 전했다. 물론 노인소외는 남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노인범죄 피의자 수에서 남성이 여성의 4배 이상이 되는 등 압도적이어서 더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어쨌든 수많은 노년층이 대책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가운데 인간의 수명은 계속 확확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100세 이상 인구가 4793명으로 10년 새 3배가 늘었고, 40년 후엔 10만 명이 넘어설 걸로 정부는 추산한다. 수명연장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한다. 미국의 IT산업을 이끌었던 실리콘밸리는 이미 수명연장기술 연구로 업종이 바뀌고 있고, 선진국들은 평생 건강하게 살다 마지막에 짧게 앓고 죽는 ‘질병의 압축’과 ‘생물노화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는 조만간 도래할 거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자조적 농담은 이제 공포스러운 현실로 다가온다. 100세 시대를 공포라 하는 것은 기술과 시대의 발전 속도는 빠른데 사회의 준비와 사람들의 의식(意識) 변화 속도는 더디게 느껴져서다. 정부는 매년 고령화 대책을 내놓지만 요점은 하나다. 질병관리와 생계형 복지. 고령화시대를 인구가 짐이 되는 ‘인구 오너스(Onus)’사회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여전히 인간을 ‘생산성’기준으로 판단하는 전근대적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일 거다. 지금까지 인간의 생은 생산성을 기준으로 노동과 부양의 시기로 나뉘었다. 노동의 시기는 길었고, 부양의 시기는 짧았다. 생산성은 나름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이젠 은퇴 후 40년, 한 번의 생을 더 살아야 한다. 생계형 물리적 생존이 아닌 존재와 존엄으로써의 삶을 지지하도록 의식과 제도가 빠르게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생산성 문제도 그렇다. 앞으로의 세상은 AI와 드론이 많은 부분의 인간노동을 대체하게 될 거다. 육체적 생산성이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생산성 해방시대 삶의 방식은 분명 달라질 거다. 또 뇌과학자인 류인균 이화여대의대 교수는 노년기 분노와 우울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많은 문제들이 ‘전두엽의 퇴행’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두엽은 독서와 공부, 지적인 대화 등으로 활성화시킬 수도 있단다. 40~60대에 또 한 번의 의무교육 또는 지적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교육 도입 등 교육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 준비에 과거의 경험은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복지 일변도 대책은 앞으로 전개될 시대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가 아닐 수 있다. 노인에게 잉여의 삶을 거리에서 헤매도록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전대미문의 100세 시대 앞에서 우리 생각의 디멘전(dimension)부터 바꾸지 않으면 유토피아가 될 시대를 디스토피아로 맞게 될지도 모른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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