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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앞두고 호적 나이 바꾼 A씨, 정년 늦출 수 있을까

기자
김용우 사진 김용우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3)
갑질이 난무하는 사회다. 하지만 법 앞에 권력이 군림할 수 없다. 갑이 을이 될 수도,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분쟁의 최전선에서 쌓은 내공을 통해 갑질에 대처하는 법(法)을 소개한다. <편집자> 
 
공기업에 다니는 A 씨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간 가족관계등록부(호적)상 생일과 회사 인사기록부에 적힌 생일이 달라도 별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이 때문에 정년이 1년이나 차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호적상 생일을 실제 생일로 정정 신청 
예전엔 빨리 입학하기 위해, 혹은 연소자를 우선하는 제도 때문에 1,2월생을 전년 12월생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흔했다. [사진 pixabay]

예전엔 빨리 입학하기 위해, 혹은 연소자를 우선하는 제도 때문에 1,2월생을 전년 12월생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흔했다. [사진 pixabay]

 
예전엔 호적과 실제 생일이 불일치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빨리 입학하기 위해, 혹은 입시에서 동점자일 경우 연소자를 우선하는 제도 때문에 1, 2월생을 전년 12월생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흔했던 것이지요. 1959년 1월생인 A 씨도 조기입학을 목적으로 출생신고를 한 달 빨리했습니다.
 
그런데 서류상 가짜 생일 탓에 정년이 1년 당겨질 수 있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법원에 “그동안 호적에 기재된 생일이 실제 나이보다 한 살 높게 잘못 등록됐다”며 정정 신청을 해, 호적상 생년월일을 정정했습니다. 서류상 한 살 많게 살던 A씨가 다시 젊어진 건데요. 이후 회사에도 바뀐 기록대로 정년퇴직예정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인사규정이 A 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회사가 ‘정년산정일은 임용 시 제출한 직원의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상의 생년월일로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A 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느닷없이 정년을 앞둔 시기에 정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뜻도 숨겨 있었을 테지요.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어땠을까요. “정년은 실제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A의 경우 정정된 호적상 생년월일에 맞춰 정년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정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하면 A씨가 60세에 미달한다”며 “법에 위반된다”는 게 법원의 논리였습니다.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다249236 판결).
 
실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정년 60세 연장법’이라고도 불립니다. 법 시행 전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권고하되 회사별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해 놨더라도 60세까지는 무조건 보장해줘야 하지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일명 '정년 60세 연장법'이라고도 불린다. [제작 유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일명 '정년 60세 연장법'이라고도 불린다. [제작 유솔]

 
제19조(정년)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
 
참고로 여기서 정년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합니다. 만으로 생일이 되기 전 일률적으로 퇴직처리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인데요. 가령 60세가 된 직원을 모두 6월 30일이라는 특정 시점에 퇴직시킨다고 가정해보죠. 7~12월생은 만 60세가 되기 전에 은퇴하는 것이므로 법에 위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A 씨처럼 실제의 생년월일과 호적의 생년월일이 다른 경우 논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A 씨는 법정 싸움에서 이겨 실제 생일에 맞춰 정년퇴직할 수 있게 됐지만, 대법원이 유사한 사건에서 정반대로 결론을 내린 경우도 있습니다.
 
사단법인에 근무하는 B 씨가 그렇습니다. 그는 A 씨처럼 1957년 12월 14일로 잘못 기재되어 있는 호적을 실제 생년월일인 1958년 2월 2일로 바꾸었는데요. 회사는 역시 인사규정을 근거로 대며 서류상 생일에 맞춰 정년을 계산한다고 주장했지요.
 
인사규정이 ‘정년 60세 연장법’이 적용되기 직전에 도입됐고, 당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게 사 측의 논리였습니다. B 씨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청에 진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서류상 가짜 생일에 맞춰 정년이 1년 당겨졌습니다.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 건 노조의 동의라는 요인 때문이었습니다. B 씨는 정정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계산한 다른 직원의 사례를 들면서 노사는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정하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는데요.
 
A 씨와 B 씨의 운명이 갈린 건 노조의 동의라는 요인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인사규정이 다소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노조의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면 유효한 것이라고 봤다. [중앙포토]

A 씨와 B 씨의 운명이 갈린 건 노조의 동의라는 요인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인사규정이 다소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노조의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면 유효한 것이라고 봤다. [중앙포토]

 
대법원은 인사규정이 다소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정년 60세 연장법’이 시행되기 전 노조의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면 유효하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두41082 판결).
 
B 씨가 주장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지요. B 씨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갑질을 하는 것이라 항변할 수 있겠지요. 하루라도 퇴직을 늦추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B 씨는 인사규정의 의미를 알았다면 당연히 신설 당시 동의하지 않았을 거라 하소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형평성 문제 야기하는 호적상 생일 바꾸기
하지만 지금까지 1957년생으로 잘 살아왔던 B 씨가 정년이 임박한 시점에서 서류를 정정해 1958년을 기준으로 정년을 늦춰 더 근무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간 한 살 많게 살면서 1958년생보다 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진급도 그만큼 빨리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아무리 실제 생일에 맞춰 정정하는 것이라 해도 정년을 코앞에 두고 생일을 바꿔 1년 더 시간을 번다면 다른 직원 입장에선 오히려 특혜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겁니다. 명시적인 표현은 없지만, 대법원 역시 그런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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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