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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멤버 전태관 암투병 끝 별세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전태관이 지난 1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제27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전태관이 지난 1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제27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2인조 남성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전태관이 오랜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56세. 
평생의 음악동지이자 밴드 동료인 김종진은 28일 SNS를 통해 "지난 27일 밤 드러머 전태관 군이 세상을 떠났다. 전태관 군은 6년간 신장암 투병을 이어왔지만 오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대학(서강대 경영학과)시절 밴드활동을 했던 고인은 1986년 고(故) 김현식이 결성한 밴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데뷔했다. 이후 조용필, 김수철 등의 세션으로 활동하다 1988년 김종진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을 만들어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내 품에 안기어'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퓨전재즈 같은 실험적인 시도를 비롯, 블루스·록·펑크·어덜트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30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2년 발표한 7집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외환위기 여파로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가가 됐다. 
 고인은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왔다. 2012년 신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2014년 어깨에서 암이 또 발견됐다. 암세포가 몸 곳곳에 전이된 고인은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힘든 투병을 해왔다. 지난 4월에는 암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1월 '제27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던 게 공식석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왼쪽)과 전태관 [뉴시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왼쪽)과 전태관 [뉴시스]

  
김종진은 지난 10월 투병중인 동료 전태관을 위해 후배가수들과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냈다. 앨범수익금 전부를 전태관의 치료비에 쓰자는 취지였다. 윤종신, 윤도현, 십센치, 장기하, 오혁, 어반자카파, 이루마, 데이식스, 대니정 등이 참여했다. 이 앨범에서 윤종신이 작업한 '첫사랑' 리메이크에 전태관의 드럼 사운드가 그대로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년 1~2월 밴드의 30주년 기념공연도 준비중이었지만, 전태관이 세상을 떠나면서 더이상 봄여름가을겨울의 완전체 공연은 볼 수 없게 됐다. 김종진은 최근 전태관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모든 공연, 방송 스케줄을 중단하고, 친구의 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은 SNS를 통해 "전태관 군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이었으며 여기에 과장은 없었다"며 "음악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인품을 겸비한 전태관 군은 한국음악 역사상 뮤지션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가장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드러머였다"고 추모했다.   
그는 데뷔 30주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전태관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을 시작하며 함께 정했던 '투 두 리스트(to do list)' 중 아직 지키지 못 한 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하게도 하나 빼고 다 이뤘다. 버스 타고 다니던 시절에 '그랜저를 타고 한 손으로 핸들 돌리면서 1만석 공연장에 들어가는 대단한 뮤지션이 되어보자'고 했는데 그런 것도 이뤘다. 또 백발이 성성해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자고, 또 무대 위에서 죽자고 했다. 하지만 아직 그걸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이루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무대 위에 올라서, 다 갖춰진 무대에서 음악을 해야지만 무대 위에서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딛는 모든 땅이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무대에서 우리 음악이 나오다가 떠나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백발이 성성해도 섹시한 뮤지션으로 무대 위에서 죽자'던 36년 지기 친구의 다짐은 안타깝게도 미완의 약속으로 남게 됐다. 유족으로는 딸 하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1일 오전 9시.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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