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아탈리 칼럼] 최상위 부자에 세금 걷어 평등을 이룰 수 있을까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최근 발생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를 놓고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보면 새삼 분명한 사실이 떠오른다. 극빈층의 생활고를 신속하게 덜어주고, 불평등 심화라는 오늘날의 세계적 상황을 개선하고자 할 때 유일한 해결책은 최상위 부유층 과세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주요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각자 몫을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는 게 사과 타르트 쪼개는 것처럼 간단치 않다는 것을 잊고 있다.
 
자본 이동의 자유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본 원칙이 되어 있어 최상위층 부자들은 소유 자산 가운데 부동산뿐 아니라 현금성 자산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그들이 보유한 재산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부는 달갑지 않은 과세를 피하고 싶다면 언제든 내키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 ‘신사회 계약론’이나 ‘세계자본 신분배론’의 개념을 둘러싸고 유행 중인 많은 논의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다.
 
결국 많은 국가가 문제의 최상위 부유층 과세를 실현하지 못하는 까닭에(그들이 국적을 옮기는 것은 아닐까 두렵거나 아니면 이미 국적을 옮겼기 때문에) 주로 조금이나마 재산을 소유한 이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이들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해서 맞닥뜨리게 된 끔찍한 결론은 무엇인가? 진정한 의미의 불평등 감소와 자본 이동 자유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자본 이동의 자유를 철회하고, 국경을 폐쇄하며, 기업의 재무 관리와 개인의 사업·여행·구매·휴가를 위한 자유로운 외화 구입을 금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자본 이동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해외 투자의 지속적 유입도, 그로부터 파생되는 일자리 창출도 바라기가 어렵다. 자본 통제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듯 보이는 중국 같은 나라조차 반대 사례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자본이 들어왔다 해도 투자자들은 그 거대한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해낸 뒤에 그 시장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쓴다.
 
아탈리 칼럼 12/28

아탈리 칼럼 12/28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불평등 감소 계획을 접어야만 할까? 아니면 요즘 어디에서나 다들 그러듯, 주로 중산층에서 극빈층에 지급할 생존 자금을 거둘 것인가? 이런 식의 대처는 최극빈층의 만족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중산층의 반란을 유발한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부를 누리는 최상위 부자들의 열띤 호응 속에 말이다.
 
이런 모습이 오늘날 벌어지는 토론에서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이고,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좌파든 우파든 철저히 은폐하는 것이다. 지지하는 입장은 서로 다르다고 하나, 행동에서만은 완벽한 합의를 이루고 있다.
 
세상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상적으로는 ‘세계 정부’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민주적 절차로 결정된 세계 정부는 모든 성격의 상·하한 소득과 재산에 대한 허가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현재 인류가 가진 능력 밖의 일이자 반드시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방법은 또 있다. 더 어렵고 덜 선동적이라서 미디어의 시선을 크게 끌지 못할 뿐, 효과 면에서는 탁월하다. 이 방법은 인력과 상품의 자유 이동 지역 내에서 균등한 자본 과세 규칙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회적·환경적으로 유용한 기업에 재투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식 투자 자본에도 부동산 자본처럼 과세하는 것이다. 또한 제삼자의 도움 없이 생존하기 힘든 모든 사람의 최저 소득을 인상함으로써 가난을 최대한 줄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즉, 소수 부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과 사회적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비록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하지만,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 진입 기회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환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경제학자들이나 세법 전문가들의 손에만 맡겨 두기 어려운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안다. 이는 사회학자·법학자·교육자가 나서서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그 일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