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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뿔난 응칠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올해 출생아는 30만 명 남짓이지만 새해 열두 살이 되는 2007년생은 50만 명이다. 600년 만의 황금돼지해여서 복을 많이 받는다고들 했다. 바로 전해엔 결혼에 좋다는 쌍춘년까지 겹쳐 아기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선 사실은 내년 기해년(己亥年)이 진짜 황금돼지해란다. 좀 어리둥절하지만 정부든 업계든 12년 전 반짝 출산 붐을 되살리려고 안간힘이다.
 
‘재운이 좋다’는 돼지띠는 늘 인기다. 아버지뻘인 1971년생 돼지띠는 102만 명이 태어났다. 공식 통계상 동년배가 가장 많은,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동갑내기들이다. 경쟁을 달고 살았다. 콩나물 교실에 사상 최고 경쟁률 입시였다. 군대를 다녀와 대학을 졸업할 땐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금세 ‘삼팔선’(38세가 이직 마지노선), ‘사오정’(45세 정년)의 주인공이 됐다.
 
굴곡진 세상 굳세게 헤쳐 나온 71년 돼지띠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환호했던 핵심 지지층이다. 지금은 사회에서 부장급 중추고, 한 집안 가장으로 균형감도 갖췄다. 이들이 정권의 우군이란 건 문 정부의 큰 자산이다. 문제는 이들마저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조사에선 긍정과 부정 평가가 비슷해졌다. 반년 전엔 80%를 넘는 압도적 지지였다.
 
‘이영자’는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다. 재앙 수준의 취업난, 영남지역 러스트벨트화, 자영업 위기와 같은 경기침체가 원인이다. 하지만 40대는 ‘경제 위기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계층’이다. 정부 주요 정책이 30~40대에 초점을 맞춘 데다 아동수당 등의 복지 혜택까지 집중돼 정책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도 분통을 터뜨리는 건 말만 번드레하지 도무지 전 정권과 다름없는 오만과 독선에 대한 반감이다.
 
당장 청와대발 민간인 사찰 의혹이 그렇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후 ‘높은 기대에 등골이 서늘하다’며 유능한 정부, 높은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국정운영의 3대 원칙으로 내놨다. 알고 보니 청와대 안의 특별감찰반은 그때 학계·정치인·언론을 두루 뒤졌다는 거고, 사건이 커지자 미꾸라지 분탕질로 외면하고, 급기야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번졌다. 거기까지면 구태 답습의 무능에 부도덕이다.
 
더 심각한 게 겸손하지 못한 오기와 불통이다. ‘우린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는 게 해명인데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민간인 정보를 조사해도 사찰이 아니다’는 논리다. 그걸 적폐로 처벌하고 있는 정권이고 야당 땐 ‘탄핵 사안’ ‘대역죄’라고 펄펄 뛰었다. 또 있다. 대통령이 최저임금에 대해 많은 반성의 말을 쏟아낸 지 일주일 만에 정부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런데도 설명은 없고 청와대는 휴가를 떠났다.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냐’는 대통령 질문에서 ‘독대가 필요하냐’는 전임자의 유체 이탈을 떠올리는 것이다. 전임 대통령도 잘 해보려고 했을 것이다. 다만 대화와 설득이 부족했고 반대 의견은 훈계 조로 쏘아붙였다. 그걸 두들겨 패서 태어난 정권이다. 초반 커피 테이크아웃이고 뭐고 연출한 게 그런 뜻이었다. 불과 1년 만에 기자회견은 생략했고 질문엔 어깃장이고 ‘혼밥’이란 데자뷔다.
 
힘든 경쟁 앞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뇐 세대다. ‘기회는 공평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란 슬로건이 감수성에 꽂혀 있다. 그런데 의심이 커졌다. 민주당 70년대생 초선 의원 9명(응칠, 응답하라 70년대생)이 전국 순회 토크 콘서트에 나섰다. 응칠을 잡겠다는데 글쎄다. 전 정부 욕만으론 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왜 다른지 알리는 게 먼저다. 최저임금이든, 청와대 활극이든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대통령은 알릴 의무가 있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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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