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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의 마지막 선택…18번 탈옥한 은행강도

‘미스터 스마일’에서 실존인물 포레스트 터커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사진 티캐스트]

‘미스터 스마일’에서 실존인물 포레스트 터커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사진 티캐스트]

“스물 한 살부터 연기를 해왔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올해로 82세, 연기 경력 60년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몇 달 전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은퇴 이유다. 개봉을 앞둔 새 영화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당연히 영화 자체보다 훨씬 화제가 됐다.
 
그래서 부담을 느꼈을까. 얼마 뒤 몇몇 인터뷰에서는 “그런 말을 한 건 큰 실수”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마음을 돌렸다고 단언하긴 힘들 것 같다. 그의 말마따나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일단 그가 후회한 것은 “말 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대신에 공개적으로 은퇴를 언급한 점이기 때문이다.
 
27일 개봉한 ‘미스터 스마일’은 그래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마지막 영화로 불린다. 은퇴를 염두에 두고 고른 영화라면, 꽤 멋진 선택이다. 지극히 신사적인 은행강도라는 희한한 역할이 그에게 더없이 어울린다. 돌아보면 그는 ‘내일을 향해 쏴라’(1969)에선 폴 뉴먼과 함께 낭만을 즐기는 열차강도였고, ‘스팅’(1973)에선 악당을 멋지게 골탕 먹이는 사기꾼이었다. 분명 범죄자인데도 응원하고 싶은 매력이 뚜렷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 포레스트 터커 역시 극악무도한 범죄자와는 거리가 멀다. 총이 든 안주머니를 가리키며 은행 강도임을 밝히는 말투부터 매너를 갖췄다. 1980년 전후가 배경인 이 영화에는 요즘 시대와 다른 느긋함이 흐른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사람을 해치는 일 없이 비교적 소액을 털어가는 노인 강도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경찰은 없다. 형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형사 존 헌트(케이시 애플렉 분)가 눈앞에서 은행털이를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포레스트의 몸에 배인 신사적인 매너는 초로의 여인 쥬얼(씨씨 스페이식 분)에게 다가가갈 때도 발휘된다.
 
포레스트의 은행털이처럼, 영화의 전개 역시 물 흐르듯 유려하고 경쾌하다. 디지털이 아니라 슈퍼 16mm 필름으로 촬영한 화면은 70~80년대의 재현을 넘어 당시에 찍은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실감을 준다. 연출을 맡은 데이빗 로워리는 특수효과 없이 귀신의 절절한 로맨스를 그린 ‘고스트 스토리’(2017)로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았던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서 얼굴 주름을 가감없이 내보이는 레드포드가 젊은 시절부터 미남이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 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 앞서 ‘위대한 개츠비’(1974)의 개츠비였고, 그가 감독한 ‘흐르는 강물처럼’(1992)의 브래드 피트가 단박에 눈길을 끈 것도 젊은 레드포드의 판박이 같은 외모 덕이 컸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5)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파헤치는 기자 등 폭넓은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배우로서 상복은 없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스팅’으로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한 적 없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는 이번의 ‘미스터 스마일’로 후보에 올라 있다.
 
반면 감독으로서 레드포드는 연출 데뷔작 ‘보통사람들’(1980)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모두 감독상을 받았다. 배우·감독·제작자 등 다방면의 활동, 특히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해 독립영화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영화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의 통념과 좀 다른 결말, 하지만 ‘해피’가 아니라고 하기도 힘든 결말을 보여준다. 포레스트의 실제 삶을 반영한 결과다. 포레스트는 숱하게 감옥에 갔다가 무려 18번이나 탈옥에 성공한 실존 인물. 영화의 원제인 ‘노인과 총’(The Old Man & The Gun)은 포레스트에 대해 미국 잡지 뉴요커에 실렸던 글의 제목으로, 이 글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고기가 잡히든 아니든 꾸준히 바다로 나간다. 포레스트의 인생에도 자발적 은퇴는 없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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