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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의 판정승" 0.008%인 그들이 왜 국민을 이길까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결국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27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26일 추가 협상에 돌입했던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여야는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 회계의 분리 여부, 처벌 규정 도입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반대에 막힌 더불어민주당은 바른미래당과 동조해 유치원 3법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 트랙은 소관 상임위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규정이다. 하지만 본회의 상정까지 330일이 걸리기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입장에선 1년을 버틸 수 있다. 사실상 "한유총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찬열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찬열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0.008%의 위력=전국의 사립 유치원 수는 4220개로 이 중 75%인 3200여곳이 한유총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즉, 전 국민의 0.008%에 불과한 회원 수 임에도 정부·여당의 압박을 뚫고 입법 저지에 성공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엔 한유총의 조직적 대응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한유총은 일단 사과 성명을 내는 등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주장 등에 대해 ‘가짜뉴스’, ‘정치적 선동’이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또한 유치원 3법 실시하면 폐업도 불사하겠다며 읍소와 압박의 '양동작전'을 펼쳤다.
 
전국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휴업 철회 기자회견 [중앙포토]

전국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휴업 철회 기자회견 [중앙포토]

 
일부 국회의원은 소신을 내세워 한유총 집회에 격려 방문했다. 여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민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유치원 3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후원금도 있지만,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사립 유치원과 마냥 척을 지기는 어렵다. 대형 사립유치원은 지역에서 20~30년가량 터를 잡은 사실상 지역 유지"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이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가로막은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엄포했지만 실제로 선거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한유총’ 카르텔이 더 위력적이라는 이야기다.
 
11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주최로 유아교육법 24조 2항 개정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11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주최로 유아교육법 24조 2항 개정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020년 총선 직전에 유치원법을 처리하게 되면 여당도 눈치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 정예 100명이 일반인 1만명을 너끈히 감당하는 세태다. 특정 이익집단의 ‘진지전’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종합감사가 10월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외협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종합감사가 10월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외협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카풀 도입 막아낸 0.2%=택시 기사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카풀 도입 문제도 비슷하다. 전국의 택시기사는 1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2%다. 리얼미터가 10월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카풀 찬반 여론조사에선 찬성이 56%(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였다. 반대로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찬성의 절반 수준인 28.7%였다.
카카오가 도입한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를 열고 집회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카카오가 도입한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를 열고 집회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일 택시기사들의 시위 현장을 찾아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24일 “카풀 자체를 반대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한 발 빼기도 했다. 택시 기사들의 여론 영향력과 결집력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여야 정치권은 ‘카풀 도입’에 대해 서로 발뺌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의약품 확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에 지사제와 제산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약사회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약사의 국회 로비력이 막강해 진척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약사회는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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