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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가 낳은 남의 핏줄, 내 호적에서 지우고 싶은데…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66)
결혼하고 5년이 지나면서 아내에게 시들해졌을 때 친구들에게 한 말입니다.
“아내를 봐도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친구 사이보다 더 친밀하지 않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라도 하지만 아내는 매일 봐서 그런지 전혀 어떤 느낌도 들지 않는다. 하숙집 주인도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동거인이다. 아마 아내도 그럴 거다. 아내에게 딴 남자가 생긴다고 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이혼하자면 할 것이고, 용서해 달라면 뭐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을때 생긴 둘째가 제 아이가 아니랍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 pixabay]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을때 생긴 둘째가 제 아이가 아니랍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 pixabay]

 
돌이켜보면 정말 무책임한 말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우리 부부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어떤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요? 언제부터인지 아내가 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아내가 둘째를 가졌습니다. 저는 아이가 우리 관계를 다시 회복시켜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가 제 아이가 아니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내와 사이가 조금씩 좋아졌고, 아내도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 아내가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더는 같이 사는 것이 미안하다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아이 아빠가 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큰 아이는 제가 키우고 작은 아이는 아내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그러면 모든 법률관계가 정리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아내나 그 아이로부터 어떤 연락을 하거나 듣지 못하고 다시 6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새로 만난 사람에게 이혼하게 된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그 작은 아이는 친아빠 밑으로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보니 여전히 그 아이가 제 아이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매정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아이가 아니니까 제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우리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합니다(제844조 제1항). 위 규정의 효력은 강력해서 민법은 이런 친생추정을 받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의 경우 혼인 중에 작은 아이를 임신했으므로 민법은 작은 아이를 사례자의 아이로 추정합니다. 사례자는 작은 아이가 사례자의 아이가 아니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렇게 친생부인의 소는 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사례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이혼했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고 하니 그 기간이 이미 지났습니다. 만약 사례자가 소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부적법한 소송이라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사례자가 작은 아이가 임신한 기간 외국에 거주하거나 별거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작은 아이의 아빠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의 소를 통해서 부자 관계를 소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유가 없다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부모와 자녀 관계를 다투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법원은 친생추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유전자형의 배치 검사가 비교적 간단해 혈연관계의 유무 확인이 쉽고, 그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아 혈연관계가 없는 부자 관계를 강요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서울가정법원 2018. 10. 30. 선고 2018르31218 판결 등 참조)이 있었습니다.
 
그 판결에 따르면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고,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친생자 관계가 부존재함을 확인하는 소송이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사례자에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배인구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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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