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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동상인 30명 중 29명 “8350원 감당 못합니다”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일본식 라면 가게에서 사장 이모(63ㆍ오른쪽)씨가 직접 서빙을 하고 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오전 시간에는 이씨가 직접 주문을 받는다. 임성빈 기자.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일본식 라면 가게에서 사장 이모(63ㆍ오른쪽)씨가 직접 서빙을 하고 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오전 시간에는 이씨가 직접 주문을 받는다. 임성빈 기자.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둔 지난 24일 오전 11시. 기자가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의 한 일본식 라면 가게에 들어섰다. 사장 이모(63)씨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점심 손님 준비에 한창이었다. 육수를 우려낸 고기를 건져 내 묵묵히 칼질을 하고 있는 그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오르는 거 알고 계셨느냐”고 물었다.
 
“인건비야 매년 오른다지만…. 글쎄, 이번엔 또 얼마나 올려줘야 한답니까.”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라고 하자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14년 전 문을 연 그의 라면 가게. 장사가 잘됐을 땐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1층 7석, 2층 30석 자리가 꽉 찼다. 그와 직원 2명, 아르바이트 2명이 함께 일해도 모자랄 정도로 매출이 쏠쏠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임대료가 다락같이 오르고, 상권은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급격히 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최저임금이 오른 뒤 더는 버티기 어렵더라고요. 직원 2명을 한 명, 아르바이트생 2명을 1명으로 줄였죠. 모자란 건 이렇게 제가 먼저 나오고, 늦게 퇴근해서 채웁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그의 생각은 복잡했다. 그는 “다들 고생하는데 여력만 되면 올려주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여력’이 정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14년 만에 처음으로 저녁 시간 2층 장사를 접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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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8350원,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느새 5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준비는 안 됐다. 중앙일보가 24~25일 서울 중구 명동, 종로3가 일대 식당ㆍ편의점ㆍ노래방 등 최저임금 적용 업종 30곳의 내년도 최저임금 준비 실태를 긴급점검한 결과 18곳(60%)이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르는 줄 몰랐다”고 답했다. 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르바이트생 근로 시간 줄이기→아르바이트생 해고→주인 근로시간 증가→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는 곳도 많았다. 종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올해 그렇게 올랐는데 내년에 또 오르나. 인건비 줄여보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가족들까지 나와 일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8350원이란 시급에는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였다. 30곳 중 13곳(43%)이 현행 최저임금을 간신히 맞춰주고 있었다. 명동의 한 중식당 주인 김정일(43)씨는 “현재 아르바이트 시급을 7600원에 맞춰주고 있는데 너무 버거워 24일부터 음식값을 올렸다. 내년부터는 시급 아르바이트는 아예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의 한 편의점 주인 김철근(56)씨는 이제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했다.
 
“3년간 가족같이 일해온 아르바이트생이 있는데 이제 더 이상 올려줄 사정이 못 되네요. 지난해까지 내가 13시간, 직원이 11시간 일했는데 올해부터 내가 14시간, 직원이 10시간씩 일하는 식으로 버텼습니다. 내년엔 결국 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이 고되 최저임금보다 더 주던 곳도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8500원을 주고 있는 종로의 한 노래방 주인 김모(39)씨는 “8350원으로 오르면 그보다 더 얹어줘야 한다. 야간에 소위 ‘진상’ 고객이 많아 시급을 9000원 정도 주지 않으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매출이 충분해 8350원으로 올라도 괜찮다”고 답한 곳은 명동의 편의점 1곳이 유일했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 기준 일 8시간씩 20일 근무할 경우 월 120만4800원이다. 내년에 8350원으로 오르면 같은 조건일 경우 월 133만6000원이다. 아르바이트생을 4명 쓴다면 고용주 입장에선 월 52만48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 실태조사 보고서에 조사 대상 소상공인 업체 1204곳의 월평균 매출은 1560만원이다. 이 중 57%의 월 매출이 1000만원 이하다. 연합회는 이들 중 상당수가 매달 손에 쥐는 돈이 200만원 이하일 것으로 추산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명동의 한 미용실 주인 정모(35)씨는 “올해 월평균 250만원씩 손에 쥐었는데 내년엔 아르바이트생에게 줘야 하는 비용만 최소 50만원 이상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배모(53)씨는 “최저임금 올리는 걸 보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매출이 100이라면 인건비가 20을 넘기면 안 되는데 지금은 30을 넘는다. 종업원보다 사장이 적게 벌어간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인상에 대한 하소연도 나왔다. 명동의 한 옷가게 사장 최모(36)씨는 “아르바이트마다 편차가 너무 크다. 최저임금도 숙련도에 따라 차등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종로의 한 PC방 사장 조모(45)씨는"최저임금 받는 사람만 생각하지 말고 주는 사람도 고려했으면 한다. 최저임금을 이만큼이나 올렸으면 세금을 깎아주든지 숨통을 틔워줘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명동의 한 갈빗집 사장 신인철(68)씨는 “최저임금보다 더 주고 있어서 정부로부터 일자리 안정자금 보조도 못 받고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직원 급여를 낮춰 지원금을 챙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기환ㆍ임성빈 기자 khkim@joongang.co.kr
다락같이 오른 최저임금… 불붙는 찬반 논란
지난해 7월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선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의결했다. 지난해 최저시급(6470원)보다 1060원 올려잡았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뒤 가장 높은 인상액이었다. 인상률(16.4%)도 2001년(16.8%) 이후 최대였다. 올해 7월 14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2019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0.9% 올린 8350원으로 의결해 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2년 새 29.1% 오르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도 성장한다는 내용의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 공약 중 하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지지하는 측은 대한민국이 대표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 국가란 점을 앞세운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한 157만3770원이 결혼하지 않은 노동자 1인의 월평균 생계비(193만3957원)의 8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다. 한국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이 2015년 기준 2071시간으로 OECD 주요국가 중 멕시코(연 2255시간)에 이어 2위란 점도 근거로 든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반대하는 측에선 감내할 수준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논리를 편다.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증대돼 고용의 심대한 감소를 초래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측면에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반복될 경우 근로자의 지위상승 욕구가 약화되고 사업자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최저임금이 2019년에도 15% 인상될 경우 상대적 최저임금 수준이 OECD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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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