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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나는 물놀이와 동굴 탐험… 후끈한 정선 겨울 여행

올해 개장한 강원도 정선 ‘하이원 워터월드’. 젊은 남녀가 ‘아쿠아 플레이’에서 물벼락을 맞고 있다. 아쿠아 플레이는 1분 30초마다 약 1t의 더운물을 쏟아낸다. 하이원 워터월드는 실내 28도, 수온 32도를 유지해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놀이가 가능하다. 손민호 기자

올해 개장한 강원도 정선 ‘하이원 워터월드’. 젊은 남녀가 ‘아쿠아 플레이’에서 물벼락을 맞고 있다. 아쿠아 플레이는 1분 30초마다 약 1t의 더운물을 쏟아낸다. 하이원 워터월드는 실내 28도, 수온 32도를 유지해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놀이가 가능하다. 손민호 기자

겨울이 한결 깊어졌다. 수은주가 영하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잦아졌고, 얼굴 때리고 달아나는 바람이 독해졌다. 하여 겨울 여행은 따뜻해야 한다. 움츠러든 어깨는 물론이고 구부정한 몸도 한껏 펼 수 있어야 한다. 따뜻한 겨울을 찾아 강원도 정선 심심산골을 파고들었다. 미리 말하지만, 극기훈련 같은 건 아니었다. 순전히 포근하기 때문에 정선 여행을 감행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실내 워터파크에서 땀이 나도록 놀았고, 겨울이어서 따뜻한 동굴을 신나게 탐험했고, 옛 탄광촌의 기억을 떠올리며 훈훈한 정을 나눴다. 정선의 겨울은 깊어질수록 따뜻했다. 
 
 가장 넓은 실내 물놀이장
하이원 워터월드는 국내 워터파크 중에서 실내 면적이 가장 넓다. 손민호 기자

하이원 워터월드는 국내 워터파크 중에서 실내 면적이 가장 넓다. 손민호 기자

 올해부터 정선의 물놀이 계절은 겨울에도 이어진다. 아니 겨울이야말로 정선 물놀이의 계절일지 모른다. 지난 7월 ‘하이원 워터월드’가 개장했기 때문이다. 하이원 워터월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워터파크를 갖췄다. 
 
 지난 22일 하이원 워터월드를 방문했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시야부터 흐려졌다. 안경에 서리가 찼다. 실내외 기온 차가 30도를 훌쩍 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워터파크 밖은 영하 5도인데, 워터파크 안은 28도였다. 물 온도는 32도였으며, 가장 물이 뜨겁다는 노천탕 ‘유로스파’의 수온은 42도였다. 포근하다기보다 더웠고, 덥다기보다 뜨거웠다. 
노천탕인 '유로스파'. 평균 수온이 38~42도로 하이원 워터월드에서 가장 따뜻하다. 손민호 기자

노천탕인 '유로스파'. 평균 수온이 38~42도로 하이원 워터월드에서 가장 따뜻하다. 손민호 기자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하이원 워터월드는 하이원리조트 단지 안에 있다. 스키장과 숙소가 지척이다. 눈밭에서 뒹굴고 온수풀에서 물장구치기. 궁극의 ‘냉탕과 열탕 오가기’가 현실이 된 셈이다. 
 
 하이원 워터월드 실내만 둘러봤다. 전체 면적 2만5024㎡(약 7570평)으로, 1인 시설 면적이 7.6㎡(2.3평)에 이른다는 문태곤 사장의 설명이 실감 났다. 넓다기보다 여유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설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어린이 물놀이장이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에 자리한 안마의자는 누가 봐도 ‘엄마석’이었다. 하이원 워터월드는 국내 최초로 유모차 반입을 허락한 워터파크기도 하다.  
15㎝ 두께의 투명 아크릴을 바닥에 깔아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글래스 풀’. 손민호 기자

15㎝ 두께의 투명 아크릴을 바닥에 깔아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글래스 풀’. 손민호 기자

 물놀이 시설도 갖출 것은 다 갖췄다. 급류에 몸을 맡기는 ‘튜브 슬라이드’와 ‘바디 슬라이드’, 낙하와 회전을 동시에 느끼는 ‘스윙스타’에선 연신 비명이 터져 나왔다. 흐르는 물에 실려 떠다니는 ‘둥둥 리버’, 수심이 얕아 안전한 '베베풀', 1분 30초 간격으로 약 1t의 더운물을 쏟아내는 ‘아쿠아 플레이’는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15㎝ 두께의 투명 아크릴을 바닥에 깔아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글래스 풀’은 어른이어도 아찔했다.
 
 하이원 워터월드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물이다. 겨울에도 더운물을 트는 워터파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물을 트는 워터파크는 드물다. 하이원 워터월드는 스키장 상부 계곡의 무릉댐 물을 사용한다. 1급수에서만 사는 열목어가 이 계곡에 있다. 수질도 확인했겠다 노천탕에 슬쩍 몸을 담갔다. 노천탕은 해발 720m의 청정공기를 마시며 워터파크를 구경할 수 있어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았다. 종일권 어른 4만원, 어린이 3만2000원. 
 
 ‘육오공’을 아시나요
정선 사북시장. 시장에서 하이원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정선 사북시장. 시장에서 하이원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손민호 기자

 38번 국도에서 하이원리조트 방향으로 빠지면 처음 만나는 마을이 있다. 정선군 사북읍. 해발 1000m 이상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싼 문자 그대로 첩첩산중의 산촌이다. 마을의 평균 해발고도도 600m에 이른다. 흔히 ‘하이원 아랫마을’로 통한다. 
 
 이 마을에서 ‘650’이란 숫자는 각별하다. 아니다. 아라비아 숫자 ‘650’이라고 읽으면 안 된다. 우리 말로 ‘육오공’, 옛날 사북 사람의 표현을 따르면 ‘유고공’이 올바른 발음법이다. 
 
 육오공은 석탄 캐는 갱구의 별칭이다. 국내 최대 탄광이었던 동원탄좌의 여러 갱구 가운데 해발 650m 지점에서 뚫은 갱구를 일렀다. 소위 ‘650갱’을 중심으로 동원탄좌의 광업소 시설이 모여 있어 ‘유고공’은 사북에서 이름 앞에 붙는 성씨처럼 부려졌다. 이를테면 유고공사택·유고공식당·유고공다방 같은 어휘는 사북에서만 유효한 이름들이었다. 
650cc 맥주만 파는 ‘육오공cc’. 가운데 조윤성 대표가 서 있다.

650cc 맥주만 파는 ‘육오공cc’. 가운데 조윤성 대표가 서 있다.

 동원탄좌가 석탄을 캐던 산 중턱에 이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와 대형 리조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래도 산 아래 사북에서는 유고공의 정서가 여전하다. 시방 한창 복원 중인 ‘육오공 거리’에서 흔적을 되짚을 수 있다. 130m 길이의 거리는 옛날 광부들이 저녁마다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던 골목이다. 지금은 쇠락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최근 탄광촌의 역사를 담은 안내판과 옛날 광부가 갱도에 들어갈 때 탑승했던 광부인차 모형을 설치했다. 
 
 눈길을 끄는 건 골목 끄트머리에 있는 생맥줏집 ‘육오공cc’다. 이름처럼 650cc 생맥주만 판다. 광부의 아들 조윤성(39) 대표가 정선군 도시재생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4월 650cc 맥주잔을 개발했다. 
 
이용규(50) 정선군 도시재생센터장은 “사북 주민과 함께 ‘육오공 수제맥주’도 개발 중”이라며 “한우 한 근도 650g으로 정하는 등 육오공을 사북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조순대국밥’에서 맛 본 곤드레순대국밥. 잡내 없이 국물이 개운하다. 손민호 기자

‘원조순대국밥’에서 맛 본 곤드레순대국밥. 잡내 없이 국물이 개운하다. 손민호 기자

 육오공 거리 바로 옆이 사북시장이다. 옛날 동원탄좌 월급날이면 전국에서 장사치가 몰려 난장이 벌어졌다지만, 지금은 크게 기운 모습이다. 그래도 정선 특산물 곤드레를 활용한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장 귀퉁이 ‘원조순대국밥’에서 곤드레순대국밥을 먹었다. 곤드레나물이 잡내를 잡아줘 국물이 개운했다. 9000원. 
 
 겨울엔 동굴 탐험
화암동굴의 거대한 종유석 광장. 동굴 안은 사계절 10~15도를 유지한다. 백종현 기자

화암동굴의 거대한 종유석 광장. 동굴 안은 사계절 10~15도를 유지한다. 백종현 기자

 하이원리조트에서 자동차로 35분. 기암절벽과 소금강을 끼고 달려 화암동굴에 닿았다. 각희산(1083m) 서쪽 기슭에 자리한 화암동굴은 매서운 겨울 바람을 피해 가장 깊숙이 틀어박힐 수 있는 공간이다. 동굴의 평균 온도는 사계절 변함없이 10도와 15도 사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한 천연 휴식처다. 
 
 동굴 안으로 얼마나 들어갔을까. 길은 ‘泉浦鑛山(천포광산)’이라 쓰인 어둑하고 좁은 갱도로 이어졌다. 그렇다. 화암동굴은 광산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문을 연 노다지의 땅이자 수탈의 현장이었다. 화암동굴은 아픈 역사를 품은 동굴이다. 김영애 해설사가 이해를 도왔다. 
동굴 초입의 천포광산 모형 갱도. 이곳은 1922~45년 금을 캤던 금광이었다. 백종현 기자

동굴 초입의 천포광산 모형 갱도. 이곳은 1922~45년 금을 캤던 금광이었다. 백종현 기자

 “일제강점기 광부들은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없이 금맥을 따라 땅속으로, 땅속으로 들어갔어요. 1934년 어느 날 한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났어요. 그때 커다란 종유굴이 발견됐어요. 그 종유굴이 지금의 화암동굴이에요.” 
 
 일제강점기의 상처를 간직한 동굴이지만, 지금의 화암동굴은 정선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광산과 종유굴이 만나는 1.8㎞ 길이의 화암동굴은 매년 30만 명이 다녀간다. 2007년부터 여름마다 운영 중인 야간 공포체험은 매니어가 생겼을 정도다. 해가 지고 나면 동굴 직원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숨어있다가 입장객을 놀랜다. 지난여름에도 약 3000명이 동굴이 무너져라 비명을 지르고 돌아갔다. 
화암동굴의 대석주. 천장에서 생성된 종유석이 바닥의 석순과 만나 거대한 돌기둥을 만들었다. 백종현 기자

화암동굴의 대석주. 천장에서 생성된 종유석이 바닥의 석순과 만나 거대한 돌기둥을 만들었다. 백종현 기자

 화암동굴 탐방 코스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탐방로 대부분이 평지이거나 내리막 계단이어서 걷는 데 부담이 덜하다. 동굴 관광 필수품이라는 안전모도 필요 없다. 그만큼 길이 고르고 천장이 높고, 조명 시설이 잘 돼 있다. 
 
 제법 걸었는지 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외투를 벗을 때쯤 천연동굴이 나타나며 시야가 확 트였다. 2975㎡(약 900평) 면적의 천연동굴은 광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규모가 웅대했다. 주렁주렁 걸린 석순과 곳곳에 박힌 석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특히 28m 높이의 유석폭포와 6억 년 동안 생성되었다는 대석주는 크기와 세월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동굴 광장을 구경하는데 어느새 이마에 땀이 고였다. 온도계가 13.7도를 가리켰다. 이날 아침 정선의 기온은 영하 8도였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손민호·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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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