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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에 걸린 것처럼 시가 말을 걸어왔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제37회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제29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김삼환 중앙시조대상 수상자, 백점례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 이현정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제37회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제29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김삼환 중앙시조대상 수상자, 백점례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 이현정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특히 지난해 가을 이후 올해 겨울에 이르기까지 무슨 주술에 걸린 것처럼, 누가 불러주는 말을 제가 받아 적는 것처럼 평소보다 많은 시가 제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말없이 보내준 선물인 것만 같습니다.”
 
시조 ‘첨부서류’로 올해 중앙시조대상을 받은 김삼환(60) 시인의 수상 소감이다. 시상식장에서 그의 ‘지난해 가을’을 아는 지인들은 눈을 감았다. 김삼환 시인이 ‘누가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었는지, 그가 왜 ‘평소보다 많은 시가 말을 걸어왔다’는 고백을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지난해 가을 아내를 잃었다. 강원도로 가는 여행길이었다. 길 위에서, 차 안에서 느닷없이 아내의 심장이 멎었다.
 
2주 전 중앙시조대상 당선 통보를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 위에서 그는 들었다. “저는 이렇게 길 위에서 기쁜 소식을 들으며 일상의 삶을 영위합니다만, 또 어떤 사람은 길을 따라 멀고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길은 우리의 삶이 언제나 희비가 엇갈리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삶이라는 길을 걷고, 그의 시조는 그 길 위에서 피어난다.
 
2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월드컬처오픈(WCO) 코리아 2층 강당에서 중앙일보 시조 시상식이 열렸다. 제37회 중앙시조대상과 중앙시조신인상, 제29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 합동 시상식이 전국의 시조시인과 수상자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올 한해 시조단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상식은 ‘시조 시인들의 축제’였다. 신인의 패기와 선배 시인의 격려, 심사위원들의 예리하면서도 울림 있는 심사평 등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자리였다.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 백점례(59) 시인은 “시조를 쓴 지 10년째다. 그동안 시조를 쓰는 일이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즐거웠다. 이제는 삶의 모든 것을 시조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수상자 이현정(35)씨는 “며칠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신인문학상 당선은 닿지 못할 꿈이었는데, 꿈의 목록에만 있던 활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며 “저는 심사평에서 ‘멋있는 시적 전략도 구사하지 않고’라는 대목을 ‘구사할 줄 모르면서 제멋대로 쓴 것 같은데 가능성 있어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시조가 널리 사랑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작품을 많이 쓰겠다”고 수상의 감격을 풀어놓았다.
 
시조단을 대표해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지엽 이사장이 축사를 했고, 시상식 사회는 시조시인 정용국씨가 맡았다. 시상은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이 했다.
 
백성호·정아람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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