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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야구 미생 한선태

LG 신인 투수 한선태는 학교팀 등에서 정식으로 야구를 배운 적이 없다. 비선수 출신이지만,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프로선수의 꿈을 이뤘다. [변선구 기자]

LG 신인 투수 한선태는 학교팀 등에서 정식으로 야구를 배운 적이 없다. 비선수 출신이지만,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프로선수의 꿈을 이뤘다. [변선구 기자]

LG 트윈스의 투수 한선태(24)는 내년에 프로 무대를 밟는 늦깎이 신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뒤늦게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뤘다. 야구계의 아웃사이더이자 ‘미생(未生)’이지만 언젠가는 ‘완생’을 꿈꾼다.
 

비선수 출신, 내년 프로야구 데뷔
LG 트윈스 10라운드에 지명
시속 145㎞ 공 던지는 사이드암
“아웃사이더의 희망이 되고 싶다”

LG는 지난 9월 2차 신인지명회의 마지막 10라운드에서 한선태를 지명했다. 한선태는 정식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지 않은 ‘비선수’ 출신이다. 드래프트에서 비선수 출신이 지명된 건 그가 처음이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한선태 자신이었다. LG 트윈스 선수가 된 한선태를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한선태는 “인터넷 중계를 보고 있었지만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이름이 불려서 정말 놀랐다. 지금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한선태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야구장에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야구에 빠져든 건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고 난 뒤였다. 당시 야구대표팀은 미국·베네수엘라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물리치고 준우승했다. 한선태는 “어떻게 저렇게 빠른 공을 던지고, 멋있게 잡는지 신기했다.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고, 캐치볼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이듬해 한선태가 입학한 부천공고엔 야구부가 없었다. 한선태는 친구와 함께 부천고 야구부를 찾아가 테스트를 받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수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야구부엔 들어갈 수 없었다. 고3 때인 2012년엔 한국 최초의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찾아가 테스트를 봤지만 떨어졌다.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업도, 진학도 미루고 도전했지만, 이듬해인 2013년에도 낙방했다. 결국 그는 2014년 입대했다.
 
수색대에 배치받은 그는 자대에 자리 잡자마자 집에 연락해 야구 글러브를 보내달라고 했다.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과 캐치볼을 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전역하자마자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 독립리그 팀들은 월급이 없다. 오히려 10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야 했다. 한선태는 “그동안 한 번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다. 그런데 파주 챌린저스에 갈 땐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기엔 ‘미친 짓’이었다. 독립리그를 거쳐 프로팀에 입단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는 게 어떠냐’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선태는 “여자친구도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내 꿈을 믿지 못했다. 엄마와 누나도 반대했다”며 “고등학교에 다닐 때 컴퓨터밀링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정 안 되면 취업을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양승호 파주 챌린저스 감독은 “처음엔 한선태의 구속이 120㎞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운명이 바뀐 건 투구폼을 바꾸고 난 뒤다. 한선태는 “박종대 코치님이 ‘팔을 올려보자’고 했다. 그동안 사이드암으로 공을 던졌는데 좀 더 팔을 올려 스리쿼터에 가깝게 공을 던져보란 것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폼을 바꿨는데 허리 회전이 좋아졌고, 공도 빨라졌다”고 했다. 프로 2, 3군 팀과 연습경기에서 140㎞대의 빠른 공을 던지자 한선태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양승호 감독은 “여러 프로팀에서 한선태가 어떤 선수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장벽이 있었다. 규정상 선수 출신이 아니면 프로야구 육성선수로도 입단할 수 없었고, 드래프트 원서도 낼 수도 없었다. 한선태는 굴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를 찾아갔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일본 독립리그로 눈을 돌렸고, 다행히 신생팀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 테스트에 합격했다. 일본 독립리그 팀의 월급은 15만엔(약 150만원)이었다.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지만,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행복했다. 새로운 기회도 열렸다. KBO가 비선수 출신도 트라이아웃을 거쳐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결국 트라이아웃에서 145㎞의 강속구를 뿌린 한선태는 전체 95번째로 LG의 선택을 받았다.
 
한선태는 “‘비선수 출신이라 안 된다’는 말은 수긍할 수 없었다. 차라리 ‘네 실력으론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깨끗이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프로선수가 되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얼마 전 계약금(3000만원)을 받았다. 부모님께 일부를 드렸는데 ‘못 받으시겠다’고 하더라. 그래도 떠밀듯이 돈을 건넸다. 내년 3월에 첫 월급을 타면 또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갈 길은 멀다. 1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들도 살아남기 힘든 게 프로야구 무대다. 2군을 거쳐 1군 마운드에 서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선태는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뒤져있기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직구와 커브가 주무기였는데 지난 9월부터 투심패스트볼도 장착했다. ‘1호’ 비선수 출신으로서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한선태는…
출생: 1994년 6월 14일(경기 부천)
출신학교: 부천공고-세종대 중퇴
투구 유형: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계약금: 3000만원
연봉: 2700만원
최고구속: 시속 146㎞
경력: 2017 파주 챌린저스(독립리그),
2018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일본 독립리그)
2018. 9월 드래프트 전체 95번 LG 지명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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