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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물고 빠는 아이들…몸속 환경호르몬 성인의 2배

영유아들이 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영유아들이 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나이가 어릴수록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의 체내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유아는 성인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환경호르몬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납, 수은 등 환경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6167명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 26종의 환경유해물질 농도를 분석했다. 또, 조사대상 범위를 3세 이상 어린이와 18세 이하 청소년까지 확대했다.
 
조사 결과, 플라스틱 가소제 성분인 프탈레이트(DEHP)의 소변 중 농도가 어릴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영유아가 L당 60.7㎍(마이크로그램)으로 가장 높았고, 초등학생 48.7㎍/L, 중고생 23.4㎍/L, 성인 23.7㎍/L 순이었다.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알려진 비스페놀A 역시 영유아가 2.41㎍/L로 성인(1.18㎍/L)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영유아 중 상위 5%의 농도는 10.6㎍/L나 됐다. 초등학생은 평균 1.70㎍/L, 중고생은 1.39㎍/L로 조사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두 성분 모두 건강영향 권고 값보다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영유아가 환경호르몬에 가장 취약하다는 게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셈이다. 특히, 환경호르몬 물질은 가라앉으면서 집안 먼지 속에 섞일 수 있기 때문에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영유아들이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유지영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 연구관은 “몸에 오랫동안 축적되는 중금속과 달리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A는 생활 습관 속에서 자주 접하면서 흡수되는 물질”이라며 “어린이는 체중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성인보다 2~3배 높기 때문에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용기·장난감에 포함…“생식기 기형 등 일으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액체괴물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액체괴물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환경호르몬 물질들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제품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되는 가소제로 식품 용기 등에 많이 쓰인다.
  
놀이매트나 액체괴물 등 어린이들이 많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도 프탈레이트 성분이 포함돼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조사 결과, 14개 액체괴물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성분이 발견됐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프탈레이트는 성장기 어린아이에게 독성이 더 강하고, 생식기 기형이나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거로 알려져 있다”며 ’어린이들의 생활 속 노출원을 찾아서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스페놀A는 생활 속에서 더 광범위하게 쓰인다.
 
주로 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지만, 캔과 종이컵 안의 코팅제로도 널리 사용된다. 마트의 영수증이나 대기표 등에 쓰이는 ‘감열지’(感熱紙)에도 이 성분이 들어 있다.
 
영수증에도 비스페놀A가 쓰인다. [중앙포토]

영수증에도 비스페놀A가 쓰인다. [중앙포토]

환경호르몬이 아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월 영유아식품을 담는 용기에는 비스페놀A를 쓰지 못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통조림 제품에 비스페놀A가 용출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직접 섭취를 줄이고, 캔류에 포장된 식품을 그대로 데워서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주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플라스틱류에서 나무나 친환경 소재로 바꿔주고, 즉석식품이나 패스트푸드 포장재에도 비스페놀A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화장품, 개인위생용품 등에 살균성 보존제로 많이 사용되는 메틸파라벤은 성인의 경우 여성(45.2㎍/L)이 남성(27.3㎍/L)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결과를 국가통계포털과 환경통계포털을 통해 내년 1월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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