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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획]화재탐지기 전선은 끊어져 있고 소화전은 나무로 막혀 있어…

방화문·비상구 관리소홀 등 안전불감증 여전
충북 청주의 한 마트의 비상구로 내려가는 계단에 물건이 쌓여있다. 비상구 한쪽 문은 진열대로 막혀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의 한 마트의 비상구로 내려가는 계단에 물건이 쌓여있다. 비상구 한쪽 문은 진열대로 막혀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지난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4층 규모 숙박시설. 화재안전특별 조사를 나온 청주 동부소방서 소속 대원 등 3명이 건물 곳곳을 살폈다. 건물안전관리자가 입회한 가운데 진행된 점검에서 조사반은 화재자동탐지설비 작동 유무, 비상구 확보, 객실 내 완강기와 피난사다리 전개 가능 여부, 소화기 내구연한 등 화재 안전관리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 건물은 지난 5월 외부 업체에 맡겨 자체 소방안전점검을 했다. 그러나 소방서 점검 과정에서 또다시 각종 지적 사항이 나왔다. 화재수신기를 점검한 정철근 소방교는 “화재수신기 표시등에 지하 1층 신호가 안 잡히는데, 단선이나 수신기 회로 문제인 것 같다. 이럴 경우 지하에서 불이 나도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아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계실로 쓰이는 지하 1층에는 소방펌프와 보일러, 가스 설비, 소방수 탱크 등 주요 소방안전시설이 있었다. 정 소방교는 “1층 안내데스크 안쪽에 위치한 화재수신기를 찾기 쉬운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주 시내 한 건물 내 소화전이 각종 물건에 막혀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

청주 시내 한 건물 내 소화전이 각종 물건에 막혀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

 
조사반은 소화전과 배전반 뚜껑을 나무 외벽으로 덮은 것도 지적했다. 안동희 소방장은 “1층 레스토랑과 카페 외벽을 인테리어 하면서 미관상 좋게 하려고 소화전과 배전반을 덮은 것 같다”며 “불이 쉽게 옮겨붙을 수 있어 원래대로 조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조사반은 방화문을 제자리로 오게 하는 도어클로저 고장과 중앙 현관에 위치한 비상구 유도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화장실에 있는 방수형 콘센트를 교체하고, 방화구역 바깥쪽에 위치한 소화기를 객실 복도로 옮기라고 권고했다. 이날 조사반이 소방 관련 33개 항목을 점검한 결과 비상구 폐쇄나 소방시설 고장 등 중대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안 소방장은 “이 정도 지적사항은 양호한 편”이라며 “불법증축으로 인해 방화구획이 제대로 나뉘지 않는 게 큰 문제인데, 건물주들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철거하는 걸 꺼린다”고 말했다.
 
도로 꽉 막은 불법주차, 비상구 미확보 시민의식도 제자리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상가지역 도로. 불법주차한 차량들로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혼잡하다. 최종권 기자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상가지역 도로. 불법주차한 차량들로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혼잡하다. 최종권 기자

 
화재 등 긴급출동 시 소방 펌프차와 굴절 사다리 진입을 지연시키는 도로변 불법 주정차도 여전했다. 이날 찾은 청주시의 한 상가 지역은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차량이 소화전까지 점령하는 바람에 폭 2.5m의 11t 펌프차가 진입하더라도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워 보였다. 제천시의 복합상가건물 주변 역시 불법 주차된 차들로 교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 상인은 “단속 나올 때 불법주차 차량이 줄어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법주차 차량이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피난에서 가장 중요한 비상구 확보 역시 여전히 문제였다. 청주의 한 대형마트에 가보니 1층으로 내려가는 비상구 주변이 창고처럼 쓰였다. 마트 진열대가 비상구 한쪽 문을 막아 개방이 어려웠고, 피난 계단에 마트 물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청주동부소방서 화재안전특별조사반 대원이 청주 시내에 있는 한 건물에서 화재자동탐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

청주동부소방서 화재안전특별조사반 대원이 청주 시내에 있는 한 건물에서 화재자동탐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

 
충북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5개월간 충북도내 다중이용시설 등 건물 3638동을 조사해 무려 2565동(70.5%)에서 소방안전 시설 및 건축 구조 등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 2월 다중이용시설 260곳을 불시 점검한 결과 5.4%인 14곳의 비상구·피난 통로가 확보되지 않는 사실도 드러났다. 1∼2월 대형마트·터미널·숙박시설 321곳 점검 때도 21.5%인 69곳의 시설이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원규 충북 화재안전특별조사 추진단 부장은 “불법증축으로 인해 방화구획이 불분명한 경우나 방화문이 훼손된 경우가 많았다”며 “소방펌프를 장시간 꺼놨다든지 비상구에 적치물을 쌓아놓은 경우도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주동부소방서 화재안전특별조사반 대원이 화재감지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

청주동부소방서 화재안전특별조사반 대원이 화재감지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소방법과 제도가 강화돼도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재난안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건물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소방안전 장비와 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에 보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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