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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나비

나비                      
-임승빈(1953~  )
 
시아침 12/26

시아침 12/26

참 묘한 일이지
아내가 나 먹으라고 사과를 깎는데 껍질부터 벗기지 않고 먼저 반으로 딱 자르는데 거실 가득 넘치던 햇살도 갑자기 딱 소리가 나도록 부러지더니 순간 접시 위에 날아와 앉는 흰 나비 한 쌍
그렇구나 저 봄날 사과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 한 쌍 여태도록 사과 속에 숨어 있었구나 사과 속을 빠져나와 딱하고 부러진 세상 날아오르는구나
스물 몇 해 꼼짝없이 내 캄캄한 교만과 오기 그 무서운 무능과 무지 속에 갇혔던 나비 어떻게든 그 어둠 치고 나와 지금 저 식탁에 앉아 고요롭구나 봄빛이구나
(...) 
 
 
두 쪽 난 사과에서 사랑의 흰 나비가 날아오른다. 그걸 가둔 건 내 마음의 어둠. 나는 스물 몇 해나 사랑을 돌보지 않고도 버젓이 살아 있구나. 삶은 사랑의 맹목이었는데도 겨울 식탁에 무사히 도착해준 날개 한 쌍, 먼 봄빛.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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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