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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 해 1000마리씩 농약에 희생되는 철새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고니 7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사체에서는 살충제인 터부포스가 체중 1㎏당 최고 480㎎까지 검출됐다. 실험용 쥐의 경우 ㎏당 2㎎의 터부포스에 노출되면 절반이 죽는데, 그 반수치사량의 200배가 넘는 양이었다.
 
지난달 11일 울산에서는 떼까마귀 34마리, 2월에는 충남 당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가창오리 245마리가 한꺼번에 죽었다.
 
해마다 겨울 철새 도래지에서는 새들이 농약에 중독된 채 떼죽음 당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 한 해 전국에서 야생조류 집단 폐사(동일 지역에서 2마리 이상 폐사한 경우)가 총 62건 발생했고, 폐사 원인을 분석한 28건 중 19건(68%)이 농약과 관련이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로 인해 폐사한 새도 1000마리에 이른다.
 
농약은 주로 폐사한 야생조류의 위 내용물(볍씨 등)과 간에서 검출됐다. 볍씨에 농약이 묻혀 뿌려졌다는 얘기다.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야생조류 중에는 가창오리가 56%로 가장 많았다. 한국 물새 네트워크의 상임이사인 이기섭 박사는 “다른 오리류는 풀씨 등도 먹지만 가창오리는 떨어진 낱알을 선호하기 때문에 농약 피해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올해 농약 중독으로 죽은 철새가 1000마리에 이른다. [뉴스1]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올해 농약 중독으로 죽은 철새가 1000마리에 이른다. [뉴스1]

일부에서는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옮긴다고 믿는 닭·오리 농장주들이 철새 접근을 막으려고 농약을 뿌리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다. 먼 거리를 날아온 겨울 진객을 파리·모기처럼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농약에 직접 중독돼 죽는 개체뿐만 아니라 독수리 등이 농약에 오염된 사체를 먹을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너구리나 삵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농약·유독물을 살포해 야생동물을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죽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해놓았다. 하지만 실제로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려워 엄포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농약 오염이 의심되는 볍씨를 수거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책으로는 이를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농약 살포자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도래지 주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박사는 “1990년대에 밀렵을 강력하게 단속해 근절시켰던 것처럼 이제 농약 살포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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