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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어른 3인방 vs 민심이반 3인방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미국의 슬픈 날이다”(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 “이제 혼돈의 시작이다”(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이런 애국자를 떠나게 하는 리더를 모든 미국인이 가만둬선 안 된다”(매크리스털 전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
 
매티스 미 국방장관 사임 이후 나오는 반응들이다. 복잡다양한 미국 사회에서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이런 공통된 반응이 나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매티스의 사임은 1980년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 사임 이래 ‘38년 만의 충격’으로 불린다. 왜 그럴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

 
밴스는 80년 4월 카터 정부가 이란에 인질로 잡혀 있던 63명의 미국인을 구출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펼치려 하자 강하게 반대했다. 관철이 안 되자 사표를 던졌다. ‘독수리 발톱’이라 불린 이 작전은 군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셀 정도로 무모했다. 밴스가 반대했던 이유다. 결국 미국인 8명이 사망하며 완전 실패로 끝났다. 카터는 이 사태로 그해 대선에서 레이건 후보에게 참패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에 반대하며 사표를 던진 매티스는 밴스 장관 이후 외교·안보 문제 견해차로 사표를 낸 첫 주요 각료다. “트럼프가 카터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2년 전 당선 직후 자신에 대한 여러 국내외 우려를 ‘인사’를 통해 해소했다. 매티스와 틸러슨(국무장관) 인선이 그랬다. 나중에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까지 가세하며 ‘어른 3인방’이 완성됐다. 모두가 안심했다. ‘미국을 구하는 (3인) 위원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 3인방이 ‘미국의 가치’를 내세우고, 또 조명까지 받는 게 못마땅했다. 결국 그걸 참지 못했다. 자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자르고 말았다. 충동적인 트럼프를 억제하고 디테일을 가르치던 이들은 사라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미 (수위를 조절하는)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동감이다. 
 
트럼프 내각에서 '어른 3인방'으로 불렸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가장 왼쪽),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가운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올 3월 사임한 틸러슨에 이어 나머지 두사람도 이달부로 트럼프 내각을 떠난다.

트럼프 내각에서 '어른 3인방'으로 불렸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가장 왼쪽),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가운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올 3월 사임한 틸러슨에 이어 나머지 두사람도 이달부로 트럼프 내각을 떠난다.

 
지난 3년 반 동안 거의 매일 트럼프의 움직임을 지켜봐 왔지만, 요즘처럼 트럼프 얼굴이 불안정해 보이는 적이 없었다. 새벽부터 쏟아내는 트위터에는 광기(狂氣)가 넘친다. 맘에 안 들면 다 갈아치울 기세다. 아무래도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압박감이 트럼프를 극도의 정서 불안으로 내몰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가 잘못한 게 없어도 잘라서 문제라면 우리의 경우는 정반대다. 아무리 잘못해도 감싼다. 청와대 특감반 직원이 폭로를 쏟아내고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속속 제기되는데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한다. 1급이건 6급이건 청와대 직원임에는 변함없는데 말이다. 이쁘면 동료, 미우면 급이 안 맞는 미꾸라지인가.  
 
일개 민간 기업도 자신이 데리고 있던 부하직원이 문제를 일으키면 상사가 도의적 관리 책임을 지는 법이다. 하물며 청와대가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할 정도의 물의를 야기했으면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상사인 조국 민정수석이 사표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 관리 책임을 묻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눈을 감는다.  
 
그러니 당사자는 한술 더 떠 페이스북에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 올리고, ‘노 서렌더(No Surrender·항복은 없다)’란 노래를 링크까지 한다. ‘노 서렌더’란 외침은 곧 ‘노 이어즈(No Ears·듣는 귀가 없다)’란 얘기다. 지지율 데드 크로스가 괜히 온 게 아니다.  
 
특감반 사태의 책임자 조국 수석, ‘민간 사찰 DNA 없다’ ‘급이 안 맞는다’ 운운하며 감정에 휘둘린 김의겸 대변인, 그리고 ‘첫눈’이 오면 놓아준다 했던 탁현민 행정관의 ‘민심 이반 3인방’은 이쯤에서 거취를 검토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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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