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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추신수 "골프 친다면 타이거 우즈와... 그게 내 승부욕"

기차는 강인함과 우직함을 상징한다. “그래도 기차는 간다”는 말은, 시련에서도 멈추거나 후진하지 않는 신념을 뜻한다. 야구선수 중 그런 기차와 가장 닮은 건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다. 미국 팬들은 ‘추(Choo)’ 발음이 기차의 기적과 닮았다며 그를 '추추 트레인'이라 부른다.
 
'추추 트레인'이라고 쓴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들고 있는 추신수. 김식 기자

'추추 트레인'이라고 쓴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들고 있는 추신수. 김식 기자

내로라하는 야구 천재도 가기 어려운 곳. 꿈을 이뤄도 1~2년 버티기 쉽지 않은 곳. 그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는 14년째 달리고 있다. 추추 트레인이 달려온 철로는 평지가 아니었다. 19세부터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햄버거’를 씹었다. 빅리그에 올라가서도 항상 누군가와 경쟁했고 싸워 이겼다. 그렇게 해서 5월 27일 마쓰이 히데키(일본)의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175개)을 넘어섰다.
 
돌아보면 부침이 심했던 해다. 타격폼을 바꾼 모험 탓이다. 전반기 90경기에서 타율 0.293, 홈런 18개로 폭발했다. 데뷔 후 처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한 시즌 최다 홈런(22개) 경신, 시즌 30홈런, 통산 200홈런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폼이 흔들렸고, 홈런 3개 추가에 그쳤다. 시즌 21홈런(통산 189홈런)으로 끝났다. 출루율(0.377)은 최상위권(아메리칸리그 7위)이지만, 타율(0.264·리그 33위)이 떨어졌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2018년을 보낸 추추 트레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면서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그를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2018년을 돌아보자면.
“전반기와 후반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텍사스 구단 최다인) 52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고, 올스타전에 나가고, 아시아 홈런 기록도 세웠다. 그런 걸 목표로 한 건 아닌데 만들어졌다. 그런데 후반기는….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부진은 처음이었다. 전반기의 좋은 기억과 기록이 미지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즌이 끝났다. 팬들은 더 아쉬우셨을 것이다.”
 
-후반기에 부진했어도 출루율은 좋았다.
“예전보다 출루율을 인정받아서 좋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 출루의 가치를 더 인정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1루로 도루할 수는 없지 않나. 출루는 득점의 시작이다. 야구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홈런을 치고, 한 이닝에 10점씩 낼 수도 있지만 야구는 기본적으로 1회부터 9회까지의 싸움이다. 공 하나에, 타자 하나가, 이닝 한 번이 모여 상대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거다. 젊은 선수들에 자주 얘기한다. 0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삼진을 당하거나 볼 1~2개를 더 던지게 하고 삼진을 당하거나 개인 기록은 똑같다. 그러나 공을 끈질기게 보면 그게 쌓여서 투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결국 팀이 이길 기회가 만들어진다. 투수들에게 물어보면 초구에 홈런 치는 타자보다 아웃 되더라도 공 10개를 던지는 타자를 더 부담스러워 한다.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 같은 선수다.”
 
추신수는 "1회부터 9회까지 상대를 흔들고 무너뜨리는 과정이 모여 결과를 바꾼다. 볼 하나를 골라내는 것도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추신수는 "1회부터 9회까지 상대를 흔들고 무너뜨리는 과정이 모여 결과를 바꾼다. 볼 하나를 골라내는 것도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레그킥(왼손 타자의 경우 오른발을 들어 체중을 이동한 뒤 공을 때리는 타격법)을 했던 선수도 베테랑이 되면 폼을 줄인다. 반대의 선택을 한 이유는.
“2년 정도 생각했다. 동료나 코치들에게 ‘한 번 바꿔볼까’라고 말하면 충분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데 왜 바꾸냐며 걱정했다. 저스틴 터너(LA 다저스)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그 선수는 젊을 때 레그킥을 시도한 것이다. 나처럼 폼이 몸에 배어있는 상황에서 바꾸긴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더 잘하고 싶었다. 또 후회하기 싫었다. 은퇴 후 ‘그때라도 해볼 걸’이라는 미련을 남기기 싫었다.”
 
-단기간에 바꾸긴 어려웠을 텐데.
“결심한 이상 자신 있었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 정말 많이 쳐봤다. 시즌 개막 후 조금 힘들었다. 투수에만 집중해도 될까 말까인데 내 폼에 신경을 쓰고 있더라. 레그킥을 하면 성급해져서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갔다. 그래서 (과거 폼과 바뀐 폼의) 중간점을 찾고자 했다. 5월부터 볼넷을 얻기 시작하면서 타격도 살아났다. 원래 갖고 있던 리듬을 찾은 것이다.”
 
-뜬공을 많이 치기 위해서 폼을 바꿨나.
“그건 조금 잘못 알려진 것이다. 원래 갖고 있던 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잘 칠 때는 괜찮은데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준비 자세에서) 몸을 조금 숙이는 버릇이 있다. 움츠린 채로 칠 수 없으니 타격 순간에는 상체가 일어난다. 그러면 공의 윗부분을 때리게 돼 땅볼이 나온다. 다리를 들면 몸을 숙일 수 없으니 바꾼 것이다.”
 
추신수는 20년 넘게 만들어 온 타격폼을 올해 확 바꿨다. 그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은퇴 후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실패가 두렵다고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추신수는 20년 넘게 만들어 온 타격폼을 올해 확 바꿨다. 그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은퇴 후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실패가 두렵다고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기복이 심했던 만큼 스스로 의심했을 것 같은데.
“준비를 많이 했으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안 되더라도 시작할 땐 확신을 갖고 실행한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마이너리그 생활을 할 때도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고 바란 게 아니라 ‘메이저리거가 꼭 된다’고 믿었다. 바람이 아니라 확신을 가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오래 뛸 거라 ‘확신’했나.
“그건 아니다. 그저 남들과 다르고 싶었다. 평범하게 사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에서 야구 잘하는 사람이 다 모인 곳이 메이저리그다. 거기서 단 한 경기라도 뛰고 싶었다. 그렇게 그저 달렸다. 돈과 명예, 기록은 그저 따라왔을 뿐이다.”
 
-루키 때부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도 가장 먼저 야구장으로 출근하는 선수다.
“베테랑이 되었으니 남들처럼 여유도 부릴까 했는데 잘 안 되더라. 평생 해온 대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훈련을 끝낸다. 그렇게 안 하면 불안하다. 지금도 야구가 가장 즐겁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큰 행운이다. 당장 내년이라도 야구장 가는 길이 즐겁지 않으면 은퇴할 것이다.”
 
지난 7월 17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행사에 참석한 추신수 가족들. 열네 살인 무빈(오른쪽) 군의 키가 추신수보다 더 크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17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행사에 참석한 추신수 가족들. 열네 살인 무빈(오른쪽) 군의 키가 추신수보다 더 크다. [AFP=연합뉴스]

-야구 이외의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2~3년 전만 해도 야구가 안 되면 밤잠도 잘 못 잤다. 내가 그러면 가족들도 불편해 하더라. 이제는 5타수 무안타를 치고 와도 집에서는 예민하게 굴지 않는다. 가장 먼저 훈련을 시작해고 가장 늦게 훈련을 끝내지만 야구를 집에 가져오지 않는다. 아직 다른 취미를 갖지는 못했다. 승부욕이 강해서 뭐든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서빙을 해도 최고로 할 것이다. 게임을 하면 프로게이머와 붙고 싶고, 골프를 배운다면 타이거 우즈와 쳐보고 싶다. 그래서 선수를 하는 동안에는 다른 걸 하지 못할 것이다.”
 
추신수는 “야구는 계속 변한다. 내 야구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3년 전부터 계획했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저스틴 마쇼어 코치와 상의해 폼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추신수의 스윙은 작고 빨랐다. 투구를 끝까지 보다가 (두 발은 고정한 채) 허리를 강하게 돌렸다.  
 
레그킥을 하면 힘을 모았다가 폭발할 수 있어 장타를 기대할 수 있다. 스윙이 커지는 대신 정확성은 떨어진다. 복싱에 비유하면, 잽을 치다가 궤적이 큰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것이다. 전반기 그의 변신은 성공적이었으나, 후반기에는 아니었다. 그는 “내년에는 다리를 조금만 올릴 것 같다. 체중을 이동하는 자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미국 언론은 추신수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 기사를 쏟아냈다. 지구 최하위 텍사스가 대대적으로 팀을 개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텍사스와 추신수의 계약(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1460억원) 만료까지 2년 남았다. 잔여 연봉이 4200만 달러(470억원)로 낮아져 다른 구단이 추신수를 영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줄었다.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지만, 추신수는 23일 귀국 직전까지 미국 자택에서 개인훈련을 계속했다. 그는 “선수는 상품이기 때문에 언제든 트레이드될 수 있다. 그런 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추추 트레인 앞에 굴곡과 험로가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신수는 언제나처럼 더 많이 준비하고 더 일찍 시작하면서 2019년을 향해 달리고 있다.
 
“기차는 철로만 있으면 어디든 가잖아요. 저도 야구만 있다면 어디든 갈 겁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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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