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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북, 웜비어 유족에 5634억원 배상” 판결…북·미 암초 가능성

24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약 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6년 북한 최고재판소에 출석하는 웜비어.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약 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6년 북한 최고재판소에 출석하는 웜비어. [AP=연합뉴스]

북·미 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에 5600억원짜리 배상금 지뢰가 깔렸다.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에 돌아와 사망했던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북한은 5억100만 달러(약 5643억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24일(현지시간) 내려지면서다. 미 연방지방법원의 베릴 하웰 판사는 이날 웜비어 부모가 낸 1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이 오토 웜비어를 인질로 억류하고 고문했으며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한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이 인용한 5억 달러는 지난해 북한 전체 무역액(55억 달러)의 10%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9월 북한의 위폐 제조 등을 적발한 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됐던 북한 예금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됐고, 그 다음 해인 2006년 10월 북한은 첫 핵실험 강행으로 도발했다.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2500만 달러를 놓고 “살점을 떼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미국 측에 분노를 표시했는데 5억 달러는 그때의 20배 규모다.
 
이번 판결은 미국의 ‘외국 주권 면책예외법(FSIA)’에 따른 것이다. 국제법상 국가는 면책 대상인데 고문을 자행하는 테러지원국에 대해선 이 같은 면책조항을 인정하지 않는 게 면책예외법이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인데 웜비어 부모가 북한 당국의 잔혹한 처사로 웜비어가 결국 사망했다고 주장한 게 받아들여지며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북한이 소송에 응하지 않아 미국 내에서 궐석재판으로 진행된 만큼 앞으로도 궐석으로 이번 1심 판결이 확정돼 나올 전망이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로이터=연합뉴스]

물론 북한이 거액이건 소액이건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미국 내에 5600억원 대의 노출된 북한 자산이 있을 리가 없어 배상금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단 북한이 해외에 숨겨 놓은 자금을 찾아내 이를 압류해 배상금을 대신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선 BDA에 몰래 예치돼 있던 북한 돈처럼 ‘숨은 자산’을 찾아내는 게 선결 과제다.
 
그럼에도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계 정상화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가 만들어진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돼 북·미 관계 개선도 이뤄져 북한 당국이 미국 땅을 밟는 순간 5600억원짜리 배상금 폭탄이 날아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BDA 사태 때는 명목상 북한의 개인 또는 기업 명의의 계좌에 대한 동결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정부를 상대로 배상금을 받아낸다는 판결”이라며 “비핵화가 일정 궤도에 올라 양국이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북한의 자산이 미국 영토로 들어가게 되면 이때 유족이 배상 문제를 걸고 나올 텐데 당연히 북·미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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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