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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그냥 두면 연봉 5000만원 줘도 범법자 된다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놓고 경영계와 정부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주휴수당과 이에 해당하는 시간(주휴시간)을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할지를 놓고서다.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덤으로 주어지는 하루 치 임금이다. 근로기준법상 무조건 주게 돼 있다. 안 주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물론 처벌 대상이다.
 
기업은 “돈을 주니까 임금이다. 그러나 노동을 제공하지 않고 공짜로 받는다. 당연히 근로시간은 제로(0)다. 따라서 시간당 임금을 산정할 때는 그만큼의 시간(주휴시간)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개정(5월)할 때 주휴시간을 포함해서 근로시간으로 봤다. 최저임금 고시(월급 환산)에도 주휴시간은 산입돼 있다”고 맞선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으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주휴시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시간당 임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선 같은 돈을 주고도 범법자가 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기로에 서게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예컨대 기본급과 매달 받는 상여금 월 평균액 등을 합해 월 173만원을 수령하는 근로자가 있다고 치자. 경영계 주장대로 주휴시간을 제외하고 월 소정근로시간(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은 9942원이 된다.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정부의 시행령개정안을 준용해 209시간(주휴 35시간 포함)으로 시간당 임금을 산정하면 8278원이 된다. 최저임금 위반이다. 경영계 계산법으론 합법이고, 정부 방식으론 불법이 된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국내 기업의 임금체계는 아주 복잡하다. 기본급에 상여금, 시간외근무수당, 연월차 수당, 성과급, 교통비, 휴가비, 김장비, 숙련수당 등 일부 기업엔 30여 개의 임금 항목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복잡하면 연봉을 아무리 많이 줘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걸릴 수 있다.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원에 가까운 현대모비스가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이유도 그래서다. 현대모비스는 상여금을 두 달에 한 번씩 준다. 최저임금법에는 매달 주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현대모비스는 시급을 계산할 때 막대한 금액의 상여금을 모조리 제외해야 한다. ‘일하는 시간 대비 임금이 적다’는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사람의 임금을 뜯어보자. 이 근로자는 기본급 1920만원(48%)에다 격월 지급 상여금 960만원(24%), 휴가비 등 720만원(18%), 연장수당 400만원(10%)을 받는다. 이를 고용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주휴수당과 주휴시간 포함)을 적용해 209시간으로 나누면 최저임금 위반이 된다. 월 기본급이 160만원(1920만원÷12개월)밖에 안 돼 시급으로 환산하면 7655원에 불과해서다.
 
그러나 상여금 600%를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면 월급 기준으로 240만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시급은 1만1483원이나 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이런 경우 우리도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은 명확한데, 임금체계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고, 불명확하다. 그래서 기업은 돈을 많이 주면서도 억울해하고, 근로자는 많이 받으면서 기업이 범법자로 전락하는 게 안타까운,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기본급은 형편없이 낮고 상여금이나 변동성 수당 등은 턱없이 높은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단순·명료하게 정리하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금체계를 개편할 준비 기간(시정 유예)을 주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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