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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30% 뛴 4대 보험료…소비 여력도 줄었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이모(37)씨. 5년 전 국민연금과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로 쓴 돈은 연간 24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전세보증금은 뛰고, 월급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아이들 교육비가 느는데, 4대 보험료까지 불어나니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대 보험료 부담이 가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공적연금·사회보험료 지출 비용은 연간 310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 239만원에서 5년 새 29.7%(71만원) 뛰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구당 보험료 지출액이 늘어난 것은 노령 인구와 실업자가 늘어난 탓이 컸다. 의료비와 실업 수당 지급액이 늘면서 건강보험·고용보험 요율이 계속해서 오른 것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4대 보험료율은 국회 감시가 덜한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며 "보수·진보 정부 모두 이들의 표를 의식해 국민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올려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복지 재원을 4대 보험료로 충당한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가 대표적이다. 2022년까지 건강보험료를 30조6000억원가량 늘려 병원비 부담에 쓰자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그러나 환자 1~3인용 상급 병실 사용료, 틀니·임플란트 비용까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도 함께 담겨 과잉 복지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해 전체 국민이 부담한 4대 보험료가 110조6947억원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늘어난 보험료 부담은 가계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공적연금·4대 보험료가 비소비지출(급여 중 생활비 이외에 쓴 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1.6%에서 지난해 34.7%로 증가했다. 세금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56.1%에서 61.4%로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가구당 평균 비소비지출은 1037만원으로 8.2% 늘어난 반면, 가구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668만원으로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많이 걷다 보니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이 발생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대목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경제계 모두 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선 보험료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문제는 속도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4대 보험료 비중은 6.4%로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승용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경제 체력이 감내하지 못하는 4대 보험료 인상은 가계 소득 감소, 기업 투자 위축에 따른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동·청년수당 등 정치권이 주도하는 난개발식 복지 정책은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 선진국은 복지 혜택만큼 국민 부담률이 높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내 정치권은 복지 정책을 설계할 때 국민 부담이나 재정 건전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복지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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