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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소령 출신 농업인, 낙안면장으로 뽑았다 왜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새해부터 낙안면은 공무원이 아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면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개방형직위로 뽑은 지방 첫 읍면동장이다. [사진 순천시]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새해부터 낙안면은 공무원이 아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면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개방형직위로 뽑은 지방 첫 읍면동장이다. [사진 순천시]

남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낙안읍성으로 유명한 전남 순천 낙안면에서는 새해 특별한 행정 실험이 이뤄진다. 주민들의 참여로,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 가운데 뽑은 면장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는 실험이다. 
  

순천시, 군인 출신 귀촌 농업인 면장으로 선정
지방 첫 일반인 읍면동장…전국적으로는 두 번째

"이색 경력 지역 발전 보탬" vs "행정 경험 없어 우려"
청와대도 지난해 도입 계획 발표…전국적 관심

순천시는 25일 “낙안면장으로 신길호(51)씨가 선정돼 다음 달부터 근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낙안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낙안읍성을 품고 있다. 200여 채의 초가집과 성곽 등 조선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관광지이자 배와 오이로 유명한 고장이다. 3449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순천시는 낙안면장 자리를 공무원은 물론 일반인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직위로 선정한 뒤 공모를 거쳐 신씨를 최종 선발했다. 민간인 읍면동장은 전국적으로 두 번째다. 2016년 서울 금천구 독산4동장으로 민간인이 뽑혔지만, 지방과 읍면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나왔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으로 뽑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채용 심사 중 하나로 주민들 앞에서 낙안면장으로서의 근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으로 뽑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채용 심사 중 하나로 주민들 앞에서 낙안면장으로서의 근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순천시는 지난 10월 첫 공고에 이어 지난달 두 번째 공고까지 낸 끝에 일반인 낙안면장을 뽑았다. 첫 공모에는 현직 공무원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이 도전장을 냈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두 번째 공모에는 일반인만 7명 지원했다.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에 오른 2명 가운데 신씨가 뽑혔다.
 
채용 심사에는 지역 주민들도 참여했다. 선발시험위원회를 통과한 최종 후보 2명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든 뒤 낙안면 주민 100명 앞에서 동장으로서의 직무수행계획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이 심사 결과를 인사위원회에 올렸다.
 
청년 시민활동가 출신 경쟁 후보를 제치고 최종 선발된 신씨는 순천 인접 지역인 고흥군 출신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군 생활을 하다가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했다. 이후 포스코 자회사 기획실장 등을 거쳐 7년 전 포항으로 귀촌한 농업인이다. 농업회사법인 설립 후 직원 28명과 함께 약 66만㎡ 규모로 농사를 지으며 가공ㆍ유통ㆍ체험 등으로 연매출 10억원을 올렸다. 마을기업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포항에 살고 있는 신씨는 낙안면으로 이사할 예정이며 공무원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농업회사법인 운영은 가족에게 맡겼다.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새해부터 낙안면은 공무원이 아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면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개방형직위로 뽑은 지방 첫 읍면동장이다. [사진 순천시]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새해부터 낙안면은 공무원이 아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면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개방형직위로 뽑은 지방 첫 읍면동장이다. [사진 순천시]

주민들은 신씨의 이 같은 경력이 지역 발전에도 보탬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관광지이나 오이와 배가 특산품인 낙안면에 적합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신씨는 주민이 주주인 ‘낙안면 주식회사’를 통해 주민 소득 증대를 불러오겠다고 약속했다.
 
신씨는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 연봉 하한액이 약 4400만원인 5급 사무관 상당의 임기제공무원(개방형직위 5호)으로 근무하게 된다. 임기는 2년이다. 실적이 우수할 경우 5년까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에 함께 개방형직위로 지정돼 공모 절차를 거쳤던 장천동장 자리에는 적합한 인물이 없어 기존대로 공무원이 근무하게 됐다.
 
시는 물론 주민들은 일단 개방형 직위 실험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군(軍)부터 민간기업, 마을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능력을 발휘해 침체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다. 주민들이 공무원들 가운데 읍면동장을 뽑는 수준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새 자치분권 실험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청와대도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의 첫 사회혁신 정책으로 같은 취지의 읍면동장 선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으로 뽑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채용 심사 중 하나로 주민들 앞에서 낙안면장으로서의 근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으로 뽑힌 군 출신 귀농인 신길호(51)씨가 채용 심사 중 하나로 주민들 앞에서 낙안면장으로서의 근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과 달리 읍면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직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보여주기식 사업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읍면동장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의 선거 도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인도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 읍면동장 개방형 직위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직위 특성상) 자칫 선거를 위한 풀뿌리 조직의 하나로 변질할 수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자격 요건 등 장치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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