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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도 사기? 잘나갔던 장영자, 국선이 변호하는 사연

1992년 5월 서울 강남세무서 직원이 장영자씨 소유의 골동품을 차에 싣고 있다. 당시 장씨는 "골동품을 다 합하면 300억원이 넘는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DB]

1992년 5월 서울 강남세무서 직원이 장영자씨 소유의 골동품을 차에 싣고 있다. 당시 장씨는 "골동품을 다 합하면 300억원이 넘는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DB]

수천억 원의 돈을 굴렸던 ‘큰 손’ 장영자(74)씨가 국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가 선임했던 사선 변호사들이 모두 사임계를 냈기 때문이다.
 

장씨 측 사선변호사 모두 사임
"경제사정 어려운 것으로 알아"
변호사 통해 골동품 처분 시도도
"전문 감정해 보니 가짜 골동품"

24일 법원에 따르면 장씨의 변호는 강철구 국선변호사가 담당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맡았던 국선변호사 5인 중 한 명이다. 박 전 대통령 때처럼 서울중앙지법은 장씨의 사선 변호사가 모두 사임하자 지난 10월 24일 국선변호사를 결정했다.
 
먼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아무도 장씨의 변호를 맡으려 하지 않았거나 장씨가 변호사 수임료를 낼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장씨의 변호를 맡았다 사임한 A 변호사는 “옛날에는 정말 잘 나갔던 사람인데, 남편인 고 이철희씨(전 중앙정보부 차장)가 4년전 세상을 뜨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진 것 같다”며 “오죽하면 변호사인 나한테 아끼는 골동품 도자기까지 팔아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장씨의 ‘골동품 사랑’은 유명하다.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해저유물이 발견됐을 때 장씨는 유물을 몰래 매입했다가 적발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장씨 나이는 33세였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1994년 조흥은행이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장씨 부부 소유의 골동품에 가압류를 신청했는데 그때 기준으로도 골동품의 가치가 100억여원에 달했다. 조흥은행은 장씨 소유 골동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를 마련했을 정도였다. 가압류 전 장씨는 "보유 골동품을 다 합하면 300억원이 넘는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1982년 어음사기사건 항소심 선거공판장에 들어가고 있는 장영자씨의 모습. [중앙DB]

1982년 어음사기사건 항소심 선거공판장에 들어가고 있는 장영자씨의 모습. [중앙DB]

하지만 이제는 장씨에게 골동품도 남지 않은 모양이다. A 변호사는 “장씨가 나에게 ‘귀한 도자기다. 변호사님이 신용이 있으니까 나 대신 처분해달라’고 하면서 어떤 여자한테 들려 도자기를 보내왔다”며 “그래서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는데, 확인해 보니 가짜 골동품 도자기였다”고 했다. 이어 A 변호사는 “장씨도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을 수 있지만 변호사한테까지 장난질하는 건가 싶었다”며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자꾸 억울하다고만 해서 결국 사임계를 냈는데 다른 변호사들 사정도 비슷할 것 같다”고 했다.
 
장씨의 보석신청 변호를 맡았던 B 변호사는 “장씨의 남편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보석 신청을 도와줬지만, 본안 사건(사기)까지 담당하고 있지는 않다”며 “여전히 본인은 잘못이 없고 억울하다는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달 정도 짧게 사건을 맡았던 C 변호사는 “장씨의 사건이 소속 로펌이 가야 할 방향과 맞지 않아 사임계를 냈다”고 말했다.
 
장씨가 자신의 재산을 숨기고, 변호사 수임료를 내지 않기 위해 변호사를 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장씨의 현재 경제 상태에 대해 과거 변호사들 모두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장씨도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해서 그나마 갖고 있던 돈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를 살뜰히 챙겨주던 남편 고 이철희씨의 수행비서도 최근 장씨를 떠났다고 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남편의 수행비서가 집사 노릇을 했었는데, 장씨가 그 사람한테도 손해를 입혔던 것 같다”며 “그 수행비서도 장씨 곁을 떠나니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장씨는 현재 지방세 9억2000만원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장영자가 서울지검에 자진출두하고 있는 모습. [중앙DB]

1992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장영자가 서울지검에 자진출두하고 있는 모습. [중앙DB]

 
장씨의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8일로 예정돼 있다. 재판 진행 내용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1월 기소된 이후 지금까지 약 60차례에 달하는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1주일에 1번꼴로 재판부에 편지를 쓴 셈이다. 하지만 ‘고령’을 이유로 요청했던 보석 신청은 지난달 기각됐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장씨의 변호를 맡게 된 강철구 변호사는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가 대리인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지 않겠느냐”라며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지인들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총 6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올 1~8월 장씨를 세 차례 기소했다. 장씨의 사기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가 병합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장씨가 사면되거나 풀려날 때마다 법조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장씨의 재기가 가능할까’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며 “이제는 팔순을 바라보는 노령의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향후 삶도 파란만장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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