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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300조 손실 났는데, 올해 증권거래세 역대 최대 ‘속타는 투자자’

올해 주식시장은 투자자에게 좌절만 안겼다. 1월 코스피 지수가 장중 2600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호황은 찰나에 그쳤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발(發) 충격에 10월 코스피 20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올해 증시 결산 결과는 참담하다. 1월 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코스피 시장 수익률은 -15.40%, 코스닥은 -14.94%다. 이 기간 투자자 잔고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304조원에 이른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15%나란히 손실
거래대금 역대 최대 기록, 거래세 6조 육박
농특세 합쳐 증권거래세 8조원 첫 돌파
거래 빈도 잦은 개인에 세 부담 집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투자자를 더 속 타게 할 사실이 있다. 증권거래세 과세액이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1일까지 증권거래세 부과액은 5조9389억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을 기초로 한 추정치다. 증권거래세가 매겨지는 코스피ㆍ코스닥 시장과 장외시장인 코넥스ㆍK-OTC 시장을 포괄한 수치다.
 
연말까지 나흘(거래일 기준)이 더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4조6323억원, 추정액)을 뛰어넘었다. 1978년 증권거래세 탄생 이후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시장에선 증권거래세에 농어촌특별세(0.15%)까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농어촌특별세까지 고려하면 올 초부터 21일까지 투자자가 부담한 증권거래세 추정액은 8조3076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6조5735억원)보다 2조원가량 많을 뿐 아니라 첫 8조원 돌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초 증시의 ‘반짝’ 활황과 연중 높았던 시장 변동성으로 올 들어 증시 거래대금이 2769조원(1월 2일~12월 21일)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탓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마다 0.15%(코스피 시장)에서 0.3%(코스닥ㆍ코넥스ㆍK-OTC 시장)까지 꼬박꼬박 내야 하는 세금이다. 증권 매도 시 매겨지는 세금이라 투자로 손실을 보든, 수익이 나든 상관없다.  
 
증권거래세는 개인과 법인이 주식 투자로 얼마를 버는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던 70년대 후반 만들어졌다. 세금을 부과하기 편하도록 지금의 거래세 구조가 자리 잡았다. 금융실명제, 과세 전산화, 자본시장 발달 등으로 주식 투자로 발생한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게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재정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증권거래세는 투자자 손실ㆍ수익과 상관없이 주식시장 거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동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화수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처럼 투자자는 돈을 잃었는데 부담해야 할 세금은 늘고, 정부 곳간만 차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있긴 하지만 보유액 15억원 이상, 지분율 1%(코스피) 또는 2%(코스닥) 이상 초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제라 증권거래세를 대체하기엔 요원하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폐지론에 불을 붙였지만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연말에 접어들어서도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식 매도 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47.0%, 코스닥 87.2%다. 그만큼 증권거래세 부담도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며 증권거래세 폐지론에 불이 붙었지만 정부 내부 반대에 부딪혀 논의는 무산됐다. [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며 증권거래세 폐지론에 불이 붙었지만 정부 내부 반대에 부딪혀 논의는 무산됐다. [뉴스1]

파생상품(선물ㆍ옵션) 시장 조성자, 증권시장 유동성 공급자(LP)나 우정사업본부 차익 거래에 대해선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이런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은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도 받기 어렵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올 만큼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비등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역진성(소득이 적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 때문에라도 증권거래세 손질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에선 증권거래세가 없고 중국ㆍ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 등 증권거래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세율은 0.1~0.2% 수준으로 한국(0.3%)보다 낮다”며 “증권거래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과도 맞지 않고 수수료 성격이 강한 만큼 세율을 인하하거나 단계적으로 없애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는 부진했는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증권거래세는 8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관.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 폐쇄(셧다운)와 뉴욕증시 급락 여파로 2050대로 하락했다. [연합뉴스]

올해 증시는 부진했는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증권거래세는 8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관.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 폐쇄(셧다운)와 뉴욕증시 급락 여파로 2050대로 하락했다. [연합뉴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도 “증권거래세는 거래 빈도가 높은 개인투자자에게 특히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다”며 “증시가 활황일 땐 상관없지만 올해처럼 거래는 많고 손실은 확대될 때 개인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주요국에서 주식에 대한 과세가 거래에 대한 과세보다는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중심으로 가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분이 다른 곳의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 양도세 확대를 병행해야 적절하다”이라면서 “다만 7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양도세를 올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고, 손실이 났다면 3~5년에 걸쳐 양도세 과세 이연을 해주는 보완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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