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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묻은 옷 갈아입고 가라"···모친 죽인 그도 아빠였다

사건추적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5시쯤 경북 청도군 한 주택. 이 집에 사는 A씨(38)가 초등학교 5학년 딸(12)의 손을 붙잡고 황급히 집을 나섰다. 그는 딸과 함께 자신의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났다. A씨가 자리를 뜬 주택 안에는 그의 어머니 B씨(68)가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집안에 B씨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 찌르고 달아나는 아들 향해 "피 묻은 옷 갈아입어"
B씨가 쓰러진 건 A씨가 휘두른 흉기 때문이었다. A씨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잔소리하며 뺨을 때렸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의자로 일곱 차례 내리치고 흉기를 들고 와 목 부위를 두 차례 찔렀다. 그러곤 딸을 데리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집을 빠져나가기 직전 그의 아들에게 "피가 묻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고 말했다.
 
A씨가 어머니를 살해하기까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분노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이 다해가는 순간까지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고 가라"고 했던 어머니의 사랑과는 반대로, 아들은 오래전부터 어머니에게 불만을 품어 왔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일정한 직업 없이 하루 멀다 하고 술만 마셨던 아들 
A씨는 네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10대 때부터 나쁜 손버릇으로 빈집이나 식당을 터는 등 절도 전과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성인이 돼서도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자동차정비업체에서 일손이 부족할 때 종종 일을 도와주고 받는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일이 없을 땐 항상 술을 마셨다. 일주일 평균 4차례 이상 술을 마셨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서빙,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네 남매를 키운 어머니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었다. 어머니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다른 형제들과 A씨를 자주 비교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A씨의 12살 난 딸은 10여 년 전 결혼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었다. 그의 부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딸이 2~3살 정도일 때 가출했다. 이혼 절차는 밟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부인이 갑자기 집을 나간 게 어머니의 잔소리와 성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엄마 때문에 부인 가출해"…평소 품고 있었던 앙심 
사건이 일어난 29일 A씨는 술에 취한 채 방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A씨의 모습을 보고 "너 또 뭐냐. 뭐라도 해라. 가만히 있지 말고"라며 잔소리를 했다. A씨가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느냐"며 벌떡 일어서는 순간 어머니가 A씨의 뺨을 때렸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사건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A씨의 누나가 연락되지 않는 어머니를 찾아왔다가 발견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분석을 통해 A씨가 자신의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나갔다가 이틀 뒤 다시 청도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차량이 지나는 길목에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검거했다. A씨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원도 화천군 등 여러 지역을 전전하면서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며 "딸과 함께 도주 생활을 하기 힘들어 지인에게 딸을 맡기려고 청도에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결국 그가 잡힌 것은 자신의 딸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던 셈이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생각나서인지,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의 딸은 현재 경산의 A씨 누나 집에 머물고 있다.
 
 
사건 관할 지역인 경북 청도경찰서 김대현 서장은 "영화 '공공의 적'을 보면 아들에게 살해당한 어머니가 숨을 거두기 직전 바닥에 떨어진 아들의 손톱 조각을 삼키는 장면이 나온다"며 "이 사건은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도주한 지 사흘 만에…대법원 "징역 20년" 
지난 20일 찾은 A씨 주택은 문이 굳게 잠긴 채였다. 우편함에는 정리되지 못한 우편물들이 가득했다. 마을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어머니가 자식들을 키우느라 악착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막내 아들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하니 마을이 발칵 뒤집혔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A씨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의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1·2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청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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