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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중국 누르고 따낸 원자력 국제회의…미국과 막후 협상이 결정타

1983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아웅산 묘지 테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박세직(1933~2009년) 당시 한국전력 수석 부사장과 함께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원자력학회 가을 총회에 참석해야 했다. 미국 원자력학회가 주관하는 ‘태평양 연안 원자력 회의(PBNC)’가 한국의 원전산업을 소개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기술자립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중요함을 깨닫고 85년 회의를 유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PBNC는 태평양 연안 국가뿐만 아니라 원자력 연구·개발과 발전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전문가 회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차총회는 주로 핵무기 비확산을 다루지만 PBNC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과학기술과 안전 정책을 다뤘다.  
 

정근모, 과학기술이 밥이다 - 제131화(7611)
<63> PBNC 성공 개최
원전산업은 국제협력이 중요
기술·안전 다룬 PBNC 유치
중국도 신청해 해결책 제시
차례대로 개최 방안 채택
경험 없이 국제대회 치러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시기

이병휘 카이스트 교수를 기념해서 2011년 설립된 이병휘 원자력 정책센터. 개소식 모습. [사진 카이스트]

이병휘 카이스트 교수를 기념해서 2011년 설립된 이병휘 원자력 정책센터. 개소식 모습. [사진 카이스트]

영어 연설에 능한 박 부사장과 과학기술처 원자력 위원과 한국의 IAEA 이사를 역임한 이병휘(1930~2008년) 박사가 회의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 이 박사는 카이스트 핵공학과 교수로 많은 후학을 양성했으며 학교에 그를 기리는 ‘이병휘 원자력 정책센터’가 2011년 7월 문을 열었다. 미국 원자력학회의 국제협력 위원이자 이사였던 나는 유치 업무를 맡아야 했다.  
우리 대표단은 워싱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도 야심 찬 원자력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PBNC 유치를 신청한 것이다. 당시 소련과 사이가 나빴던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고,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려고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추구했다. 상황이 미묘해지자 나는 루이스 매닝먼칭 미국 원자력학회장, 존 그레이 이사 등 미국 원자력학회 간부를 만나 막후교섭을 벌였다. 나는 “이번에 85년뿐 아니라 87년 대회 개최지까지 함께 결정하자”며 “과거 미국이 중국과 ‘핑퐁 외교’를 펼쳤듯 서울 회의에 미수교국인 중국 대표단을 반드시 초청해 한중 ‘원자력과 과학기술 외교’를 펼치겠다”고 제안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먼칭 학회장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제안이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PBNC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85년은 서울, 87년은 중국 베이징을 개최지로 결정했다. 
최동규 동력자원부 장관(1983~86년 재임)이 국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원과 원자력 분야 를 적극 지원한 행정가다. [중앙포토]

최동규 동력자원부 장관(1983~86년 재임)이 국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원과 원자력 분야 를 적극 지원한 행정가다. [중앙포토]

임무를 마친 박 부사장은 귀국하자마자 국가안전기획부 차장보로 옮겼다. 나는 성낙정 한전 사장이 한국중공업으로 전임하면서 후임으로 부임한 박정기 한전 사장의 지휘를 받아 한국전력기술(KOPEC)의 한국형 표준원전 설계사업과 PBNC 개최 준비에 몰두했다. 당시 최동규 동력자원부 장관은 경제기획원 예산국장 시절 미래 과학기술자 양성을 위한 과학원에 애정을 갖고 지원해준 분으로 KOPEC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줬으며 PBNC 개최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85년 서울에서 PBNC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수많은 사람의 도움 덕분이다. 이 회의에선 한국이 원자력 국제협력 증진을 위해 제안한 태평양원자력협의회(PNC)가 결성됐다. 당시까지 한국은 대규모 국제 학술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이회의를 치르면서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시기였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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