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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물러날 때를 아는 장수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지난해 2월 2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날 환영 만찬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한·중 갈등이 심했을 때였다. 매티스 장관은 통역 한 명만 두고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과 얘기를 나눴다.
 
“중국이 한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한민구)
 
“중국이 주변국을 상대로 조공(tribute) 체제를 부활시키려는 게 아닙니까.”(매티스)
 
한 전 장관은 매티스 장관이 동아시아 역사의 이해가 높아 놀랐다고 한다. 매티스 장관은 전쟁터에서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에겐 ‘수도승 전사(War Monk)’라는 별명도 있다.
 
미국, 아니 전 세계의 듬직한 대들보였던 그가 떠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직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냈다. 그의 사직서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연상케 한다. 매티스 장관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잘 맞는 국방장관을 임명하라고 썼다. 매티스 장관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를 비판하면서 대든 것이라는 게 미국 조야의 견해다.
 
미국은 문민통제의 원칙이 확실한 나라다. 일선 미군 부대를 가면 지휘 계통(Chain of Command)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려있다. 대통령, 장관에서부터 해당 부대장의 사진·이름·직위가 들어있는 게시물로, 대통령의 명령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 미국에서도 매티스 장관의 항명성 사직서는 낯설지 않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49년 해군과 해병대를 무력화하고 공군을 키우려고 했다. ‘공군의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해군과 해병대가 필요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미 해군의 현역과 예비역 제독들이 들고일어났다. ‘제독들의 반란(Revolt of the Admirals)’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주동자를 잘랐다. 그러나 이듬해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해군과 해병대의 가치가 입증됐다. 매티스 장관의 사직서는 대통령의 통수권을 따르지만 잘못된 정책엔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미군의 전통과 닿아 있다.
 
국가와 소신을 지키려고 직을 던진 한국의 국방장관들이 있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자리를 좀 더 지키려고 청와대를 향해 안테나를 세웠을까. 예로부터 병법(兵法)에선 장수는 나아갈 때는 물론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매티스 장관은 물러날 때를 잘 아는 장수임이 틀림없다. 그가 한국의 국방장관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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