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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민연금은 ‘정의의 칼’이 아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요즘처럼 국민연금이 동네북이 된 적이 없다.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4지선다’ 개편안 때문에 만신창이 신세가 됐다. 이런 와중에 여성가족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20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별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규모 공적기금 등의 사회책임투자 기준 등에 여성대표성 항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임원의 비율이 대표적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게 낮으면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거나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나홀로 정책’이라고 비판이 제기되자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가입자가 노후설계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가입자가 노후설계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일 저녁에는 김상조 위원장이 나섰다. 기자단 만찬에서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하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와 금융위원회의 감독장치가 작동하도록 타 부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 주인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의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내세웠다.
 
사회책임투자는 범위가 무한대다. 여가부·공정위 식이라면 다른 부처에서 사회공헌활동이나 기부를 덜 하거나 해외에 공장 많이 짓는 기업에도 국민연금을 동원하겠다고 나서지 말란 법이 없다. 사회책임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부처마다 자기 업무를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내세울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은 가만히 있는데, 장관들이 설쳐댄다.
 
백번 양보해 국민연금이 여성 대표성, 일감 몰아주기를 감시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결정은 국민연금 몫이다.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전문위원회가 안을 만들어서 올리면 최종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다. 안 그래도 교수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가 수탁자전문위원회를 좌지우지할 우려가 크다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데, 그런 걱정이 더 커질 판이다. 국민연금의 제1 목표는 수익률과 안정성의 조화다. 설사 국민연금이 두 장관의 주문을 받아서 투자에 반영하더라도 수익률을 무시할 수 없다. 수익률을 매년 1% 포인트 높이면 기금고갈을 6년 늦출 수 있다. 반대일 경우 4년 당겨진다. 제발 국민연금을 내버려 둬라. 국민연금은 결코 ‘정의의 칼’이 아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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