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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똥이 돈이 되는 과학 원리, 기술과 예술로 살펴봤죠

도시의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큐브들로 이뤄져 있다. 개개인이 모여 하나의 필터를 이루는 구조를 형상화했다. (멤브레인타워, 구지은)

도시의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큐브들로 이뤄져 있다. 개개인이 모여 하나의 필터를 이루는 구조를 형상화했다. (멤브레인타워, 구지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월든’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습니다. 이웃 하나 없는 외딴 숲속의 호수죠. 이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자연과 함께 생활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오두막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1854년 『월든』이라는 책을 썼죠.  
 
그리고 2018년, 우리나라에는 ‘사이언스 월든’이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와 인문학자, 예술가 등이 함께 노력하는 프로젝트를 가리켜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이름을 따왔죠.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있는 작은 호수 옆에는 마치 월든의 오두막 같은 작은 건물이 있는데요. 이곳이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입니다. 지난 15일, 과일집에서 과학·예술 융합 전시회인 ‘Infinity-fSM 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홍아랑 소중 학생기자가 이곳을 찾아갔습니다.  
 
유인영 연구원이 아랑 학생기자를 반갑게 맞았어요. “이번 전시는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똥본위화폐’를 주제로 했어요. 전시회 제목에 있는 fSM(Feces Standard Money)이 바로 똥본위화폐를 의미하죠. 똥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미래에는 똥을 눈 만큼 화폐(돈)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여기 화장실을 보면 변기가 조금 다르게 생겼죠? 일반 변기는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릴 때마다 많은 물을 사용하는데, 이 변기는 공기로 변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물을 적게 써요. 비행기나 잠수함에 설치된 변기와 같은 원리죠. 또 안쪽을 보면 대변과 소변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비비화장실의 세면대. 수돗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와 빗물·생활하수를 정화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두 개가 설치됐다.

비비화장실의 세면대. 수돗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와 빗물·생활하수를 정화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두 개가 설치됐다.

 
비비변기의 모습. 대변과 소변을 나눠서 처리하기 쉽도록 내부 구조를 독특하게 만들었다.

비비변기의 모습. 대변과 소변을 나눠서 처리하기 쉽도록 내부 구조를 독특하게 만들었다.

유 연구원이 보여준 화장실에는 세면대에 수도꼭지가 두 개 있었는데요. 하나는 수돗물이 나오는 보통 수도꼭지고, 다른 하나는 빗물과 생활하수를 정화(깨끗하게 거름)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입니다. 변기도 수도꼭지도 물을 아끼는 지혜가 돋보이네요. 이 화장실은 ‘비비 화장실’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유 연구원은 “깨끗한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들처럼 우리도 미래에는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물을 아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어요. 그런데 과연 어떻게 똥이 돈이 된다는 걸까요.  
 
김진수 환경공학과 대학원생은 아랑 학생기자를 실험실로 안내했습니다. “이 실험실 지하에는 커다란 탱크가 있어요. 여기에 대변과 음식물쓰레기를 모았다가 ‘혐기소화조’라는 통에 넣고 미생물과 섞어줍니다. 혐기소화조는 산소(공기)를 싫어하는 미생물이 대변과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소화시키도록 하는 통이에요. 미생물이 좋아하는 온도(35℃)와 산성도(pH 7.0, 중성)를 유지시키고 있어요. 사람이 방귀를 뀌듯이 미생물도 소화를 시키면서 가스를 내보내는데, 이 가스를 모아서 연료로 쓸 수 있죠. 과일집에서는 가스렌지에 사용하고 있어요. 미생물이 소화시키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로 씁니다.”  
 
가운데 보이는 혐기소화조에는 대변과 음식물쓰레기, 미생물이 들어있다. 미생물이 배출하는 바이오가스는 연료로, 찌꺼기는 퇴비로 쓰인다. 가스 연료와 퇴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사용할 수도 있다.

가운데 보이는 혐기소화조에는 대변과 음식물쓰레기, 미생물이 들어있다. 미생물이 배출하는 바이오가스는 연료로, 찌꺼기는 퇴비로 쓰인다. 가스 연료와 퇴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과학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데요. 평소에는 연구 공간으로 사용되던 과일집이 근사한 미술관으로 변신했어요. 전시책임자인 구지은 작가가 작품 안내를 맡았죠. 가장 먼저 아랑 학생기자의 눈길을 끈 건 알록달록한 색깔로 삐죽삐죽 솟아 있는 협곡의 모습이었습니다. ‘25세기 그랜드폴리’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200벌의 헌옷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버려진 옷의 조각을 한 겹 한 겹 손으로 쌓아 붙였는데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같네요. 구 작가는 “쉽게 옷을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면서 많은 합성섬유가 버려지고 있다”며 “우리가 남긴 쓰레기들이 어딘가에 쌓이고 쌓여 거대한 협곡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걸음을 조금 옮기니 반짝반짝 금색의 육각형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육각형 안에는 조그만 공과 직육면체의 플라스틱, 반원 모양의 스펀지 등 각양각색의 물체들이 탑을 이루고 있고요. ‘마법의 성’이라는 작품입니다. 아랑 학생기자는 “벌집 같다”고 했어요. 구 작가는 “정확히 봤다”고 말했죠. “벌집의 형태인 육각형은 건축학에서 효율성이 강한 형태라고 해요. 그 안에 서로 다른 모양의 물체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나타낸 거죠. 물체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관람객이 이리저리 옮겨놓을 수 있어요. 한번 직접 물체들의 위치를 바꿔보세요.”  
 
합성섬유 옷을 만들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내가 남긴 쓰레기들은 변형되어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25세기 그랜드폴리, 구지은&윤빛나)

합성섬유 옷을 만들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내가 남긴 쓰레기들은 변형되어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25세기 그랜드폴리, 구지은&윤빛나)

일회용 티백에 영감을 받아 오염원들이 물로 번져나가는 작업을 차에 비유해 오염물질로 얼룩진 물을 생각해보게끔 했다. (퐁차 쇼룸, 허희진)

일회용 티백에 영감을 받아 오염원들이 물로 번져나가는 작업을 차에 비유해 오염물질로 얼룩진 물을 생각해보게끔 했다. (퐁차 쇼룸, 허희진)

이번에는 환하게 켜진 노란색 조명이 발길을 이끕니다. ‘멤브레인 타워’라는 작품이에요. 연구실에서 실험할 때 쓰는 가느다란 튜브를 이용해 멤브레인 필터(정수기에서 오염물질을 정화해주는 필터)를 표현했다고 해요. 각각의 칸에 들어있는 튜브 덩어리들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을 나타내요. 각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필터를 이루는 것처럼 개개인이 모인 우리 사회도 자정(스스로 깨끗하게 함)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습니다. 또 다양한 크기의 튜브 단면이 모여 마치 거품이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네모난 기둥은 많은 사람들의 똥이 모여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지는 걸 표현했어요.  
 
전시장의 한쪽 벽에는 형형색색의 예쁜 조각들이 작은 투명 비닐에 담겨 벽면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마치 차(茶)를 우려먹는 티백들처럼 보이죠. 깨끗한 물에 티백을 넣으면 차가 우러나듯이 우리가 버리는 오염물질들도 강과 바다로 흘러가 우려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타냈어요. 투명 비닐 안에 든 예쁜 조각들은 사실 물을 오염시키는 샴푸, 주방 세제 거품, 플라스틱 찌꺼기 등을 젤라틴과 섞어 굳힌 것이라네요. 각 ‘티백’에는 우리나라 강의 이름을 붙였어요. 작품의 제목인 ‘퐁차(PONG-CHA)’는 주방 세제 제품 이름인 ‘퐁퐁’과 ‘차(茶)’를 합친 말입니다.  
 
육각형은 사이언스월든에서 처음 지었던 집의 형태이자 로고 모양이기도 하다. 똥본위화폐의 다양한 가능성, 여러 분야의 구성원들이 어우러져 함께 일하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마법의 성, 이현경&구지은)

육각형은 사이언스월든에서 처음 지었던 집의 형태이자 로고 모양이기도 하다. 똥본위화폐의 다양한 가능성, 여러 분야의 구성원들이 어우러져 함께 일하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마법의 성, 이현경&구지은)

이밖에도 전시회에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여럿 있었어요. 똥본위화폐로 전 세계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이는 설치 미술, 기계 문명과 자연, 사회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소리를 구성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오염에 대해 표현한 사운드 아트, 마치 바다 위에 기름이 뜬 것 같은 무지개 빛깔의 PVC비닐 작품, 전쟁과 환경문제 등에 무관심한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낸 비디오 아트 등을 볼 수 있었죠.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고 해요. 전시회가 끝나면 과일집에서는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를 이어갈 또 다른 실험이 이뤄진다고 하니 무척 기대되네요.  
 
전국 17개 시도의 위치 정보, 물 사용량, 수질오염도, 하수 발생량, 음식물쓰레기량, 분뇨 발생량 등 다양한 환경 관련 데이터를 3D로 변환해 마치 서로 연결된 도시의 모습처럼 만들었다. (Hypo-connected society, 구지은&최미진)

전국 17개 시도의 위치 정보, 물 사용량, 수질오염도, 하수 발생량, 음식물쓰레기량, 분뇨 발생량 등 다양한 환경 관련 데이터를 3D로 변환해 마치 서로 연결된 도시의 모습처럼 만들었다. (Hypo-connected society, 구지은&최미진)

 
학생기자 취재 후기
약간 어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지만 환경에 대해 다룬 점이 너무 좋았어요. 똥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죠. 똥이 인간에게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오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소변과 대변을 분리하는 변기에서 대변을 누면 화폐를 받게 되고, 이것을 진짜 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화장실에 자주 가는 제 동생은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그리고 여러 예술 작품들은 대부분 환경 문제들을 알리고 있었어요. 제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무척 공감이 됐습니다. 홍아랑(부산 두실초 4) 학생기자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홍아랑(부산 두실초 4) 학생기자,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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