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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성탄 트리 발상지인 알자스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원 피의 테러가…

성탄 트리는 이제 특정 종교의 상징을 넘어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마음의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방추형 상록수에 여러 가지 장식을 하고 조명까지 갖춘 모습을 보면 행복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사원 앞에 설치된 성탄 트리.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사원 앞에 설치된 성탄 트리. [로이터=연합뉴스]

신화, 전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뒤섞이면서 신비로운 느낌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성별이나 나이를 넘어 거의 모든 사람에게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성탄 트리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중심도시 스트라스부르의 성탄 시장에 설치된 성탄 트리. [AP=연합뉴스]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중심도시 스트라스부르의 성탄 시장에 설치된 성탄 트리. [AP=연합뉴스]

여러 가지 해외 자료를 찾아보니 다양한 설이 존재합니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의 종교 제전에선 나뭇가지로 제단이나 축제 행렬을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기원을 찾기도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동지에 의식을 하면서 나뭇가지로 장식했다고 하고. 고대 로마의 축제 행렬에서도 월계수 가지를 장식하고 값비싼 촛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탄 트리.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탄 트리. [타스=연합뉴스]

 
바이킹을 포함한 게르만족이 숲속에 살면서 기독교도가 아닌 이교도였을 당시 존재했던 수목숭배의 흔적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지금의 독일 지역에 정착한 게르만족은 8세기 무렵까지 숲에 깃들었다는 정령을 숭배하면서 떡갈나무에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종교적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설치된 30m 높이의 성탄 트리. [EPA=연합뉴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설치된 30m 높이의 성탄 트리. [EPA=연합뉴스]

그런데 게르만족에 파견됐던 오딘이라는 기독교 선교사가 이교도 풍습을 중지시키려고 제물 대신 전나무 가지를 꺾어 나눠주면서 “이 가지를 집에 가져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성탄 트리의 기원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 지구에 설치된 성탄 트리.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 지구에 설치된 성탄 트리. [로이터=연합뉴스]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르틴 루터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루터가 숲속을 산책하다 달빛이 눈 덮인 전나무에 비치면서 주변이 환해진 것을 보고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전나무 같은 존재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을 환히 비출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 계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신자들에게 설교하려고 전나무에 솜과 촛불, 리본을 장식한 것이 성탄 트리의 기원이라고 주장합니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베들레헴에 설치된 성탄 트리. [UPI=연합뉴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베들레헴에 설치된 성탄 트리. [UPI=연합뉴스]

 
기독교 문명에서 오늘날과 비슷한 성탄 트리 장식의 기록은 15세기 독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록상으로는 1521년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소도시인 셀레스타의 생조르주 성당 앞에 나무를 세우고 장식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언어와 문화상(특히 음식문화) 독일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어떤 설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탄 트리에 거는 천사나 커다란 별은 기독교적인 상징이 분명해 보입니다. 별은 예수님 탄생 당시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베들레헴의 별을 상징합니다. 천사는 수태고지 또는 성모영보, 즉 성모 마리아께 예수님을 회임했음을 알렸던 대천사 가브리엘을 나타냅니다.  
남미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전국 야당지인 엘나시오날 편집국 입구에 기자들의 사진으로 장식한 성탄 트리가 설치돼 있다. 이 신문은 지난 13일 정부 압박과 물자난으로 종이 신문 인쇄를 중단하고 온라인 판만 제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미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전국 야당지인 엘나시오날 편집국 입구에 기자들의 사진으로 장식한 성탄 트리가 설치돼 있다. 이 신문은 지난 13일 정부 압박과 물자난으로 종이 신문 인쇄를 중단하고 온라인 판만 제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초기 성탄 트리는 상록수에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음식을 걸어두는 소박한 형태였다고 합니다. 새봄에는 먹을 것이 풍성하길 기원하는 인간의 마음을 담은 모양입니다. 18세기 이후 조명으로 촛불을 달기 시작했고 전기가 등장한 19세기부터는 전구로 바뀌었습니다. 20세기 들어 화환이나 반짝이는 금속실, 사탕 지팡이 등으로 장식이 다양해지고 화려해졌습니다. 종교와 현대 문명에 결합한 게 성탄 트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성탄 시장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스트라스부르 성탄 시장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12월 11일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역의 중심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전통 성탄 시장에서 셰리프 셰카트라는 29세의 남성이 권총과 칼로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해 5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냈습니다. 부상자는 이틀 뒤 경찰과의 총격 끝에 사살됐습니다. 범인은 여러 차례 범죄 경력이 있는 인물로 보안 당국에 의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의심받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중동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전사가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 보안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습니다. 문헌상 성탄 트리의 기원인 알자스 지역에서 성탄을 앞두고 성탄 시장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입니다. 스트라스부르는 1521년 가장 먼저 성탄 트리가 들어섰다는 셀레스타와 기차로 20~30분 거리에 있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스트라스부르의 성탄 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테러가 발생한 스트라스부르의 성탄 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사실 범행 현장인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성탄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유럽 각 도시에는 성탄을 앞두고 광장 등에 성탄 용품이나 식료품, 지역 특산품 등을 파는 노천 시장을 엽니다. 스트라스부르는 1570년에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전통이 깊습니다. 지역 주민이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독일어 방언인 알레만어인 ‘크리스트킨델스메리크(어린이 예수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도시 중심부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앞에서 인근의 클레베르 광장 사이에 들어서는 노천 시장입니다.  
11일 발생한 스트라스부르 성탄 시장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진과 촛불들이 현장에 놓여 있다. 뒷쪽에 성탄 트리가 보인다. [AP=연합뉴스]

11일 발생한 스트라스부르 성탄 시장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진과 촛불들이 현장에 놓여 있다. 뒷쪽에 성탄 트리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매년 성탄을 앞두고 38일 동안 열리는 이곳 성탄 시장은 유럽의 겨울철 명물이 되고 있습니다. 스트라스부르가 성탄 시장 근처에 매년 세우는 높다란 성탄 트리도 겨울철 또 다른 명물이 되고 있습니다. 성탄 시장에서 쇼핑하고 인근에 세운 높다란 성탄 트리를 구경한 뒤 노점에서 포도주에 계피와 향신료를 넣고 데운 음료를 한 잔 마시면 행복감이 몰려듭니다. 이 음료는 독일어로 글뤼바인, 프랑스어로 뱅쇼(따뜻한 포도주라는 뜻)라고 부릅니다.  
스트라스부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림과 글이 촛불과 함게 놓여 있다. 이 도시를 상징하는 대성당 그림과 함께 '스트라스부르는 살아있다. 그렇게 당신을 사랑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트라스부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림과 글이 촛불과 함게 놓여 있다. 이 도시를 상징하는 대성당 그림과 함께 '스트라스부르는 살아있다. 그렇게 당신을 사랑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트라스부르는 2007년 고속열차인 TGV로 파리와 연결되면서 이전에 4시간씩 걸리던 주행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시장이 열리는 기간에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몰려듭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곳에서 참혹한 테러가 벌어졌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다행히도 범인이 바로 색출되면서 스트라스부르 성탄 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테러에 맞서 결연히 맞서겠다는 시민들과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용기 있는 결정입니다.  
 
스트라스부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카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피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트라스부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카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피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실 스트라스부르는 알자스는 물론 프랑스 동부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역입니다. 농익은 과일 향과 꽃향기를 섞어놓은 듯 향긋하기 이를 데 없는 지역 특산 포도주 ‘게뷔르츠트라미너를’와 절인 양배추를 다양한 돼지고기 가공품과 함께 먹는 ‘슈크루트’는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끕니다. 알자스 지역은 한때 ‘하느님 감사합니다. 알자스로 발령 났어요’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했습니다. 그만큼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지역입니다.  
알자스와 스트라스부르의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성당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성탄 시장의 모습.[AP=연합뉴스]

알자스와 스트라스부르의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성당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성탄 시장의 모습.[AP=연합뉴스]

성탄 트리의 탄생지인 알자스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던 1792년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가 탄생한 지역입니다.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후 독일 영토가 됐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프랑스 영토로 돌아오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일시 점령했다가 해방된 우여곡절의 역사도 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현장입니다.  
‘성탄 트리’, ‘성탄 시장’, ‘마지막 수업’을 낳은 알자스 지역이 비인간적인 테러리즘 종식을 앞당긴 곳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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