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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격레이더 쏘지 않았다”…전직 제독 “일본 초계기가 적대 행위”

2014년 20일 동해상 훈련에 참가한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서 주포인 127㎜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20일 동해상 훈련에 참가한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에서 주포인 127㎜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해군 구축함이 지난 20일 일본 해상초계기를 사격통제레이더로 조준했다는 일본 측 주장을 군 당국이 23일 부인했다. 
 
이날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쯤 독도 동북쪽 200㎞ 떨어진 공해 상에 해군 광개토대왕함(DDH-971)이 표류 중인 북한 어선에 대한 수색ㆍ구조 작전을 벌이던 도중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초계기가 접근해 오자 이를 식별하기 위해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를 작동했다. 군 소식통은 그러나 “당시 사격통제레이더인 STIR 180는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 전파를 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 구축함이 공해 상에서 사격통제레이더로 자국 해상초계기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며 연일 격앙된 반응을 보여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당일 구조작전 도중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초계기인 P-1이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날아왔다”며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날 해당 해역에는 1.5m의 파도가 일었고, 1t 미만의 북한 어선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항공기가 빠르게 접근해 오자 광개토대왕함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EOTS의 전원을 넣었다. 광학 카메라에 적외선 장비를 단 EOTS는 악천후나 야간에 멀리 떨어진 물체를 파악하는 장비다. EOTS는 사격통제레이더 STIR 180에 붙어있다. 그래서 EOTS를 일본 해상초계기 쪽으로 돌리면서 STIR 180의 안테나가 같이 움직였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당시 STIR 180에서 레이더 전파가 나가지 않았다. STIR 180는 지휘부의 허가를 받아야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STIR 180은 함포와 미사일의 조준을 돕는 레이더다.
 

광개토대왕함은 이날 별도의 사격통제레이더인 MW-08은 가동했다. 단 이 레이더는 공중이 아닌 수상 목표물을 조준할 때 쓰는 레이더다. 김진형 예비역 해군소장은 “MW-08은 정밀탐색이 가능해 구조 활동에도 자주 이용한다. 악천후 때도 켜는 레이더”라고 설명했다.
 
동해 대화퇴 어장 위치도. [자료 네이버지도]

동해 대화퇴 어장 위치도. [자료 네이버지도]

 
군 소식통에 따르면 오히려 일본 해상초계기가 해군 구축함 위로 나는 위협비행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해상초계기는 무전으로 국적과 정체를 밝히진 않았다. 김 예비역 소장은 “아무리 공해라고 해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군용기가 함정 가까이 다가오고, 또 함정 위를 나는 것은 엄연한 적대 행위”라고 말했다.
 
일본 해상초계기인 P-1은 자체 EOTS로 STIR 180의 움직임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은 “당시 P-1 승무원이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광개토대왕함에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를 포착했는데, 어떤 의도냐’고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는 국제상선공통망으로 한국 해경을 호출했다. 통신 상태도 매우 안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월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구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구축함)과 구축함에 탑재한 헬기에 사격통제용 레이더를 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까지 나서 중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 적 있다. 동중국해엔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다툼을 일으키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초계기 P-1. [사진 위키피디어]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초계기 P-1. [사진 위키피디어]

 
그러나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일은 2013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국방부 당국자는 “주한 일본 대사관 무관이 21일 오전 국방부에 경위를 물어봐 충분히 설명했다”며 “그런데도 그날 저녁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비난해 무척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일본이 대화퇴와 독도 인근 수역을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ㆍ일 양국이 최근 잇따라 충돌한 수역에 한국 구축함이 나타나자 일본이 해상초계기를 대응 차원에서 급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한국 해경 경비정은 대화퇴에서 조업 중인 일본 어선 제85 와카시오마루에게 조업을 중단하고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에 항의했다. 해군은 지난 13~14일 독도에서 방어훈련을 열었고, 이때 참여했던 해상 전력이 해군 1함대 소속의 광개토대왕함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또 지난 10일 제주 국제관함식 때 욱일기 문제로 인해 불참했던 것을 놓고 한국 해군에 대해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고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사태를 키우려는 듯 하다”며 “우리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 일본에 말려드는 만큼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20일 동해 상에서 구조한 북한 주민 3명과 시신 1구를 22일 오전 11시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송환했다고 이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던 배는 1t 미만의 목선이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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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