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16분만에 끝난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왜 탈출 못했나

“불이야!”
22일 오전 11시 4분 천호동의 한 성매매업소. 이곳에서 일하던 A(27)씨는 잠을 자던 중 누군가의 급한 외침을 듣고 창문으로 탈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났다고 알린 사람은 업소 사장 박모(50)씨로 추정된다. 천호동 상인회장은 “사고 직후 박씨가 불이 났다며 계속 나오라고 소리 질렀다. 결국 본인이 못 나왔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화재 원인을 분석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이 건물 1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점만 파악되고 있다. 불은 16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2층에서 잠을 자던 여성 6명 중 박씨와 B(46)씨 등 2명이 숨졌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근 상인들은 1층에 있던 연탄난로가 화재 원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건물들은 주로 연탄난로를 사용하는데, 한 상인은 “주인 이모가 매일 연탄난로 옆에 수건이나 빨래 등을 널어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전에 이 건물을 수리한 적 있었는데, 난로 여러 개가 있었다. 수건이나 이불 등이 난로에 닿아 탄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22일 오후 6시 33분 숨진 B씨의 사망 원인은 ‘연탄가스 중독’(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화재사였다.  
 
22일 오전 11시 4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성매매업소 건물에서 불이 나 건물 내부를 태우고 16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2층에 있던 여성 6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명이 숨졌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뉴시스]

22일 오전 11시 4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성매매업소 건물에서 불이 나 건물 내부를 태우고 16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2층에 있던 여성 6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명이 숨졌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뉴시스]

일명 ‘천호동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이곳은 관내 소방서에서도 화재 취약지역으로 집중 관리하던 곳이다. 인근 성매매업소 주인은 “골목도 좁고 건물도 노후화되다보니 소방 훈련을 자주 했었다. 소방대원들이 소화기도 다 배치해 놨다”고 말했다. 박씨가 화재 사실을 알고 즉시 다른 여성들을 깨운 것도 훈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왜 피해 여성들은 화마를 피하지 못했을까. 인근 상인들은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던 피해자들의 생활 패턴을 지적했다. 한 상인은 “아가씨들이 밤 새 일하고 소주를 마신 뒤 잠을 잔 적이 많았다”며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도 복용하는 아가씨들도 있었다”고 했다. 피해 여성들이 자주 이용했다는 미용실 사장은 “업소에 커튼이 많이 달려 있어 불이 더 빠르게 번진 것 같다”고 했다. 인근 네일숍 사장은 “소화기가 있었지만, 다급할 때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낮에는 주로 잠을 자거나 쉬던 종업원들은 주인만큼 열심히 소방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한 노후한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강동소방서 관계자는 “건물 자재 등이 화재에 취약한데다가 복도 등 폭도 좁아 대표적인 화재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건물 1층에서 불이 시작돼 커튼 등에 불이 붙으면서 빠른 속도로 연기가 퍼졌고, 출구가 불길에 막히면서 뒤늦게 잠을 깬 피해자들이 1층 비상구로 피신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불이 난 건물은 준공 일자가 1968년으로 재건축을 위해 사흘 뒤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22일 불이 난 천호동의 성매매업소 비상구. 2층에 있던 피해 여성들은 비상구가 아닌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창문으로 탈출했다. 이가영 기자

22일 불이 난 천호동의 성매매업소 비상구. 2층에 있던 피해 여성들은 비상구가 아닌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창문으로 탈출했다. 이가영 기자

업소 인근 주차장 주인은 “성매매업소가 예전처럼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어차피 (철거로) 나가야 하는데 잠깐 영업하던 것”이라며 “철거 직전까지도  오갈데가 없어서 돈을 벌려고 하던 불쌍한 여성들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인근 주민은 “갈 곳이 없어 남아있던 사람들이 많다”며 “사장과 여성들이 재개발 보상금을 나눠 쓰자는 얘기를 하곤 했다”고 전했다.  
 
강동구는 구호 조치에 나섰다. 구청 관계자는 “이재민을 위해 임시주거시설을 조성하고 음료·식료품·의류·침구 등 생활필수품을 구호 물품으로 제공했다”며 “장례비용과 의료비 지원을 검토하고, 피해자 및 유가족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24일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40명의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건축법 등 관련법 위반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가영·백희연·편광현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