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기타 대선배들이 떴다…시인과 촌장 19년만에 함께 지원사격

다음 달 열리는 '동갑, 동감' 콘서트를 앞두고 모인 하덕규, 이정선, 유지연, 함춘호. [사진 안나푸르나]

다음 달 열리는 '동갑, 동감' 콘서트를 앞두고 모인 하덕규, 이정선, 유지연, 함춘호. [사진 안나푸르나]

지난 20일 서울 신사동의 한 쇼룸. 어스름한 저녁놀이 지자 멋지게 꾸민 노신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 어쿠스틱 기타의 양대산맥으로 불린 이정선(68)과 유지연(68), 80년대를 중심으로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으로 활약한 하덕규(60)와 함춘호(57)가 자리했다. 이들이 모두 모인 건 다음 달 26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릴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 포스터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이들은 어떻게 한자리에서 다시 무대에 서게 됐을까. 
 
유지연은 “다시 어쿠스틱 음악의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태춘ㆍ이선희ㆍ산울림 등의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다 90년대 후반 휫셔뮤직그룹을 설립해 CCM 보급 및 전파에 주력해온 그는 “산울림의 김창완과 아이유가 함께 ‘너의 의미’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73년 솔로 데뷔 이후 해바라기ㆍ신촌블루스 등 포크 그룹의 원년 멤버로 활동했던 이정선은 “음악이 원래 함께해야 더 재미있는 것 아니겠냐”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공연을 기획한 안나푸르나 김영훈 대표는 “두 분이 서로 기타 연주자로서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해 왔지만, 당시에는 소속사 및 음반사가 달라 함께 공연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정선이 지구레코드·동아기획을 거친 반면 유지연은 대성음반·예음사와 주로 일했기 때문이다. 다른 기획사 소속이라도 종종 협업을 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김 대표는 두 사람 사이에 오작교를 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음악 서적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그가 내년 1월 유지연의 『어쿠스틱 기타 마스터피스』 출간을 앞두고 추천사를 받기 위해 이정선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 시작이었다. 흔쾌히 부탁에 응한 이정선 역시 이번 만남이 계기가 되어 『비틀스 전곡 악보집』을 준비 중이다. 그는 기타 입문자라면 누구나 한권은 사본다는 『이정선 기타교실』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우리가 음악을 힘들게 배워서 후배들은 좀 쉽게 배우길 바랐어요. 비틀스도 쉬운 음악인데 악보를 보면 너무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피아노 하는 사람들이 채보해서 그런가 잘못된 게 많더라고요. 비틀스는 메이저 코드로 작업해도 마이너 코드로 바꿔 부르는 팀인데 그걸 한꺼번에 다 표기하려고 하니 너무 복잡한 거죠. 그래서 전곡을 다 원래 코드로 살렸어요.”(이정선)  
 
유지연

유지연

반면 유지연은 수필집·번역서를 낸 적은 있지만 기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왜 음악책은 안 내냐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1~2곡씩 부탁하면 악보를 주긴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정리하다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지난 20여년간 비즈니스에 집중했는데 결국 음악이 고향인가 봐요.”(유지연) 2016년 ‘사랑은 동사’ 앨범을 낸 그는 전국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콘서트 게스트이자 가요계 후배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시인과 촌장은 선배들의 귀환을 자기 일처럼 반겼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2000년 4집 ‘다리(The Bridge)’ 발표 이후 19년 만이다. 하덕규는 “선배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춘기를 보냈다”며 “70년대 청년 문화 바탕에 있던 삶과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품고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히 우리에게도 그 영향이 흘러 내려왔기에 함께 공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시인과 촌장

시인과 촌장

81년 서영은의 소설 『시인과 촌장』의 이름을 따서 그룹을 결성했던 하덕규는 2집(1986) 발표를 앞두고 “이들의 음악적 유산을 흡수한 함춘호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들국화 최성원의 추천으로 대구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던 함춘호를 찾아간 그는 ‘푸른 돛’부터 ‘사랑일기’ ‘고양이’ ‘매’ 등 2집 수록곡 대다수를 들려줬다. 80년 ‘전인권과 함춘호’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함춘호가 3년 정도 자취를 감추면서 소문만 나돌 때였다.
 
“여관방에 앉아 음악을 쭉 듣는데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때 정선 형님의 ‘섬소년’을 들었을 때도 그랬거든요. 음악을 들으면 풍경이 떠오르는데…. 둘 다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가 봐요. 그 길로 서울로 따라나섰죠.”(함춘호) 하덕규는 “고덕동에서 우리는 옥탑방 살고, 조동익은 50m 떨어진 지하에 살면서 같이 밥해 먹고 음악 만들던 때가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들뜬 가요계 선후배들. 왼쪽부터 하덕규, 유지연, 이정선, 함춘호.[사진 안나푸르나]

공연을 앞두고 들뜬 가요계 선후배들. 왼쪽부터 하덕규, 유지연, 이정선, 함춘호.[사진 안나푸르나]

이처럼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이들이 남긴 음악적 유산은 최근 발표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시인과 촌장은 2집(14위)과 3집(54위)이, 신촌블루스는 1집(72위)와 2집(27위)이 선정됐다. 이들이 세션ㆍ작곡가ㆍ프로듀서 등으로 함께한 어떤날ㆍ산울림ㆍ장필순 등의 앨범까지 포함하면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덕분에 이번 공연을 앞두고는 “2시간 안에 어떤 곡을 넣고 어떤 곡을 뺄지”를 두고 행복한 고민 중이다.  
 
그럼 이번 공연 이후에도 시인과 촌장을 만날 수 있을까. 각각 백석예술대와 서울신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하덕규와 함춘호는 “학교 수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긍정적으로 논의 중임을 암시했다.  
 
“저는 물이 고이듯 곡이 쓰여지는 사람이에요. 다작은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퍼내야 할 것이 생기는 거죠.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다듬고 있는 중이에요. 이 곡을 누구하고 하겠어요.”(하덕규) “같은 노래를 하더라도 그때처럼 독하고 처절하게 할 순 없겠죠.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지금이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요.”(함춘호)
관련기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