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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美셰일업계 비명···트럼프 커지는 4월 운명설

[글로벌 경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텍사스주의 셰일오일 생산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셰일오일 생산시설. [로이터=연합뉴스]

 
‘75.96달러(10월3일)→45.59달러(12월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두 달 만에 4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저가다. 원유 공급 과잉과 국제 수요 둔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바닥을 칠줄 모르는 유가의 일등 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오를 만하면 트위터 등을 통해 ‘세계는 높은 유가를 원하지 않는다’며 주요 산유국에 증산을 압박했다. 자국산(미국) 원유 생산량의 증가세에 힘입어, 원유시장에 대한 입김까지 높아진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개발기구(OPEC)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개발기구(OPEC)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셰일오일을 비롯한 물량을 꾸준히 쏟아낸 끝에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70만 배럴로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은 잇달아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이달 초 ‘OPEC의 좌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 1월부터 하루 32만2000배럴가량 감산할 계획을 밝혔고, 다른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산유국 역시 하루 20만 배럴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들이 국제유가 하락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헬리마 크로포트 수석 상품전략가는 “미국은 유가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산유량을 늘릴 것이며, 이는 OPEC의 어떤 대응도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 급락에…미 소비자 웃고, 시추업체 울고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쇼핑을 즐기는 쇼핑객들. [AF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쇼핑을 즐기는 쇼핑객들. [AFP=연합뉴스]

 
국제 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에 미국엔 상반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낮아진 기름값 덕분에 미국 중산층과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다. 이들의 소비 진작은 ‘성탄절(크리스마스) 특수’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해 겨울 미국 국민의 소비량은 전년보다 4.1%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컨설팅사인 트랜스버설컨설팅의 엘렌 왈드 회장은 “만약 내년 1월까지 기름값이 낮게 유지된다면, 이달(12월) 소비자들이 과잉 지출을 하더라도 금전적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유가 하락에 판매가(價)까지 낮아진 미 셰일오일 기업들은 운영이 버거워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2016년 국제 유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수백 곳의 생산업체 등이 파산 보호를 신청했으며, 노동자 16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지난해 유가 상승에 따라 회복세에 들었던 미 원유업계가 다시금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오일 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오일 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소비자와 셰일오일 기업의 엇갈린 운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딜레마에 놓였다. 그가 주요 산유국을 압박해서까지 저유가를 유지하려 드는 건 저소득층 소비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목적’에서다. 내후년(2020년)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민층 표심’은 핵심 공략 대상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셰일오일 기업의 사정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 기업이 위치한 텍사스·노스다코타·오클라호마주(州)는 ‘트럼프 텃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셰일오일 기업의 피해를 마냥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오클라호마주 소재 ‘아드모어 트리플디 시추사’의 톰 던랩 회장은 “저유가가 오래 유지된다면 우린 분명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원유업계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적정 유가 수준을 ‘50달러’로 보고 있다. 현재 가격(배럴당 45.59달러, 21일 기준)보다 5달러가량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산 원유 공급 줄까…원유업계 닥친 ‘4월 운명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딜레마에 놓인 가운데, 세계 원유업계에선 이란산 원유를 둘러싸고 ‘4월(2019년) 운명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트럼프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가 핵심인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과 원유를 거래하던 기존 8개 수입국(한국·그리스·대만·인도·일본·중국·터키·이탈리아)에 한해 향후 6개월(180일)간 한시적인 원유 수입을 인정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점차 감축한다는 조건에서다.
 
내년 4월 이 기한이 만료되면 미국은 8개국에 대한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렌 왈드 트랜스버설컨설팅사 회장은 “만약 이란산 원유 수입의 재연장이 불가 될 경우 최대 100만 배럴 상당의 이란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 결과 국제 유가가 오를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자국 물량을 계속 쏟아낸다면 (국제 유가 증가를 막아내는) 가격 완충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對)이란 제재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국 물량을 기반으로 국제 유가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 변동에 휘둘렸던 미 시추업체들 역시 하나둘씩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보르도프 이사는 “셰일오일 업체들은 생산 비용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위기 대응력이 과거에 비해 강해진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하락 폭 크지 않아”
21일 국제유가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1369원'이 표시되어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국제유가 하락 및 유류세 인하 효과로 인해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1

21일 국제유가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1369원'이 표시되어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국제유가 하락 및 유류세 인하 효과로 인해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1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한국 휘발유·경유 가격 역시 7주째 하락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국제유가 하락 속도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을 고려하면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최근 7주간 휘발유 가격은 15.6% 떨어지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두 달간 국제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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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