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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방역에 독수리 역습…파주 축산농가 노린다

민통선 내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독수리. [중앙포토]

민통선 내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독수리. [중앙포토]

 
천연기념물(제243-1호) 독수리의 세계 최대 월동지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 장단반도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 같으면 700여 마리의 독수리가 11월 초부터 몽골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던 이곳에서 요즘은 독수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적성·탄현 등 파주시 전역의 축산농가 주변에서 수십 마리씩의 독수리 무리가 자주 목격된다. 이는 예년의 경우 월동지에서 죽은 돼지 등 먹이 공급이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던 반면 올해는 대규모 먹이 주기 행사가 뚝 끊긴 때문이다.
 
민통선 내 월동지에서 겨울을 나던 독수리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방지를 위해 먹이 공급이 끊어지다시피 하자 인근 파주시 축산 농가 인근을 배회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오히려 독수리가 민통선 바깥의 AI 발생과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통선 내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독수리. [중앙포토]

민통선 내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독수리. [중앙포토]

 
이러다 보니 먹이 부족으로 인해 최근 독수리 2마리가 탈진해 구조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희귀조류인 독수리에 대한 체계적인 월동지 보호 대책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단반도에는 매년 11월 초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독수리 700∼1000마리가 몽골에서 날아와 겨울을 난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민통선 내인 데다 정기적인 먹이 주기가 이뤄져서다. 하지만 이번 겨울엔 장단반도의 독수리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그것도 가끔 목격될 정도여서 월동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23일 “AI 발생방지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기관단체 등의 먹이 주기 행사가 이번 겨울 들어 완전히 중단되면서 빚어진 결과”라며 “그동안 독수리에서는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없는데 먹이 주기 행사를 막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년 같으면 매월 1, 2 차례 각종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먹이 주기 행사가 월동지에서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29일 문화재청과 조류보호협회·지역 환경단체 등이 실시할 예정이던 대규모 먹이 주기 행사도 취소된 상태다. 이번 겨울 들어 한국조류협회 측은 문화재청과 파주시의 예산 지원으로 지난달 말 단 1차례 죽은 소 1마리를 가져다준 게 전부다.  
세계 최대 규모 독수리 월동지인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세계 최대 규모 독수리 월동지인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경기도는 앞서 지난달 말 한국조류보호협회 측에 공문을 보내 AI 발생방지를 위해 철새도래지에서의 먹이 주기 행사 금지에 대해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는 “철새도래지에 대한 예찰·검사 결과 파주시 탄현면과 문산읍 소재 철새도래지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저병원성 AI가 검출되는 등 전국적으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도는 이런 이유로 특별방역 기간인 내년 2월까지 일반인의 야생조류 먹이 주기 행사를 금지했다.
 
월동지의 독수리가 먹이 부족으로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세계적인 멸종 위기 야생조류인 독수리의 보호를 위해 독수리 월동지에서의 정기적인 대규모 먹이 주기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만 독수리를 일반인들의 출입이 없는 민통선 내 월동지에서 탈진 우려 없이 안전하게 머물도록 할 수 있고 질병 전파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주 장단반도 내 독수리 월동지 위치도. [중앙포토]

파주 장단반도 내 독수리 월동지 위치도. [중앙포토]

 
백운기 한국조류학회장은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는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독수리가 AI에 감염되거나 전파할 염려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세계 최대의 독수리 월동지를 보호해 장단반도를 독수리 생태관광지로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무원칙한 먹이 주기 중단 방침으로 월동지가 제 기능을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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