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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맞은 암호화폐…“매도 공포에 장밋빛 전망이 사라졌다”

올해 암호화폐 시장은 혹한기를 맞았다. 지난해 시장을 휩쓴 투자 ‘광풍’은 올 초부터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다.
 
23일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2일 비트코인은 개당 4014.18달러(약 451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1일(1만3657.20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된다. 연초 2291억 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7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손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180조원에 육박한다. 
 
거래량 1위 비트코인의 추락은 다른 암호화폐에 비하면 약과다.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리플은 84.2%, 이더리움은 84.9%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 1년 사이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가격 급락과 함께 투자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올해 암호화폐 시장을 가라앉힌 3가지 요인을 살펴봤다.
'하드 포크' 전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70% 가까이 하락하며 4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드 포크' 전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70% 가까이 하락하며 4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요인은 공포로 인한 투매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5일 4000달러 선까지 깨지며 세계적으로 ‘패닉 셀(공포심리로 인한 매도세)’ 바람이 일기도 했다. 채굴자 주도로 암호화폐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화폐 종류를 쪼개는 ‘하드 포크’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골드는 비트코인에서 하드 포크를 거쳐 탄생했다.
 
『넥스트머니』의 저자인 이용재씨는“하드 포크를 두고 채굴업자와 개발업자 간 다툼이 커졌다”며 “암호화폐의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선 배경”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가격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대훈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각종 규제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도 “내년에 미국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이 나오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각종 법규나 제도에 묶여 장밋빛 전망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둘째 요인은 당국의 규제 강화다. 올 초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를 빠르게 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금융 당국에서도 잇따라 강력한 규제를 내놨다. 지난 1월 말부터 실명확인 계좌가 아니면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수상한 돈의 세탁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가상계좌에 대한 입금은 전면 중단됐다.
 
중국 정부는 더욱 단호했다. 지난해 암호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거래소를 폐쇄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암호화폐 거래시장의 활황을 주도했던 한국과 중국에서 규제의 벽이 높아지자 신규 자금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가짜 가상화페 거래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졌다. [연합뉴스]

올해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가짜 가상화페 거래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졌다. [연합뉴스]

 
셋째 요인은 해킹 등 끊이지 않는 사고다. 지난 6월 국내 7위 암호화페 거래소 코인레일에서400억원대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국내 1위 거래소인 빗썸까지 해킹을 당해 3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사라졌다.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가치만 계산하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해킹 등 보안 문제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공포가 생겼다. 다단계로 투자금을 모아 빼돌리거나 가짜 암호화폐를 파는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1일 서울 남부지검은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업체 A사의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임의로 만든 회원계정에 1000억원대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민 다음 암호화폐를 거래해 시장 교란으로 1491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없는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 센터장은 “취약한 보안이나 사기로 피해가 우려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법규나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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