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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가상현실로 치매 치료 해법 찾는다

노화로 약해진 뇌 신경에 새로운 자극… 미국·캐다나·호주에 한국식 솔루션 수출 목표

 
사진:박종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아픈 속담이 있다. 오랜 병 수발에 지친 환자 가족의 마음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라난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특히 이 속담에 공감할 것이다. 잠시만 주의를 놓아도 환자가 사라지거나 다칠 수 있다. 난폭해지며 가족을 공격하는 사례도 있다. 고령화 국가로 접어든 한국에서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가 2015년 65만 명에서 2024년 100만 명, 2050년엔 27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7’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치매 치료의 초점은 예방에 맞춰 있었다. 노화로 인한 불치병이라 치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문제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받는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치매 환자 의료비는 1인당 연간 2033만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보바스기념병원 나해리 뇌건강센터장은 “치매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도움 받을 방법이 있으니 이를 알아보며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의료 기관과 제약사는 치매 치료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중 치매 환자들이 반길 연구 소식이 있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치매 관리 솔루션이다. 미국과 영국·호주의 노인 병원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장준석 대표가 설립한 팀제파가 가장 앞선 업체다. 치매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주의·집중력이 떨어진다. 치료용 그림책을 읽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어렵다. 가상현실은 강한 몰입감을 제공해 보다 오랜 시간 치매 환자의 주의를 붙들어 놓을 수 있다.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치매 환자가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며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노화로 약해진 뇌 신경에 꾸준히 자극을 줘서 다시 활성화 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산책을 하거나 동물과 뛰어놀 수 있다. 바다속이나 우주를 날아 다닐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가상현실로 뇌에 다양한 자극 
팀제파도 해외 업체들과 비슷한 방식이다. 뇌파센서가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MD·Head Up Display)를 머리에 착용하고 가상현실의 세계에 들어간다. 팀제파의 치매 훈련 솔루션인 ‘드림(Dream)’은 회상형 놀이테라피, 릴렉스 테라피, 반응형 다중감각 테라피, 미디어 아트 테라피의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치매 환자의 콘텐트 만족도가 낮으면 다른 콘텐트로 변경해서 좋아하는 콘텐트를 골라준다. 팀제파는 다수의 노인복지시설, 병원과 임상을 진행해왔고, 보바스기념병원, 인천미래복지요양센터와 함께 해당 솔루션을 이용한 치매간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장 대표는 “치매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건 기억력 감소가 아닌 난폭행동, 피해망상, 불안, 환각 우울증 같은 심리적 증상과 일상생활장애”라며 “가상현실 치료를 통해 이를 개선해주는 데 우리 치료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기술(IT)·투자은행·교육 콘텐트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타임교육이란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하던 중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유아 교육 교재 판매처를 확인하던 중 교재 상당량을 양로원에서 구매하는 것을 발견했다. 영업사원에게 물어보니, 유아교재를 활용해서 노인의 치매진행 속도를 늦춰 주는 치료 프로그램이 있었다. 2016년 가상현실 교육 콘텐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회사 한 곳이 장 대표에게 연락을 해왔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가상현실 과학 실험용 콘텐트를 제작하고 싶어했다. 장 대표는 “가상현실로 치매 치료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면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겁게 사용하며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전문의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다. 치매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시설로는 치매 환자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다. 장 대표는 “지역사회가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근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 듯 치매 노인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과 제도가 시급하다. 일본에서는 치매 초기 환자들을 카페나 식당에서 고용한다. 물건을 주문하고, 서빙을 하면 치매 증상이 더 늦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팀제파 프로그램은 일본의 치매 관리 방식도 참고했다.
 
팀제파의 장점으로 현실생활에 가까운 프로그램이 꼽힌다. 장 대표는 “사람이 생활하며 사용하는 다양한 감각의 사용을 유도해 실질적인 회복을 이끌어 내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가상현실 속의 마을을 걷다보면 식료품점과 버스 정류장, 지하철이 나온다.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고, 카드를 찍은 다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송아지나 강아지에게 다가가 쓰다듬는 수준이지만 난이도가 계속 올라 간다. 해외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 제품이 많다. 특정한 공간에서 특수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어느 정도 공간만 확보하면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고 운영하는 방식이라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쉽다. 장 대표는 “새로운 치료 방식을 발견할 때마다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며 “환자에 맞는 다양한 버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정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팀제파에 자문을 해주는 나해리 센터장은 “환자가 치매를 겪는 증상과 과정이 다양하기에 치매 치료는 개인 맞춤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수 백가지 증세를 놓고 분석하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에게 일자리주는 일본의 치매 관리 
팀제파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학회와 의료 박람회를 다니며 제품을 소개해왔고, 최근엔 캐나다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캐나다의 실버타운에 제품을 공급해 그곳 노인 치료에 도움을 주며 치매를 함께 연구하기 위해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미국과 호주 독일로 차츰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들에게 한국식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2년 내에 치매 가족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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