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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업비트 기소가 암호화폐 거래소 법제화에 던진 3가지 질문

업비트는 검찰이 자사 임직원 3명을 사전자기록등위작ㆍ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거래 방식에 대한 오해라고 해명한다. 전산시스템상으로 1221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와 원화(KRW)를 있는 것처럼 입력한 것은 맞지만, 현재 자사의 원화는 고객 보유자산의 165%, 암호화폐는 103%로 고객에게 줄 자산보다 많다고 강조한다. 실제 계정으로 입금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의 편의였을 뿐이지 사기의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측은 또 서비스 오픈 초기 매수ㆍ매도 호가가 벌어지면 시장가 주문을 낸 투자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자전거래를 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법적 공방은 법원에서 이뤄지겠지만, 업비트에 대한 기소로 드러난 암호화폐 거래소의 운영 관행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①‘유령’ 코인 발행 가능?
지난 4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배당을 하면서 입력 ‘실수’를 저질렀다. 주식 수를 넣어야 할 자리에 가격을 입력해 버렸다.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이 아니라 1주당 1000주의 주식배당이 나간 셈이다. 그 결과 전산상으로 28억 주가 삼성증권 직원들 계좌에 잘못 입금됐다. 삼성증권의 총 발행 주식 수는 8930만 주, 발행 한도는 1억2000만 주다.  
 
전산 입력으로만 발행 한도의 스무 배를 웃도는 유령 주식이 새로 생겨났다. 게다가 이런 유령 주식 가운데 501만 주는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나와 순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발행 주식 수를 초과해서 주식을 발행해도 이를 알아서 걸러주는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전산으로 얼마를 입력하건 간에 얼마든지 주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의미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C거래소 역시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사전자기록등위작 혐의를 적용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C거래소의 대표이사 등은 지난 1월 거래소 내 차명 계좌를 만든 뒤 전산조작을 통해 원화 510억 원 상당의 원화를 충전, 매매에 활용했다. 지난 10월 재판에서 대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업비트는 C거래소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가짜 원화를 충전한 것인데 반해, 자신들은 출금 기능이 없는 법인 계좌로 보유한 자산 한도 내에서만 전산상으로 입력한 원화와 암호화폐를 거래에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업비트가 전산으로 입력한 ‘1221억 원(검찰 자료)’이라는 규모다. 업비트 관계자는 “전산상 입력한 금액은 우리가 보유한 자산보다 많기는 했다”며 “그러나 자산 한도 내에서만 거래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곧, ‘절차상의 편의’라면 보유한 자산 한도만큼만 전산상으로 코인 등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걸러주는, 혹은 감시하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 거래소가 전산으로 입력만 하면 거래소 안에서 유통되는 유령 코인은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관리ㆍ감독할 기관이 없다면, 이런 유령 코인 발행이 없을 거라는 건 거래소의 ‘선한 의지’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②선수가 심판을 본다?
주식시장이나 파생상품시장에서도 매수와 매도 호가가 너무 벌어져 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 대비해 유동성 공급자(LP)를 둔다. 비어있는 호가를 채워 체결 가격이 적정 가격에서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막는다.  
 
대신 유동성 공급은 철저히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진다. 유동성 공급자의 자격은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에 명시돼 있다. 규정에서 정한 자본금 요건을 갖춰야 하고, 관련한 위반 경력도 없어야 한다. 가격 조작을 못 하도록 매수ㆍ매도 호가를 낼 수 있는 범위에도 제한을 뒀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운용 담당자는 “수수료 수입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운용사나 거래소와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서 LP 역할을 한다”며 “대체로 최소 마진을 고려해 호가를 내기 때문에 손실은 안 보지만, 가격이 급변하면 손실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비트 역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자전거래나 허수주문을 냈다고 주장한다. 취지는 증권시장과 동일하지만, 형식이 문제다. 증권시장에서는 증권사가 LP 역할을 한다. 거래소는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만드는 주체다. 공정한 거래를 맡아야 할 심판이 직접 매매에 뛰어드는 선수 역할까지 한 격이다.  
 
심판이 아무리 자신은 공명정대하게 판단했다고 주장해도, 본인이 선수로 뛰는 경기가 공정할 거로 보는 관객은 없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거래소가 직접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LP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래소가 아닌 제3의 주체가 필요하다.

 
출처: 미디엄

출처: 미디엄

③봇을 돌려도 되나?
수백ㆍ수천억 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에서 업비트가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기 위해선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동매매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사람이 앉아서 수동으로 거래 가격과 수량을 입력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프로그램 매매를 흔히 ‘봇’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말 다른 거래소에 비해 업비트의 매수ㆍ매도 호가가 유난히 촘촘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은 “업비트가 봇을 돌린다”고 의심했다. 당시 업비트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업비트 입장에서는 고객 보호를 위해서였다지만, 투자자가 보기엔 심판격인 거래소가 봇을 돌리는 게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거래소가 LP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당연히 봇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봇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거래소는 자신들 플랫폼 위에서 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한다. 업비트는 지난 7월부터 외부에 API를 공개했다.

 
봇을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다. 고빈도매매는 알고리즘 매매의 한 종류로서 최적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고도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장중 매우 많은 주문과 취소를 반복적으로 최저 20마이크로(1마이크로는 100만 분의 1초) 수준의 매우 빠른 속도로 분할해 내는 기법이다.  
 
고민도매매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은 2010년 5월 미국 다우지수가 10여 분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가 재반등한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을 통해서다. 이에 따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해 11월 고빈도매매와 시장에 접속하는 브로커 또는 딜러들에 대한 리스크 통제를 강화하는 규정(15c3-5)을 만들었다. 2015년에는 특정 고빈도매매 브로커 또는 딜러들이 자율규제기관에 등록할 것을 의무화했다.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도 고빈도매매와 관련한 규제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자동주문거래를 불법거래(시세조정행위 등)로 간주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제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불공정행위를 증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최근 국내에서도 고빈도매매와 관련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봇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봇이 가격을 조작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보기엔 봇이 시장의 질서를 헤친다.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봇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플래시 크래시처럼 봇이 시장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법제화될 때는 이와 관련한 논의도 필요하다. 거래소가 봇을 돌려도 되는지, 거래소가 아닌 일반 투자자라면 봇 사용이 가능한지, 허용한다면 어떤 자격 조건 하에서만 봇을 돌려도 되는지 등에 대해서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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