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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돌아온 ‘바다이야기’에 중·고생도 빠져드는데…

[SPECIAL REPORT] 온라인 도박 활개 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소속 현장감시원들이 지난 20일 유튜브 실시간 게임 을 모니터링하며 불법 도박을 입증할 자료를 채증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소속 현장감시원들이 지난 20일 유튜브 실시간 게임 을 모니터링하며 불법 도박을 입증할 자료를 채증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자영업을 하는 염모(38)씨는 지난 19일 사설 토토 사이트에 접속해 인도네시아 프로축구리그 소속 PSGC 치아미스 경기와 인도 프로축구 방갈로 리그 Ozone FC 경기를 묶음으로 베팅했다. 인도네시아 리그 소속 치아미스가 반툴이란 팀을 상대로 종료 2분 전 골을 넣어 1대 0 승리. 염씨의 잔고는 86원에서 7만6373원으로 늘어났다.
 
“주로 해외 축구에 베팅해요. 프랑스 3부리그 듣보잡 경기에도 거는데 두 달 전엔 하루 5~6개 경기 베팅해 200만원을 잃었지만 200만원을 딸 때도 있고. 경기 결과를 알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
 
염씨처럼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팅 한도도 없다. 크게 잃기도, 크게 따기도 하면서 끊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주택가까지 파고든 ‘바다이야기’ 같은 릴게임도 이제는 PC는 물론 스마트폰에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일부 학생은 30% 고리 챙겨 도박 자금 마련
 
동네 게임장 같은 오프라인 매장 오락기에서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옮아왔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배당으로 지급해 주는 상품권의 환전이 중요하지만 스마트폰에선 그것마저 필요없다. 구글로 릴게임을 검색해 온라인 ‘바다이야기’ 사이트에 접속하면 사이트 운영자는 실시간 출금 기록을 보여주며 회원가입을 유도한다. 정부가 설립한 도박 예방·치유기관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5년 불법 온라인 도박 참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베팅이 67%로 가장 높았고, 이들의 82.7%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오프라인 게임장엔 청소년 출입제한이라도 있으나 온라인 세계엔 그런 것마저 없다. 최근 센터의 상담을 받은 고교생 A군(17)은 한 달 중 25일간 사설 토토와 사다리 게임에 빠져 살았다. 그는 “한 번에 30만원 딴 적도 있지만 한 번에 400만원까지 잃은 적도 있다. 중고사이트에 팔 물건을 올려놓고 돈만 받아내는 방법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가 네 번이나 걸렸다. 부모가 피해자와 합의해 대신 갚아줬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5개 고교가 센터에서 실시하는 도박예방교육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심각성을 보여준다. 서광철 도박문제관리센터 사무국장은 “일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돈 빌려주고 20~30%의 고리로 돌려받아 도박 자금을 마련한 일이 벌어져 학교 차원에서 교육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역대 정부의 대응은 굼뜨기 짝이 없다. 정부의 감시 감독이 강원랜드·경마·경정 등 합법시장의 테두리 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한 위원은 “무한한 온라인 도박세계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손 놓고 있고, 합법에 해당하는 사행산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역대 정부의 정책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는 1996년 경마 ARS 베팅, 2004년 경마·경륜·경정 등에서 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베팅을 부분 허용했다가 2006년 7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장외발매소 이외 지역에서 금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공약에 서울 용산에 있던 한국마사회의 마권 장외발매소를 폐쇄하고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던 화상경마장을 이전하는 안을 넣었다. 화상경마·화상경륜·화상경정 등을 도박시설로 규정하고,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진입을 금지하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는 지난 12월 용산은 폐쇄했고, 오는 2021년 대전 시설을 이전키로 했다. 그런데 한국마사회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장외발매소 대상 물건 모집’ 공고를 냈다. 한쪽에선 폐쇄하고 한쪽에선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민간사업자들이 마사회의 공고 내용에 맞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받아 신청서를 냈는데 충남 금산군과 강원도 양양군 등이 유치에 동의했다. 하지만 장외발매소 유치를 놓고 주민들이 편을 나눠 갈등을 보였던 강원도 양양군은 예비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한 반면 세수확보와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유치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준 충남 금산군이 예비후보지로 최근 선정됐다. 금산군의 한 주민은 “용산 같은 대도시엔 없애도 되고, 지방에는 사행시설을 설치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사행산업을 일정 부분 풀어 주고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사감위 위원은 “정부가 관리도 안 하고 방치할 바엔 영국처럼 일정 조건을 갖춘 사업자들에게 면허를 주는 대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온라인 도박 일부 풀고 세금 환수” 주장도
 
영국의 경우 2005년 도박(Gambling)법에 따라 일정 조건을 갖춘 사업자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데 온라인 스포츠 베팅, 온라인 카지노, 온라인포커, 온라인빙고 등 네 가지를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2014년 온라인 도박 세금징수 기준이 ‘공급지’에서 ‘소비지’ 중심으로 바뀌어 이전엔 해외 사업자는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이제는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사업장은 베팅금액의 15%를 세금으로 물게 돼 있다. 미국에선 네바다주 등 일부에서만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합법이었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카지노와 경마장에서 스포츠베팅을 허용한 뉴저지주 결정을 지지하는 판결을 지난 5월 내렸다.
 
온라인도박을 합법화한 외국 정부도 관리 감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영국 사행행위규제위원회, 미국 네바다주 게이밍 규제위원회 등은 불법 수사권과 단속권을 갖고 있다.
 
강홍준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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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