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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비핵화 협상, 시간은 미국편…김정은 창의적 양보 필요”

이종석

이종석

이종석(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창의적인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편”이라며 “협상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그러면서 “미국도 북한의 양보를 원한다면 혼란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트럼프·김정은 직접 협상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그동안 쌓여온 불신과 적대감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판이 깨지진 않을 거라고 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국가전략 노선을 ‘군사주의’에서 ‘경제주의’로 전환한 뒤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 고도성장을 통해 경제를 중국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핵심 목표다. 실제로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북한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뒤따랐다. 이런 전략적 변화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북한 사회에 혼란이 생기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서로 버티고 있는데 시간은 누구 편인가.
“최소한 2019년은 미국 편이다. 지금 김 위원장에게 급한 건 안전 보장이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최선의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은 핵 보유다. 진짜 목표는 경제성장이라는 뜻인데 이는 제재 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 이후 미 조야의 비판 여론을 ‘아무런 대가를 주지 않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켰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라는 논리로 돌파했다. 일단 시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그럼 북한이 먼저 양보해야 하나.
“현 정세에서 급한 건 북한이다. 북한 입장에선 핵 실험을 중단하고 실험장을 폐쇄했으니 미국도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합리적인 얘기지만 국제정치 현실은 냉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봐라. 북한이 양보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김 위원장이 양보해 미국 조야의 협상 반대 여론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얼마 전 북한의 당 간부들을 만나 ‘억울하겠지만 반 발짝 먼저 양보해야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합의문 열 개를 만들어도 안 지켜지면 무슨 소용이냐.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경제 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간곡히 말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더라. 김 위원장이 창의적인 양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1단계 제재 완화를 결단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최근 미국도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경험상 상대방에게 양보할 생각이 있으면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강하게 나간다.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거라면 최소한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대북 조치는 거꾸로인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양보하게 하려면 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선택과 경제 올인 전략이 옳은 길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격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 기간 중 보여준 유연한 태도는 그나마 희망적이다.”
 
북한은 과거 협상이 교착될 때 도발을 통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였다.
“맞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의 양보와 협상 재개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확률은 높다고 본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북한이 최근 자력갱생과 국산화를 부쩍 강조하면서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확률은 낮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럴 경우 미국이 예전처럼 깜짝 놀라 협상장으로 돌아오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은 역시 안 변했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바람직한가.
“연내 답방 기대가 컸지만 나는 논리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북한은 평양 선언에 비핵화 합의를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잘 설득해 상응 조치를 끌어내길 바라면서다. 우리 정부도 최선을 다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제는 2차 북·미 회담에서 어느 정도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 1단계 제재 완화 분위기가 마련된 상황에서 서울 답방이 이뤄지는 수순이 더 낫다고 본다. 한국과 중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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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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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