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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 인상 후폭풍…거품 심한 미 정크본드 가격 추락 가능성 크다

“세상은 오해 받을 리스크로 가득하다.”
 
미국 뉴욕주의 호프스트라대 장-폴 로드르게 교수(지리경제학)의 말이다. 자신이 개발한 금융버블 로드맵이 국내에선 ‘하이먼 민스키 모델’로 불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 중앙SUNDAY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암호화폐 등 거의 모든 버블의 분석 기준이 되고 있는 로드맵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로드리게 교수를 전화 인터뷰했다.
  
이제 로드맵의 주인과 통화하게 됐다.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그래프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 줄 몰랐다. 이 넓은 세상엔 오해 받을 리스크가 가득하다. 하하! 오해 덕분에 당신이 내게 전화한 것 아닌가. 오히려 행운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로드맵이 내 전공 업적보다 유명하다. 내 전공은 금융과 거리가 좀 있는 지리경제학이다.”
 
사실 로드리게 교수는 전공 연구에서도 유명한 학자다. 그의 저서 『세계 경제공간: 선진 경제와 세계화』는 2000년 경영부문 최고 저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전공이 지리경제학인데, 어떻게 금융버블을 살펴보게 됐는가.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그때 우리 집, 아니 정확하게 말이면 아내의 집 값이 너무 뛰었다(웃음). 경제학을 이해하는 사람인 나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었다. 그래서 로드맵을 만들어 ‘버블의 단계(Phase of Bubble)’이란 이름으로 내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학술지가 아니고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버블 로드맵은 이론적으로 엄밀하진 않다. 개인적인 호기심 차원에서 여러 금융버블 이론을 참조해 만든 약식 모델이다.”
 
어떤 이론의 도움을 받았는가.
“고(故) 하이먼 민스키 전 워싱턴대 교수와 고(故) 찰스 킨들버거 전 MIT대 교수 등의 금융버블 이론을 공부했다. 한국 사람들이 내 로드맵을 ‘민스키 모델’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터무니 없는 오해는 아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론은 버블이 무엇 때문에 시작돼 무너지는지를 주로 설명한다.”
 
당신 모델은 다르다는 말인가.
“내 모델은 민스키나 킨들버거 교수가 규명한 원인들 때문에 일단 시작된 버블이 어떤 단계를 따라 진행되는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잠복기(Stealth Phase)→인식 단계(Awareness Phase)→광기 단계(Mania Phase)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때 그때마다 주로 매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다르다.”
 
어떻게 다를까.
“잠복기엔 현명한 투자자들이 뛰어든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가치를 파악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인식 단계엔 기관 투자가들이 뛰어든다. 반면 게임이 끝나가는 광기 단계의 매수자는 대중이다. 현명한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들이 던진 자산을 대중이 사주는 모양새다.”
 
 
버블은 잠복기 → 인식 → 광기단계로 진행
 
광기와 대중이란 말이 나오자 자연스럽게 얘기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넘어갔다. 요즘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과 로드맵을 비교해 진단하는 언론보도가 흔하다고 귀띔해줬다. 그러자 로드리게 교수는 “단순 비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가. 비트코인 가격과 로드맵을 비교하면 거의 일치하는 듯하다.
“아까 내 로드맵이 이론적으로 엄밀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래프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하면 안 된다. 버블은 붕괴한 이후에야 거품임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비트코인 가격의 흐름은 로드맵과 아주 비슷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00달러 선에서 1만9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뒤 현재는 3000달러대까지 미끄러졌다. 지금까지는 버블의 로드맵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버블 로드맵에는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가 있다.”
 
그게 무엇인가.
“장기 평균 가격이다. 대부분 자산은 장기 평균 가격이나 가치를 추정할 근거가 있다. 주식의 주당 순이익 흐름이나 채권의 표면 금리, 부동산의 평균 임대료 등 말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엔 그런 숫자가 없다. ‘미래 어느 시점엔가 블록체인이 중요하게 쓰일 것’이란  추정이나 기대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 가격 흐름을 버블의 로드맵을 바탕으로 예측해선 곤란하다.”
 
로드리게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자고 일어나니 내 그래프가 여기저기서 인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요즘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 투자 전략가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로드맵이다. 로드리게 교수는 학자답게 로드맵 적용에 조심스러워하지만, 양적 완화(QE) 때문에 가격이 급등한 미국의 고수익 채권(하이일드 본드 또는 정크본드)을 주시하고 있다.
 
왜 정크본드를 주시하고 있는가.
“신용등급 BBB-에도 미치지 못한 채권이지만, 장기적인 평균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버블 로드맵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의미). 이 채권의 양이 급증하기도 했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시장금리 또는 만기 수익률 하락). 헤지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QE 때문에 낮아진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정크본드를 사들인 탓으로 보인다.”
 
2015년 한 차례 위기가 엿보였다. 그때 정크본드 지수가 떨어졌다. 하지만 곧 다시 오르기 시작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QE를 중단한 직후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계속 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회사채를 많이 발행해 막대한 돈을 빌려 썼다. 당시 Fed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상 시작을 자주 언급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최근 미 신용 시장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여온다. 이달 19일 Fed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정크본드 시장에서 이상 신호음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생각보다 스마트한 협상가
 
실제 Fed의 금리 인상 예측이 본격화한 11월 하순 이후 미 정크본드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 바람에 미 국채와 정크본드 금리차이가 3%포인트 남짓에서 5%포인트 가까이로 벌어졌다. 아직은 2015년 8%포인트 수준까지 벌어지진 않았다. 로드르게 교수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미 정크본드 가격이 가파르게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 전공인 지리경제학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지리경제학을 바탕으로 미·중 무역전쟁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이 1980년대 말 개혁과 개방을 내걸고 글로벌 시장에 갑자기 진입했다. 15~16세기 지리상 발견에 비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세계 노동시장과 기술시장, 제조업이 요동하기 시장했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 교란이 일어났다. 미국과 유럽 정부와 기업은 중국이 일으킨 변화를 즐기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이게 무역전쟁이다.”
 
예측 게임을 하나 하자. 어느 쪽이 이길까.
“승자를 예측하는 프레임으론 무역전쟁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 반대로 ‘누가 덜 피해를 볼 것인가’란 프레임으로 보는 게 정확하고 현실적이다. 단기적으로 미국이 피해를 덜 보는 쪽이다. 이미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정도가, 미국이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정도보다 현재까진 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슨 말인가.
“중국 거대한 인구를 가진 미래 시장이다. 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최근 주가가 급락한 이유가 바로 ‘미래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거나 차단될 가능성’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점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협상에 나선 것인가.
“그는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마트한 사람이다. 적어도 협상에서는 말이다. 당장은 중국의 양보를 유도하고 미래 시장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무역전쟁을 이끌어가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장-폴 로드리게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부모도 캐나다인이지만 프랑스계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 『세계 경제공간: 선진 경제와 세계화』를 프랑스어로 먼저 쓸 정도다. 1994년 몬트리올대학에서 지리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교통을 중심으로 경제 공간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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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