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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갈래요? 영화 속 그 동네

비행산수2 (17) 해돋이 보려거든, 동해 삼척
비행산수 동해삼척

비행산수 동해삼척

썰렁. 겨울 바다를 대개 이리 말하지만 동해는 북적였다. 부러 북평장날을  골라 갔으니 말이다.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오일장이다. 인근 물산이 국도 셋을 통해 여기로 모인다. 해변과 나란히 흐르는 7번, 정선·여량·임계에서 내려오는 42번, 태백·통리·도계를 거쳐 오는 38번 국도다. 영주에서 넘어온 도라지가 있고 집에서 썰어온 생칼국수도 있다.
 
어물전 골목에 좌판을 펼친 아저씨가 너스레를 떤다. “요놈 피부가 희고 불그스레하니 예쁘지요. 아줌마 곰치예요. 아저씨 곰치는 놀러 가고 여기 없어요” 그 옆 다른 아저씨의 좌판에 누워있는 놈들은 거무튀튀하다. “수놈이에요. 물고기는 다 암놈이 맛있는데 곰치만 달라요. 수놈 살이 더 단단해요. 암놈은 알 때문에 찾지만 흐물흐물하지요. 요즘이 곰치와 도루묵 철이에요. 이제 대게잡이가 시작되면 곰치는 안 잡아요. 그물에 걸려도 내 버리지요. 돈이 안 되거든요”
 
올해는 곰치가 꽤 잡혀 값이 헐하다. 장정 팔뚝보다 큰 암놈이 1만5000원, 수놈은 3만원 정도다. 작년에는 암놈 6만원 수놈은 15만원까지 갔단다. 오징어는 어획이 시원찮다. 작은놈 5마리에 1만원 큰놈은 2마리에 1만5000원을 부른다. 한치와 부시리를 막 썰어 수북하게 담은 회 한 바구니에 1만원이다. 저물녘이 되니 한 움큼씩 더 얹어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고향국밥집 주인장 이운희 할아버지가 말한다. “삼척과 동해는 이웃이지요. 삼척 땅이던 북평과 명주군 땅이던 묵호를 묶어서 동해시를 만들었거든요. 같은 시내버스 타고 다니는 동네예요”
 
동해·삼척은 시멘트 도시이기도 하다. 산간의 석회석 광산에서 주먹만 하게 부순 석회석을 공장으로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곳곳에 깔려있다. 현대 한국을 건설한 바탕에는 강원도 시멘트가 있다. 묵호는 바다와 가파른 산 사이 비좁은 땅에 자리 잡았다. 항구에 바짝 닿은 산비탈에 작은 집들이 조가비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영애의 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로 잘 알려진 영화 ‘봄날은 간다’ 배경이 이 일대다. 동네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보며 가파른 계단을 구불구불 오른다. 다리가 팍팍해질 즈음 돌아보면 새파란 동해다. 길 꼭대기 등대 전망대에서 서면 백두대간과 바다, 그 사이에서 하얗게 빛나는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동해와 삼척 경계에 추암 촛대바위가 있다. TV에 나오는 애국가 일출 장면을 찍은 곳이다. 며칠 뒤면 새해 첫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붐빌 테다.
 
갈매기 두 마리를 그려 넣었다. 동해시와 삼척시를 함께 상징하는 새다.
 
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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