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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암제암’ 항암 실험…귀환병에 폭탄 심어 자폭 키스 유도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한참 팔팔한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암(29.3%)이다. 조기 발견된 1기 위암·대장암이 94%까지 생존한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재발암·전이암 5년 생존율은 10%대로 떨어진다.  
 
왜 암은 재발하고 다른 장기로 옮겨갈까. 이렇게 퍼지는 놈들을 없애는, 아니 역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찾았다. 지난 7월 하버드의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세포를 암세포로 죽인다.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삼국지 동탁을 죽인 일등공신은 그의 분신인 여포다. 의심 없이 동탁에게 다가갈 수 있다. 동탁이 속에 받쳐 입은 갑옷 틈새가 어딘지도 알고 있다. 여포만 꼬드기면 된다. 초선 미인계가 한몫했다. 변심한 여포는 동탁 앞을 막아섰다. 변심한 여포는 동탁 갑옷 틈새로 ‘방천화극’을 꽂아 넣었다. 성공이다.
 
동양 삼국지를 서양 과학자들이 본 것일까.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쥐의 암세포를 꺼내 무기를 장착, 다시 주사했다. 무장 암세포들은 스스로 암소굴을 찾아 동료 암세포들을 폭파했다. 실제 뇌종양 쥐 실험결과는 놀랍다. 최초암·재발암은 80% 크기 감소, 90% 생존했다. 전이암 생존 기간은 2.5배 늘어났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전이암 뇌종양 쥐 생존 기간 2.5배 늘어
 
연구진은 암세포들이 어떻게 전이하는가를 하나하나 추적하고 있었다. 수상한 놈들이 포착되었다. 혈관 속을 돌고 있는 ‘혈액순환 암세포’들이다. 이놈들은 최초 암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놈들이다. 다른 조직으로 침투하려고 주위 혈관 벽을 녹여 새로운 혈관을 만든다. 1단계 성공이다. 이제 신생혈관을 통해 몸속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이놈들이 좋아하는 장소는 뇌와 뼈다. 새로운 장소에서 조직을 녹여 침투하고 자리 잡는다. 이게 전이다. 이들에게 2단계 명령이 떨어졌다. 리턴(return), 즉 돌아와서 동료 암들을 만나라는 거다. 왜 돌아오라는 걸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침투조원들은 각종 면역세포와 전투에서 살아남은 베테랑이다. 강한 놈들만을 리턴시켜야 한다. 이게 암세포 진화전략이다. 즉, 퍼져나가라, 그래야 암들이 번성한다. 리턴해라, 그래야 암들이 더 독해진다.
 
원대복귀 중인 암세포를 들여다보던 하버드연구진이 무릎을 쳤다. 이 녀석들은 암소굴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따라 리턴한다. 이놈들에게 암덩어리 폭파무기를 달자. 무기는 점화장치다. 점화 대상은 세포표면 자폭뇌관(Death Receptor)이다. 부상·노화 세포는 암세포로 돌변하기 전에 스스로 자폭뇌관을 누르게 프로그램되어있다. 이 뇌관은 물론 암세포에도 있다. 암세포는 원래 정상세포였기 때문이다. 이 뇌관을 눌러 줄 점화장치를 리턴 암세포에 달아주자. 그러면 이놈들은 원대복귀해서 예전 동료 암세포들과 하나하나 포옹하고 키스할 것이다. ‘죽음의 키스’다.
 
 
혈관 타고 도는 암세포에 폭탄 달아야
 
연구진은 암환자 혈액에서 리턴 암세포를 꺼내 뇌관 점화장치(TNF·종양파괴인자)를 설치했다. 설치·제거는 초정밀유전자가위를 사용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암세포는 교모세포종(GBM)이다. 평균 2~3년 생존하는 악성 뇌종양이다.
 
테스트결과는 획기적이다. 최초암·재발암·전이암 모두 암 크기가 줄고 생존 기간이 늘었다. 치료임무가 끝난 리턴 암세포들은 미리 삽입해놓은 세포자살유전자를 주사로 작동시켜 모두 없앴다. 이 방법은 기존 항암제와 어떻게 다를까.
 
공격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먼 곳에서 포탄 쏴대기(1세대 화학항암제)와 크루즈미사일 발사하기(2세대 표적항암치료제)다. 두 방법 모두 처음에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피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항암제 내성이 생긴다.
 
테러리스트와 싸워왔던 그 지역 민병대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임상단계인 ‘3세대 항암제(면역세포 치료제:CART)’다. 하지만 민병대라 해도 깊숙한 적 아지트를 잠입하기는 쉽지 않다. 암덩어리는 면역세포가 침투 못 하게 특수환경(종양미세환경)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어떤 암세포는 근처에 있는 정상세포를 꼬드겨 면역세포를 공격하게도 만든다. 면역세포가 못 들어가면 암세포를 못 죽인다. 실제로 난소암 조직에 면역세포가 한 놈도 못 들어간 환자는 생존율이 45%나 떨어진다. 이 경우 외부에서 면역세포를 아무리 주사해도 침투 못 하면 소용없다. 암 덩어리가 마치 삼국지 동탁의 소굴처럼 난공불락이란 이야기다.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암소굴로 돌아가는 ‘혈관 순환 암세포들’에 폭탄을 달아주면 그게 최고다. 더구나 자기 몸에서 골라낸 자기 암세포다. 다시 주사했을 때  면역부작용도 없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연구는 쥐를 사용했다. 사람 모든 암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빨리 성공하자. 그래서 40대 사망 원인인 1위가 암이 되지 말게 하자. 그들은 가족의 기둥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머나먼 길, 평균 6000억 들고 14.5년 걸려
신약 개발에 보통 6000억원이 들고 14.5년(실험실 8년, 임상1~3기 6.5년) 걸린다. 안전성·효능 테스트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20명에서 5000명으로 임상단계별로 늘어난다. 자기 몸에서 꺼낸 세포(면역세포 등)를 배양하여 본인 몸에 재사용 경우는 안전성이 일부 확보되어 기간·비용이 준다. 하지만 단계는 똑같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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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